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뒤늦은 후기

영화감상평

봄날은 간다..뒤늦은 후기

1 정종숙 7 3204 1
처음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제목을 접했을 때 왜 이렇게 제목을 정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대충의 스토리를 듣고 난 후 이 제목을 다시 들었을 때 나는 인생에 있어서 좋았던 시간들…그것들을 봄날에 비유해서 언젠가는 그 시간들도 가고 마는 것이구나 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제목을 정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별다른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했던 봄날은 간다 라는 영화에 나는 그다지 미련은 없었다. 보게 되면 보게 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고…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의 두번째 영화라는 말은 그 마음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볼때는 약간 지루했던 8월의 크리스마스는 다시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그리운 듯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 영화였기에 이번에도 뭔가 그런 따뜻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내키지 않아하는 이를 일행으로 나는 극장으로 향했다.
극장안이 캄캄해지고, “할머니~, 할머니~ 같이가” 를 첫 대사로 상우가 등장을 하고, 영화에 집중을 못해 일행에게 “유지태 목소리 한석규 목소리랑 비슷하다” 뭐, 이런 잡담 비슷하게 나누다가 어느순간 난 영화 속에 빠져버렸다.
대나무 숲에서 대나무가 일렁이는 소리가 난 순간부터 소리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그렇게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상우가 느끼는 감정들도 어쩌면 손에 잡힐 듯한….
유지태라는 배우가 연기를 잘한 것인지, 아니면 사랑 또는 거창하게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주제가 누구나 다 느끼는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도 누군가와 장난하듯 나눴던 행동들이 혼자 있을 때면 슬며시 떠올라 미소짓기도 하고, 혼자 쑥스러움에, 부끄러움에 얼굴을 숨겨보기도 하고, 그런 기억들이 있기에 상우의 혼자 미소짓는 모습도, 그러다가 이불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버린 행동도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술을 마시다 보면 그리워 지는 누군가가 있다.
연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인이..
연인이 아니라 혼자 하는 슬픈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 외사랑의 주인공이…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하다가 슬며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가 너무 늦은 시간임을 발견하고, 얼른 끊어버리고 그러다가 다시 전화하고, 목소리라도 듣게 되면 너무나 그 목소리가 반가워서 웃으며 이야기하게 되는…
그런 기억이 있기에 은수가 보고 싶어 강릉까지 한달음에 간 상우의 마음도, 그런 상우를 기다리느라 닭이 우는 시간에 혹은, 그 시간까지 상우를 기다리느라 밤을 지새운 은수의 마음도 나는 너무나 이뻤다.
그렇게 끝까지 같으면 아마도 정말 그림 같은 사랑이 되었을테지만, 역시 사랑에 현실이 개입되면 어쩔 수 없나 보다.
김치 담글 수 있느냐는 상우의 물음에 “내가 김치도 못 담글 것같아?” 라고 반문하던 은수가 집에서 한번 보자더라는 상우의 말에 금새 “나 김치 못 담궈” 라고 부정하던 모습, “내가 담궈줄게” 라는 상우의 모습에 사랑은 좋지만, 거기에 따르는 부수적인 불편함과 복잡함이 싫어 사랑을 피하게 되던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었다.
결국 헤어지는 상우와 은수를 보면서, 그리고 철저히 상우의 못 잊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화면을 보며, 언젠가 읽었던 소설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사랑을 포기하는 딸을 보면서 어머니가
“평생 괴로울 거고, 불행할 거야. 봄이 오면 그와 함께 했던 봄이 생각나 괴로울 거고, 여름이 오면 그와 보냈던 여름이 생각나 불행할거고, 가을이 오면 그와 다녔던 거리와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이 생각나 괴로울 거고, 겨울이 오면 그와 함께 봤던 눈과 겨울의 풍경이 생각나 괴로울 거고, 뭘 봐도 그가 생각나 불행할 거야. 사랑을 잊겠다는 건 이 모든 것들을 감수하겠다는 말이야”
라는…
이런 저런 사설이 길어졌지만, 그저 따뜻함만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찾은 나에게 은수와 상우는 그리고 상우는 기억 한 켠에 묻어두었던 이런 저런 기억들을 일깨우며, 조심스레 사랑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을 처음 대했을 때 혹은 소중한 감정이 들었을 순간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든 한번이든 두번이든 봄날은있었을 거고, 겨우내 움츠려들었던 어깨를 펴게 만들었던
그 봄 햇살의 따뜻한 느낌을 기억하든지, 그렇게 인생의 봄날은 어슴푸레한 기억으로 남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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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 Blue sky  
님앙..평 넘 좋았어여~~
1 이상수  
어쩜 나랑 똑같은 생각을...
1 김정원  
GooD 좋은 감상평이군요..
1 정구연  
근데  궁금한게 있는데여?저 소설의 이야기라는 것이 어떤 소설인지 궁금하네여^^
1 정종숙  
저기에서 인용한 소설은 제가 자주 가는 모 사이트의 어떤 작가님이 창작한 글 중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평소엔 생각나지 않았는데,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저 글이 생각나 잊혀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인용을 해봤습니다. 오래전에 봐서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요..^^;
1 마카로니  
님,,혹시 작가아니신가여,,? 아주 잘 생각을 말씀하시네요,,,부럽네,,,전 잘 정리가 되지 않아서리,,하여간 꼭 보고 싶은 영화네요,
1 박상용  
와~~정말루 글 잘쓰시네요..
 이 글좀 제희 홈에 퍼갈꼐요~
 영화게시판이 잇는데 제가 감상편쓸래다 보니까..;
 너무너무 잘쓰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