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Avatar: The Way of Water, 2022)

영화감상평

아바타: 물의 길 (Avatar: The Way of Water, 2022)

S Cannabiss 8 427 0

아바타2를 봤습니다. 5개월 만에 영화를 보는 저에겐 마른하늘의 단비 같은 영화였습니다

요즘엔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져서 예전만큼 날카로운(?)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고요

그냥 재밌게 봤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설리 가족의 자식이 많이 나왔다 뿐이지 갈등이나 진행이 1편과 너무 유사했다는 게 흠입니다

또 바다에는 왜 갔는지 잘 모르겠군요

진짜 하늘나라 사람들이 안 쫓아올 거라고 생각했는지

필경 해전도 한번 치러보고 싶었나 봅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경탄할만한 기술력으로 꽉 찼지만 

그냥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13년의 텀을 두고 뭐가 그렇게 발전했나 싶기도 하고요

3년에 한편씩 찍었다면 2021년 즈음에 벌써 5편까지 개봉이 됐겠죠

아무튼 기다린 시간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지온님이 지적하셨듯이 장대한 스케일에 비해서는 뭔가 이야기가 너무 소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근데 이건 전형적인 미국영화의 서사 방식으로서 

가족과의 화합을 통해 세계를 도모한다는 기존의 법칙을 이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런 거죠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가부장적인 가족체제에 상처받고 소외받은 자녀의 엇나간 돌발행동

자식을 잃은 뒤늦은 아버지의 후회

재난이 일어난 지역에 나 홀로 뛰어드는 아버지

부서지는 빌딩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는 부자(또는 부녀), 

그리고 다시 싹트는 가족애와 치유된 사회

이것이 미국이 지향하는 휴머니즘이자 인본주의의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죠

너무나 똑같은 패턴에 클리셰를 느낄 수도 있지만 

이런 작동 방식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죠

또는 이런 경우도 많이 보셨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아이 한명을 구하기 위해서 군인 백 명이 생존이 불가능한 적진에 투입돼서 

군인 한명과 아이만 구출되는 상황이 과연 이치에 합당한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인데 쿼리치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 문제는 타노스에게도 똑같이 일어났는데

항상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면서도 끝을 보지 않는다는 문제입니다

쿼리치는 저격소총으로 몇 번이나 제이크를 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정거리에 들어왔으니까요

제이크의 자녀도 몇 차례나 인질로 붙잡았지만 

죽이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그들이 주인공이니까 죽여서는 안 된다는 법칙이 적용되기라도 하는 것 같더군요

근데 관객들도 그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아는데 괜히 봐준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습니까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을 뚫고 들어가서 상처하나 없이 나온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제가 인정머리 없다고 생각되실지 모르나 

옛날에 인디언들을 죽일 때는 이렇게 물렁하게 하지 않았다는 거 

이젠 전 세계인들도 다 압니다

근데 이건 뭐 비단 이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죠

다른 영화도 다 그러니까

근데 스토리텔링이 아무리 좋아도 이런 균형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관객들은 영화에서 쉽게 돌아서게 됩니다

공정하지가 못하니까요

1편의 경이적인 반응에서 2편의 이 심심한 반응은 뭘까요

13년의 시간이 관객들의 수준을 높인 걸까요

글쎄요. 저는 1편의 스토리텔링도 그렇게 대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치한 면도 있었고 좀 단순했죠

그래도 충분히 공감할만하고 재미있지 않았습니까

결론을 말하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최상위권 감독으로서(아마 스티븐 스필버그보다 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천재이지만

아바타는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했고

2~5편을 한꺼번에 기획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외에는 뭐, 저한테는 최상의 영화였고

가뭄의 단비 같은 기쁨을 맛봤습니다

제가 그냥 실망한 점만 적어서 그렇지 이게 넷플릭스 영화였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나라 사람들이 고래사냥을 할 때 

흑인들은 한명도 없더군요

아시아계 여자는 한명 있었는데요

그 외에도 대부분의 하늘나라 사람들은 백인이었습니다

PC주의의 본질을 알고 난 이상 유심히 관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근데 여러분들은

본인이 황인이라서 또는 흑인이면 약하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백인, 흑인, 황인이 다 똑같고 

강한 사람은 강하고, 약한 사람은 약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해도 

가해자 인종과 피해자 인종을 딱 정확하게 구분하는

백인 엘리트들의 인종관을 저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 점이 조금 웃기게 생각되고

이 영화는 PC성향이 그렇게 많이 드러나는 영화는 아닙니다

아무튼 저는 세 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재밌게 봤고

최상의 기술로 광활한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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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S 푸른강산하  
스케일에 비해 스토리가 빈약한가 봅니다.
저는 충분한 여유가 생겼을 때 감상하려 일단 킵해 놓고 있습니다.^^*
S Cannabiss  
다 좋았고 보여줄만큼 다 했는데
더더더를 원하는 관객의 욕구는 채워지지 않나봅니다
17 oO지온Oo  
ㅋㅋㅋㅋㅋㅋ 댓글로 아주 긴~~~~~~ 감상평 남기셨다길래 들어가서 읽었는데..
딱히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이상하다 싶더라니..
막된장 님의 감상평 읽고 있었습니다. ㅋㅋㅋ
두 분이 같은 날 감상평을 남기셨군요.

어쨌건 제가 2편을 보면서 든 생각과 칸나비스 님의 감상평이 비슷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기는 하네요.
1편의 이야기 진행이 진부했다는 칸나비스 님의 견해만 빼면 2편 관련해서는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1편의 이야기 진행에 대해서는 저의 경우 정말 재미있게 본 쪽이었어요.
물론 아바타의 이야기 자체가 닛뽕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를 많이 따라했다는 인상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신체적인 결함이라던지 등을 추가로 배치한 것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해 주고 싶습니다.

1편의 마지막에 나비 종족으로 되살아나는 제이크의 경우와..
오무의 보살핌으로 되살아나는 나우시카의 경우는 정말 비슷한 느낌이기는 했죠. ㅎ

하지만, 2편의 경우 실망감이 너무 컷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전투 스케일이 1편에 비해서 너무너무 미니멀리즘해졌달까 그래요.

회사측의 전함을 비롯한 전투기 및 헬기 등이 총동원된 1편에 비해서..
딸랑 고기잡이 어선과 어선에 딸린 소소한 장비 및 나비족의 몸으로 클론화 된 해병대 몇 명과의 전투라니..
미니멀 해도 너무나 미니멀 했뜨아~ 라는 생각입니다.
S Cannabiss  
그게 아마도 3편의 대전쟁을 위한 워밍업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ㅎㅎ
여기 지구인들은 갈 곳이 없어서 판도라에 눌러앉으려고 왔다고 하니 더욱더 큰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우시카는 제가 너무 옛날에 봐서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군욤... 나우시카랑 라퓨타 다시 한번 더 보고싶네요
22 zzang76  
우와 장문들만 쓰시네요. 전 그나마 1편보다는 나은거같더라구요.
S Cannabiss  
언제 한번 1~2편을 연달아서 봐야겠네요 하하
10 finding  
아바타는 포스터 그림이 징그러워서 아예 1, 2편 둘 다 보지 않았습니다.^^*
미국 영화는 거의 죽고 얻어터지는 것은 검은 사람들이 연출하던데 여기에서도 그런가 봅니다(?)
영화감상평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S Cannabiss  
감사합니다^^
예전에 1편 메이킹 필름을 봤는데 나비족은 거의 다 흑인이 맡았더군요
이거 참... 이정도면 미국에 사는 흑인들도 마음고생이 심할 것 같습니다
300년 전에는 날 때부터 멀쩡한 사람 노예로 만들더니
지금은 너희들은 원래 약자와 피해자로 태어났단다...라고 가르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