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의 결말에 대해

영화감상평

혹성탈출의 결말에 대해

19 김태상 0 3344 4
영화를 보신 분들만 보세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기존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혹성탈출이 나름대로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는 팀버튼에 의해서 리메이크 된다는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껏 이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었냐고... 팀버튼의 색깔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영화 내내 일반 다른 블록버스터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마지막 장면에 그의 색깔이 묻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장난끼가 마지막 시퀀스에서 나타난 거죠. 왜냐하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거든요.

많은 분들이 언급해주셨지만..  왜 말이 안되는 지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오베론호(모선)상에서 연대는 2029년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소형 우주선을 타고 전자기장 폭풍우에 휩싸여 어떤 행성에 불시착했을 때가 2455년 입니다. 4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서 행성에 떨어지게 되죠. 이후 칼리마 조종실에 '테드'장군을 가둬놓고서 Ape와 인간들을 화해시키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다시 지구로 귀환할 때는 서기 2059년입니다. 다시 400년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로 불시착하게 됩니다.

여기서 몇 가지 전제를 달겠습니다.
1. 처음에 주인공이 불시착한 행성은 지구가 아닙니다. (팀버튼이 인터뷰에서 그렇게 밝혔다고 합니다.) 따라서 처음 행성이 지구였다고 생각하면 마지막 반전과는 연대기상으로 맞지 않습니다. 마지막은 400년 이전의 얘기거든요.
2.  '테드'장군이 남아있던 실험용 원숭이에게서 소형 우주선 조종법을 배워서 원숭이 행성을 탈출, 과거 지구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뒤집어 놓는다는 가설이 설득력 있을 지는 몰라도... '테드' 장군은 그곳 조종실에 갖혀서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테드를 가둘 때 손 지문을 인식해서 가뒀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주인공이 떠난 뒤 원숭이 행성에 그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뭐 어떻게 부숴서 나올 수 있지 않았느냐고 우기면 할 수 없지만 말이죠...

따라서 원래 있던 행성이 지구가 아니었고, 테드 장군이 거기서 썩어 문드러졌을 거라고 가설을 세운다면 마지막 장면은(아마 많은 분들이 충분히 상상하셨겠지만...) 설명할 도리가 없는 거죠.

내내 헐리우드 영화다운 면모를 보여주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팀버튼이 관객을 대상으로 장난을 친거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겁니다. 어느 분이 말씀하셨듯, 팀버튼은 이야기꾼은 아니라고 봅니다. 헐리우드에 있는 다른 감독과는 달리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는 사람이죠. 제 생각에는 결과적으로 이렇게 영화를 마무리 하느라고 그도 엄청나게 골머리 썩었을 겁니다. 전후상황에 전혀 배치되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조금은 우울하게 느껴지지만 뒤통수를 때리는 상황을 연출한 게 아닐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여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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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삶에서 정말 의미 있다. 예술하는 사람으로서 시련을 겪을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한 번이 아닌 두 번 이상 몸소 체험해야 한다. 어둠이 그렇게 경멸할 만한 것은 아니다. - 나오미 왓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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