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화감상평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22 Rabun 6 126 2

러닝타임 내내 카메라 워킹이 한 두번쯤 나왔나? 영화는 그 흔한 패닝, 틸팅, 줌인아웃을 답답할 정도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딱딱하고 건조한 방식으로 화목하기 그지없는 독일군 가정을 조명한다. 다큐멘터리도 이것보단 카메라를 많이 움직일테지만 그 구도와 앵글을 보면 100% 의도된 것이라는 게 단번에 캐치가 되고, 또 그들의 대화속에는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자연스레 녹아들어있다. 때문에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다가도 그 톤앤매너를 이해한 후부턴 당대 사회의 경직성과 차가움, 잔혹함이 배로 와닿았다. 마치 '컨저링'의 광고 카피인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뻥이지만)'가 떠오르는 부분.

더욱이 본 작품은 홀로코스트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유대인 탄압이나 학살 장면을 단 하나도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그런 인상을 풍기는 컷에선 (씬도 아니고 단 한컷이다) 카메라를 앙감 처리해 비주얼적으로 잔인함이나 참담함을 아예 제해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관객에게 들어오는 자극이 있었으니... 바로 음향이다. 그리고 그 사운드들은 작중 인물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과 공유하는 정보이다. 즉 그들이 행복에 젖어서 아무리 외면하고 무시해도 유대인들이 고통받고 신음하는 소리는 곳곳에서 들리고, 우리와 나치 독일이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과 자세는 상극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비극성은 배가된다.

팩트와 함께 전쟁의 참혹함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되 그 시야는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한정적인 게 마치 추축군판 '덩케르크'같은 작품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이래서 사람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도,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독일이 2차대전에서 승리했다면 작품속 인물들같은 무리들이 현실판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찍었을 것이 분명하고, 더이상 전범국으로서 과거사 공개 및 반성에 투명한 독일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Interest가 관심, 흥미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자'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만큼 이번 기회에 국가를 떠나서 그들이 지니고 있고, 지녀야 할 마음의 빚이라는 이자에 대해서 상기하고 고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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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S umma55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급 관심이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슬픔과 동정>에서도 독일군 장교들도 가정에서는 자상한 가장이라는 말이 나오지요.
22 Rabun  
감사합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 거죠. 공공의 적1-1에서도 이런 대사가 있잖아요ㅋㅋ '네 자식 예뻐하는 건 알겠다. 하지만 남의 자식 손에 칼 쥐어주는 건 비겁하고 치사하지 않냐?' 좋은 작품 추천 감사합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치 않은 듯 일상의 즐거움과 일상의 행복, 그러나 나치의 게르만 우월주의 뒷모습을 아주 날카롭게 지적한 작품이죠
세세한 감상평 감사합니다~
22 Rabun  
네, 그게 바로 아리안족이니까요. 두번 다시 그런 프로파간다에 전국민이 놀아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불편함의 불쾌함을 4dx로 감상한 기분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 역사관 안 짓이겨진 신발의 주인을 따라,
전지적인 시점으로 벽 너머 그네들은 어떤 삶을 살았나 라며..
좋은 글로 곱씹을수 있게되어 그날을 한번더 반추해 봅니다.
더불어 역사의 변곡점에서 무수히 쓰러져간 존재들을,
사람인의 그것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야할 우리들을,
맞잡은 두손을 뒤집어 상대의 목을 조르는 허상들을,
그런 모두가 너와 나, 당신과 우리, 사회와 국가라는 것도 다시금.
22 Rabun  
타의적으로 고리대금업을 떠맡아 결과적으로 유럽의 맹주가 됐으나 20세기 최악의 사이코에게 찍혀 절멸 직전까지 간 유대인이라는 집단을 보고 있으면 역사에는 절대적 명도 암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