"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서 행복하니??"
어제 문득 언젠가 대중매체에서 접했던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이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가까운 극장에서 마지막 타임을 끊어서 보겠다고 극장에 앉았습니다.
사실, 그 말이 제게 와 닿았던 건 영화를 하고 싶어하지만, 그걸 하기 위해 그밖의 모든걸
버리지 못하는 제 자신이 싫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는 영화에서 본 건 꿈을 쫓는 사람들의 모습들입니다.
현재 비록 삼류 무명 밴드긴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가난하고 냉대받는 현실에
지쳐가면서도 나름대로 무던히 애를 쓰는 사람들...
그리고 유명인이 되어보겠다는 나이트클럽 삐끼..
젊은 시절 캬바레에서 그의 말마따나 '남편들 월남전에 보내놓고 춤바람난 여편네들'을
위해 연주하고 있었다는 늙으스레한 할아버지.
마치 꿈을 쫓아가면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남겨돼라는 말을 하는 것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잊지 않았던 한마디...
고등학교 시절 음악을 하고 싶어했던 네 명의 친구들 중 한명만이 하고 싶어하던 음악을
하며 살아가고 있고, 나머지 세명은 그냥 현실에 묻혀 나름대로 열심히 생활인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와중에 한 친구가 음악을 하는 친구에게 묻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음악 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니? " 제가 보기에 음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 친구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나마 생활인일수 밖에
없는 그는 부러웠겠죠. 아니, 사실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처음엔 꿈이다가 그 꿈을 자신의 현실로 만들긴 했지만, 가난이라는 지긋지긋한 일상들.
초심을 유지하긴 정말 어려울 것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같은 희망을 쫓던 여자친구도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모습은 간데없고 그냥
시원시원한 장사치만 남아있는...그렇지만, 답답해지면 혼자서 노래방에 박혀 노래부르고 나면
또 한 몇달은 간다는 그녀의 말에 그녀도 생활을 위해 노래를 포기했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꿈을 간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그들이 모든 걸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곳인 여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열심히 트럭을 몰고 다니며 장사를 하고 있어야 할 그녀가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때 여기쯤에서 끝이 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다시 어떠한 갈등이 불거지기 전에 그나마 그들이 조금은 행복한 상태인 지금...이 딱 좋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역시나 영화는 거기에서 끝이 났지만, 영화가 끝이 나고 불이 꺼지기 전 난
혼자서 잠시 박수를 쳐보았습니다.
관객은 적었지만, 이런 영화를 만든 임순례 감독에게...그리고 배우들에게...
이 영화에는 스타급 배우는 나오지 않지만 스타급 배우가 나오는 영화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비 라는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서 이틀인가 극장에 걸리고 내렸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
아쉽게도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기회를 놓쳤지만, 이 영화는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보는 기분좋은 행운을 누렸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제 글을 이만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