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러닝타임 내내 카메라 워킹이 한 두번쯤 나왔나? 영화는 그 흔한 패닝, 틸팅, 줌인아웃을 답답할 정도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딱딱하고 건조한 방식으로 화목하기 그지없는 독일군 가정을 조명한다. 다큐멘터리도 이것보단 카메라를 많이 움직일테지만 그 구도와 앵글을 보면 100% 의도된 것이라는 게 단번에 캐치가 되고, 또 그들의 대화속에는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자연스레 녹아들어있다. 때문에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다가도 그 톤앤매너를 이해한 후부턴 당대 사회의 경직성과 차가움, 잔혹함이 배로 와닿았다. 마치 '컨저링'의 광고 카피인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뻥이지만)'가 떠오르는 부분.
더욱이 본 작품은 홀로코스트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유대인 탄압이나 학살 장면을 단 하나도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그런 인상을 풍기는 컷에선 (씬도 아니고 단 한컷이다) 카메라를 앙감 처리해 비주얼적으로 잔인함이나 참담함을 아예 제해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관객에게 들어오는 자극이 있었으니... 바로 음향이다. 그리고 그 사운드들은 작중 인물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과 공유하는 정보이다. 즉 그들이 행복에 젖어서 아무리 외면하고 무시해도 유대인들이 고통받고 신음하는 소리는 곳곳에서 들리고, 우리와 나치 독일이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과 자세는 상극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비극성은 배가된다.
팩트와 함께 전쟁의 참혹함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되 그 시야는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한정적인 게 마치 추축군판 '덩케르크'같은 작품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이래서 사람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도,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독일이 2차대전에서 승리했다면 작품속 인물들같은 무리들이 현실판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찍었을 것이 분명하고, 더이상 전범국으로서 과거사 공개 및 반성에 투명한 독일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Interest가 관심, 흥미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자'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만큼 이번 기회에 국가를 떠나서 그들이 지니고 있고, 지녀야 할 마음의 빚이라는 이자에 대해서 상기하고 고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
![](https://cineaste.co.kr/data/member_image/sb/sbs3827.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