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

영화감상평

퓨리오사!

22 Rabun 9 141 0

와... 이게 바로 금의환향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분노의 도로'가 너무 잘 뽑혀서 바로 속편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는데 9년간 잠잠하더니 프리퀄로 돌아오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ㅠㅜ 하지만 그 기다림에 보답이라도 하듯 액션, 스케일, CG, 연출은 말할 것도 없고 캐릭터 구축도 뛰어나며 인물들간의 유대감 형성도 훌륭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을 배출해냈다. 물론 프리퀄의 장점이자 강점인 전작과의 연결고리, 팬서비스도 놓치지 않았고ㅎㅎ

우선 본작, 아니, 시리즈 전체의 무기이자 핵심인 액션 얘길 하자면 무지막지함과 여유로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무슨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5분만에 대규모 액션 시퀀스가 시작되고 스피디한 전개를 위해 낮밤 교체까지 아주 발군으로 한다. 더욱이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럭 추격씬을 보고 있으면 할 수 있는 모든 복잡한 연출은 다 한 것 같다. 사륜차, 이륜차들이 심심하면 박살나고 전복되는데 그 무게감과 덩어리감을 생각하면 CG는 아닌 것 같고, CG를 안쓰기에는 너무 많은 차량과 운전자들이 땅에 쥐어박히고 허공으로 날아가니... ㄷㄷ 아무리 뇌피셜을 굴려봐도 이젠 더이상 CG와 실사의 구분이 안되니 그저 입벌리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화룡점정으로 '듄2'의 영향을 받았는지 약탈자들이 트럭을 사냥하는 모습을 덤덤하게 와이드샷에 롱테이크샷으로 패닝 처리하는 컷이 있는데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트럭과 오토바이, 사륜차량들간의 대결을 잦은 컷 편집이나 다이나믹한 카메라 워킹 없이 관조하듯 바라볼 수 있어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런 걸 보면 '분노의 도로'도 분명 걸출한 작품이지만 적어도 기술·스킬적인 부분에선 '퓨리오사'가 보다 완성형에 근접한 것 같다.

다음은 인물들의 캐릭터 구축 및 설정. 퓨리오사야 뭐 10살 남짓한 애가 은닉해서 오토바이의 연료 호스를 끊고 벽까지 타니까 떡잎부터 남달랐다는 게 딱 티가 나지만 디멘투스 역할의 크리스 헴스워스의 경우엔 실로 유의미한 연기 변신을 이루어냈다. 크리스가 그간 허당끼는 있지만 근엄하고 진중한 북유럽 신같은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면 본작에선 앵앵거리는 톤에 호주 악센트가 그대로 녹아들어있는, 유쾌하지만 서슬퍼런 수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더욱이 극의 진행과 함께 당근과 채찍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던 초반의 면모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사정없이 악랄해지고 추악해지는 모습에서 인물의 입체성까지 꽉 잡았으며 마치 배트맨과 조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의 메그니토와 세바스찬 쇼의 관계처럼 디멘투스와 퓨리오사 사이에서 느껴지는 복잡미묘한 감정선은 아치에너미의 깊이감을 대폭 상승시켰다. 간만에 빌런의 중요성이 피부에 와닿게 느껴진 케이스. 그 외에도 짧은 분량이지만 마치 아마존 여전사같은 임팩트를 선사했던 퓨리오사의 엄마, 조용한 카리스마로 필요한 언행만 하며 짧고 굵은 게 뭔지 날것으로 보여준 잭 등 조단역의 역할과 비중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게 태가 나 작품이 보다 탄탄하고 또렷하며 다채로워졌다.

결과적으로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중 제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프리퀄이 본편을 위협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이건 진짜 물건이었다. 내가 그 제작 비화나 어른들의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진 못하지만 오랜 갈등과 의견 마찰 이후에 이런 결과물로 복귀해주니 참 고맙다. 앞으로 2편이 제작될지 스핀오프격으로 다른 세계관이 창조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런 때깔, 이런 방향성으로만 간다면 후속작은 언제든 환영이다.

★★★★★★★★◐☆+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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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38 하늘사탕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의 내용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랑 비교로 세세한 감상평 감사합니다~
22 Rabun  
디테일한 댓글 감사합니다~ ㅋㅋ
23 zzang76  
퓨리오사 재밌군요... 빨리 봐야겠네요 ㅎㅎㅎ
22 Rabun  
네, 강추합니다! ㅋㅋㅋ
23 zzang76  
알겠습니다
5 Williams  
저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22 Rabun  
6 천연00  
22 Rab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