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 흥겨움 뒤 약간의 씁쓸함.

영화감상평

스쿨 오브 락. 흥겨움 뒤 약간의 씁쓸함.

1 가륵왕검 15 2053 0
적당히 살집오른 중년 아저씨의 몸매에 심술궃어 보이는 얼굴.

배우 잭 블랙은 솔직히 주연이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끌리는 모습은 아니다.

그렇기에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Shallow Hal)나 [악마같은 여자](Saving Silverman)에 나왔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가 도통 어울리지 않는듯한, 락을 소재로 하는 코미디영화를 들고 나온것은 꽤 예상밖의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Tenacious D라는 밴드의 가수이기도 하답니다.) 더구나 익히 알려진 락의 명곡들을 불러제낀다는 것은.....

그의 신작 [스쿨 오브 락]은 나름대로 계보를 가지고 있는 가치전복 영화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 머리쯤에 시스터엑트가 중간쯤 차지하고 있는 이러한 유형의 특징은 음악이던 시던 하나의 테마를 통해 이미 관행으로 굳어진 주류시스템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다만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라고 하는 원론적 기준에 대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그치는 단점 역시 존재한다.

[스쿨 오브 락] 역시 영화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한다.
잭 블랙이 맡은 듀이라는 인물은 기타에 재능이 있고 락을 정말 사랑하지만 현실감은 전혀없는 사람이다.

그는 얹혀사는 처지면서도 염치없음이 극에 달하며 평범한 보결교사로 살아가려는 친구에게 때려치우고 밴드를 하라고 종용한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듀이가 기존의 사회구조에 반하는 최선이라 생각하는 자신의 밴드에서 쫓겨나는 장면이다.

그 밴드는 음반을 내기위해 이미지에 별 도움이 안되는 듀이를 털어내려고 하는데 이는 락 고유의 반항적 정서와 상업적 요구의 충돌에 대한 약간의 비아냥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졸지에 밴드에서도 내쫓기고 집에서도 친구의 애인 등쌀에 그나마도 빈대생활을 청산해야 할 위기가 닥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은 대충 예상되는 바 대로 친구 대신 호레이스 그린 초등학교에 꼬맹이들을 가르치는데..
주급 얼마라는 돈에 순간 눈이 어두워 맡은 일이라 다른 건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자습만 시킨다.

그러다 졸리고 지루하기 이를데 없는 음악수업을 보고는 급기야 꼬맹이들과 밴드를 조직하게 된다.
여기서 듀이의 행동이 정당화되려면 가치전복의 수혜자인 아이들의 욕구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 면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피아노나 클래식 기타를 좀 치는 아이들에게 대신 전기기타와 키보드가 주어지게 되는데 금새 그것에 적응한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작곡을 하고 쇼맨쉽까지 알아서 배우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이에 덧붙여 늘상 써먹는 주제. 즉 권위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부모에 대한 불만이 양념으로 첨가된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공부하는데 하등 도움이 안된다는 몰지각(?)한 부모들의 생각이 이 이상한 밴드가 유지되는데 정당성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갈 수가 있을까.
물론 몇몇의 아이들은 듀이를 통하여 숨겨진 재능을 발휘하고 가치전복의 필요성이 절실히 다가왔을지 모를 일이다.

획일적인 교육행정에서 죽어라 책만 팠다면 기타를 그렇게 잘치는지 노래를 잘하는지 알 도리가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락은 결코 다수에게 공통적으로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듀이 개인에게는 락이 절대적 가치일지 모르나 그것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아무런 책임감없는 행동일 뿐이다.

더구나 그는 가짜 교사이므로 이러한 변혁적 행동이 지속될 여지 또한 없는 것이다.
리차드 링클레이터라는 감독은 듀이의 거짓말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은 결국 수긍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중반부에서 밝히게 한다.

그리고 그역시 익숙한 공식대로 밴드는 정지되고 가짜교사 노릇도 그만두게 되지만 아이들의 선택에 의해 밴드배틀에까지 나가게 된다.
그다음이야 멋지게 공연을 해서 부모들에게도 인정받고 밴드도 계속 유지하게 되는 뻔한 해피엔딩으로 향한다.

늘 그렇듯 뭘 바라겠는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안에서도 소외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 빛과 그늘은 공존하겠지만 결국 듀이에 의해 선택되어진 아이들만의 잔치이며 나머지는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어쩌면 듀이가 해야할 것은 락밴드를 만드는 일부만의 전문성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만한 시대에 저항하는 자유로움의 설파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이  내내 흥겨운 락음악이 나오는 이 영화가 마냥 유쾌하지 않은 이유다.

좌우지간 점잖은 척 하지만 알고 보면 재밌는 여교장 역을 맡은 유명한 배우집안인 쿠삭일가의 한명인 조안 쿠삭의 연기가 오히려 잭 블랙보다 즐거웠던, 그리고 아이들의 연주가 생각보다 썩 괜찮았던 그럭저럭 즐길만한 영화라 사료된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15 Comments
1 MrB  
  1. 영화 주연이 얼굴과 몸매로서 정해지는가?
  -> 정말 엉뚱하고 엽기적인 맨트의 시작이다..
2. 잭블랙과 어울리지않는 락을 소재로?
  -> 잭 블랙은 본래 뮤지션 출신이다.
      자신의 밴드 Tenacious D로 활동중이다..
 글중에 수긍되는 점도 많지만 이런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듯한
 읽기힘든 장문의 글을  올리기 보다는 영화는 영화로서
 즐길줄 아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한듯 합니다...
 
1 가륵왕검  
  잭 블랙이 가수였는지는 대중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풍기는 외모와 분위기로 판단하죠.

물론 잭 블랙에 대해 사전지식이 있으면 좋겠지만 님 말대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을 통해 판단하면 그걸로 족한거라고 생각합니다.

구태여 잭 블랙이 락을 하는 사람인지 알려고 음반까지 들어보고 영화를 볼 필요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장문을 쓰든 아니든 그걸 님이 상관하실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정도는 외람되지만 읽는 관점에 따라 님의 꼬리가 무척 주제넘는 참견으로 보이기도 하는군요.

G 졸린영화  
  이 영화의 주제는 열정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그저 음악 자체에 정신을 못차리는 그 순수한 열정을 받아줄 이들은 어린애들밖에 없었던거지요. 교육적인것을 생각해야 한다면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다고 할수 밖에..
1 네바스찬Jr.4세  
  MrB님...
1.
"적당히 살집오른 중년 아저씨의 몸매에 심술궃어 보이는 얼굴.
배우 잭 블랙은 솔직히 주연이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끌리는 모습은 아니다."
정확하고도 솔직한 일반적인 감상평 아닙니까?

이런 "감상"과 "얼짱 몸짱"이 주연해야 한다는 "주장"을 구별못하시네요?
마찬가지로 주연 "잭"의 외모가 우리가 흔히 고정관념으로 떠올리는
락커의 이미지가 아닌것도 사실아닙니까?(이게 이 영화의 포인트겠지만요...)

2.
님은 조금 죄송하지만, 지적인 콤플렉스가 있으세요?
머 이정도 글에 지식자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니 읽는 제가 다
황당해서 그럽니다.
제가 이글을 통해 느낀 점은 갸륵왕검님이 나름의 잣대가 명확한
분이고 영화에서 겉으로 보여지는 이야기 외의 이야기까지
구분해 읽을줄 아는분이 아닌가...였습니다.

위의 졸린영화님 말씀대로 이 영화의 주제를 "열정"으로 볼수 있습니다. 거의 객관적 정답이 맞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갸륵왕검님은 그런 훌륭한 메시지 이면에, 가려진
소외 등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으신거 아닌가요?
저도 사실 이영활 보면서, 시종 유쾌했던 반면에, 머랄까
백인위주의 배경에 유색인종을 양념처럼 배치는 하지만,
알짜는 역시나 백인아이들의 몫으로 그려지는 현실에서
먼거 찝찝함을 느꼈거든요.
그걸 갸륵왕검님은 막연한 찝찝함이라는 주관적 표현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잘 표현한 감상평같습니다.

요즘 하도 스크롤압박~ 이런 말이 유행하다보니
한 페이지만 넘어가는 글에도 압박이니 머니 하는 걸 가끔보는데
도대체 이정도 성의있고 심도있는 감상평에 붙이는 딴지치고는
좀 부끄러울것 같습니다.
1 가륵왕검  
  별것 아닌 글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네바스챤 주니어 4세님의 말씀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냥 즐겁자고 만든 영화겠지만 그런 영화에서까지 관심과 소외로 나누어지는게 불편해서 쓴 글이랍니다. ^^

4 황태윤  
  흠...머 다 좋은데.....스포일러의 압박이...ㅡㅡ;;
1 백성광  
  흠냐...
MrB님께 한표를 던지면서...
둘이서 북치고 장고치고....잘난척을 다하시넹...참..웃긴다
5 신재왕  
  저도 MrB님께 한표를 던짐....
두 분 모습이 별로 안 좋아 보임..
1 가륵왕검  
  한표를 던지던 몰표를 던지던 다른 분들의 자유지만 뭐.. 제 편 들어주셨다고 고마워하는 걸로 보이셨어도 어쩔 수 없지만 넷문화가 갈수록 헐뜯고 비방하고 간단하게 욕하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진지함과 배려는 다 어디로 사라져가는건지..
1 axe2  
  분위기가 별로 안좋은 것 같아서 말꺼내기가 뭐하지만 글을 읽고 몇자 적어봅니다.

학교가 직업 교육하는 곳은 아니죠.
음악에 재능이 있어서 직업으로 선택할 소수한테만 락이 의미있는 것일까요?

물론 이 영화가 교욱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사실적인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가륵왕검님의 지적이나 그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같기는 합니다만 영화가 과장으로 점철된 코미디라는 점을 감안하고 생각해봅시다.

다른 아이들도 듀이를 통해 락을 만나면서 부모와 학교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맛볼수있었죠. 친구들 사이에 우정도 돈독해졌을거고 말이죠.

그런데도 이 영화를 보고 불쾌할 이유가 있을까요?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 불쾌했다면 영화속에 등장하는 교장 선생님이나 부모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건 아닌가요? ^^;
그들도 영화속에서는 결국 생각을 바꾼 듯 보이지만 말이죠.
10 조남기  
  사블무 팀장입니다
뭐라 딱 말 할수는 없지만 이 영화는 말 그대로 그냥 다른 세계의(문화가 다른 나라)의 영화로 보시는게 좋을듯합니다
솔직히 저희도 번역하면서 썩~ 재미가 있었다고는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 숨은 뜻이 참 많은 재미를 느끼게 만듭니다. 그래서 일일이 노래에 제목을 달고 번역 한마디 마디에 신경을 더 썼읍니다. 모쪼록 즐거운 감상이 되시길
1 최치원  
  가륵왕검님, 좋은 감상평이라 생각됩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또다른 이면을 예리하게 파헤치 좋은 글이라 이렇게 댓글을 올립니다. 어느 사회나 집단이건 모두의 공통분모나 가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 의해 발견된 가치도 타인들에겐 또다른 차별과 소외로 여겨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 교육의 권위에 도전하는 락의 가치 또한 완벽할 순 없겠죠? 좋은 지적이고 제게도 또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는 좋은 감상평이라 생각됩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연휴가 되시길....
1 해와달그리고별  
  일단 감상평은 잘 읽었습니다..나름데로 공감가는부분도 있고
물론 아닌부분도 있습니다..당연히 사람마다 다르겠죠..?
감상평을 쓰고 밑에 반론이 달리는것또한 개개인마다 생각이 다르기때문입니다..이곳은 서로 감상평을 쓰고 주고받는곳이지..
쓰잘데기 없는 자기 기싸움이나 하는곳이 아닙니다..
않좋은 댓글이 달려도 그건 그나름데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걸 꼭 반론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서로 반론하다보면 결국은 댓글 단분과 똑같아 진다는걸
아셨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1 최지훈  
  와우! 감상평 기가 막히네요^^
글쓴님은 영화를 정말 현실적인눈으로 보시는군요^^
40명의 클레스에서 밴드이외의 소외된 이들에게까지 신경을...
여지껏 봐왔던 리뷰와는 색다른 기분이었습니다^^
마음이 따듯한 분이시군요^^
다만.. 영화를 보실땐 그 현실적인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보시는게 어떨런지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요.. 시스터액트나 브링잇온..
이런류의 영화를 인종차별,교육,가치이분화
이런걸 생각하며 본다면.. 어느영화가 재미있을까요^^:
그냥.. 코미디일뿐.. 어렵게 생각마시고.. 보시길 권합니다^^
전 이런류의 영화를 너무 좋아한답니다~
이영화가 배드엔딩이었다면.. 한달동안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3 아무개  
  Rock을 아신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시리라 믿습니다.

이건 잭블랙 주연의 School Of Rock이지
School of Lock 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