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허진호감독의 잔인함에 찬사를 보낸다

영화감상평

◆봄날은간다◆ 허진호감독의 잔인함에 찬사를 보낸다

1 파치노 9 2276 2
착잡하다...

아니 착잡하다는 한마디로는 표현하기 부족한 감정의 조각들..

뒤늦게 본 봄날은간다...

예상은 했지만...

이런 감정이 들까봐 피하고 싶기도 했지만..

끝내 보고야만 봄날은간다..

엔딩자막을 뒤로하고 걸어나오는 나에게..

끈질기게 따라붙는 상우와 은수..

그들과 겹쳐지는 나의 모습..

한때 나는 상우였고 지금은 은수인지도...

그렇게 우리는 아파하고...그렇게 우리는 성장해 가나보다

상우를 순수로 치장하고 싶지도 않고..

은수를 현실적이라 매도하고 싶지 않다..

자기방식대로.. 있는그대로...

그들은 사랑을 했으리라...


또 한명 따라붙는 사람..

할머니..

꽃단장하고 집을 나서며 뒤를 돌아보는 상우할머니의 모습에서

치매로 돌아가신지 5년도 더 된...

우리할머니의 고운 얼굴을 본다...

나도 그네들처럼...

아픔을 간직한 채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늙어갈까?


유지태...

사람좋은 미소로 뭇여성들의 가슴을 울리는 CF스타로만 알던 그...

동감의 인이역은 상대도 안될 만큼 고통스러웠을 상우역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허진호감독은 잔인하다...

돌이켜보면 8월의크리스마스 역시

언뜻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같지만....충분히 잔인했다...

내안의 감추고 싶은.. 묻어두고 싶은 것들을 끄집어 내어..사람을 괴롭힌다..

그의 영화를 보면 가슴이 아린다.. 답답하다...그리고 무수히 표류하는 묘한 감정의 조각들..

그의 영화는 거울이다..

영화속에서 현실과는 다른 무언가를 꿈꾸던 우리는..

스크린속에 등장하는 가감없는 우리의 얼굴을 보면서 괴로워진다...

이런 느낌... 언젠가 오!수정을 보면서 들었던 느낌..

하지만 허진호는 홍상수와 다르다..

홍상수가 예리한 눈을 부릅뜨고 조금은 날카롭고 차가운 어투로 세상을 이야기한다면..

허진호는 아픔과 고통스러움 앞에서도 따스한 미소를 짓고자 노력한다...

나를 충분히 괴롭히는 허진호감독의 잔인함에 찬사를 보낸다..


p.s.) 감상문을 적구 나니 조금은 상우와 은수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듯 하네요...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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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안광은  
와.......감상문 멋지네염....나두 어서 봄날은 간다 보구 싶은데...셤 기간인데다 학생이라..^^
1 묘연  
8월~에서 잠깐 느꼈던 건...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그것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갠적인 생각이 별루 느껴지지 않는...담담하면서 돋보기를 댄 듯한 관찰이었는데...<봄날은 간다>...파치노님의 글을 읽고보니..더욱 궁금해지네요...^^
1 kdeuxist  
실연당한 사람들은.. 알겠져..
1 kdeuxist  
그느낌.. 그추억들...
1 박종이  
슬픈 감상문이군요...그 느낌을 저도 느낍니다..
1 dimeola  
감정의 교류를 느낀다는 거 참 좋은 거 같습니다..  한번 더 보면 그제서야 감정을 추스릴 것 같은....
1 허준영  
지금 연인이 있으신 분들은 같이 가서 보지 마세여...옛 사람이 자꾸만 생각나서 맘이 ....봄날은 간다는 그런 영화입니다
1 이종성  
이미 봄날은 가버린 사람에게 남는 건 아쉬운 추억뿐
1 이종성  
기쁨의 한가운데선 온전히 깨어 있지 못하고서는 아스라한 그리움으로 반추하는 젊은 날의 사랑이여! 오래 머물 수는 없다면 다만 충만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