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9: 위도우 메이커 (아주 약간의 줄거리 있음)

영화감상평

K-19: 위도우 메이커 (아주 약간의 줄거리 있음)

2 칼도 0 2493 1

아무리 큰 잠수함도 결국은 삼중으로 닫혀있다. 우선 밀봉되어 있는 탱크처럼 닫혀있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바다 속에 닫혀있으며 칸을 나누는 철문들 사이로 닫혀있다. 이 삼중의 닫혀있음은 잠수함을 치명적인 무기로 만드는 사실인 동시에 위기의 순간에 잠수함을 승무원들에게 치명적인 것이 되게 하는 사실이다. 해상함이나 전투기라면 결정적 피격을 당했다 한들 승무원들에게 살아날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차에서도 가끔은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정한 승무원들에게만 목숨이 요구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나 잠수함에서는 불가능하다. 결정적 위기란 거의 틀림없이 승무원 모두의 목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통제할 수 있는 위기라도 어떤 칸의 승무원들은 반드시 목숨을 잃는다. 아무리 유선형이라 한들 트여있는 곳이 없는 검푸른 쇠뭉치 모양 덕에 안그래도 무거워 보이는 잠수함은 이 치명적인 성격으로 인해 진짜 무겁다. 물론 잠수함은 과묵하기도 하다. 최소한의 소리만을 내며 따라서 그 안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역시 절제되어 있고 단순하다. 이 무거움과 과묵함을 댓가로 해서 잠수함은, 특히나 1년 이상을 연료 재공급 없이 항해할 수 있고 핵미사일을 장비하고 있는 원자력 잠수함은 아군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적군에게, 아니 '적국'에게 은밀하게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그것은 이차대전때 이미 '사일런트 헌터'였지만 이제 그것은 수송선단이나 적함이 아니라 몇개의 나라들을 침묵 속에서 사냥할 수 있다. <크림슨 타이드>의 첫머리에 나오는, 지상에게 제일 강한 힘을 소유한 자는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핵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의 함장이라는 말은 바로 그 사실을 가리킨다. 이런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를 볼 때마다 나의 편에, 아니 '우리' 편에 이런 잠수함이 한척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유아적 상상력을 지배한다. 아쿨라 II나 시울프를 탈취해 미국을 상대로 게임을 벌이는 영화라도 하나 나와서 대리충족이라도 시켜주었으면 좋겠다. 캐더린 비글로가 이데올로기적 균형을 유지한채 조금만 덜 진지해지면 될 듯하다. 그녀의 <K-19 위도우 메이커>는 즐기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영화는 병사들의 영웅적인 희생만큼이나,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었을 때, 그리고 그 회망에 상응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을 때조차도 자신을 가슴 속 깊이 자랑스러워 하고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병사들에게 신선한 오렌지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대접을 할 생각이 없었던 소련의 모습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적'의 영토가 멀지 않은 북대서양 한 해역의 빙판을 뚫고 떠올라 미사일 발사실험에 성공하고 환호하면서 붉은 깃발 앞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는 병사들의 그 자부심과 의기양양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진 나는 찍자 마자 빛이 바래진 그 흑백사진에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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