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갓파더...

영화감상평

라스트 갓파더...

22 박해원 0 5121 0
안쓰러운 심형래 감독님... 정겹긴 하나 20세기 슬랩스틱 코미디를 별다른 가공없이 스크린에
옮겨놓은 느낌이 강하게 풍기네요. 또 블럭버스터인 '디워'보다 긴 러닝 타임이 이해가 안될
정도로 (디워도 썩 짧은 편이지만) 적잖은 지루함과 여러가지 부담이 눈과 귀를 덮쳤습니다.
3년동안 잊고 지내다가 막판에 와서 감독의 개그 감각을 믿고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요... 쩝.

황당한 스토리야 넘겨짚어도 전개면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가족애를 바탕으로 해서
정도 이상의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그려내고, 수없이 반복하며 강조하고, 덕분에 코메디 영화가
필름 늘어나듯 루즈해졌습니다. 거기다 영구의 로맨스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필요 이상으로 많아졌죠. 음악의 다채로운 사용이 눈에 띄긴 했는데 이 역시 처음엔
시대적 상황이나 엄숙하고 중엄한 분위기에 기여를 했지만 전개되면 될수록 지루함을 커버하기
위한 방편으로 느껴졌습니다. 이것들로 하여금 느끼는 바가 많고, 와닿을 수가 있을까요?

코메디는 폭소보다는 미소나 히죽 웃음, 실소위주입니다. 영구가 처음에 등장했을 때 반가움이
서서히 사그라들기에 적합한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세계를 겨낭해서인지 썩 친근하지는
않은 미국식 유머나 성인 유머가 간간이 보이는 가운데, 꽁트에서의 캐릭터성을 밀면서 힘겹게
개그를 짜내는 영구의 필사적인 몸부림도 눈에 띄었습니다. 자막도 한몫한 게, 그로 인한 웃음
부각 효과는 실로 극과 극이거든요. 어떨 땐 의역을 넘어 소설을 쓰고, 어떨 땐 잘 살리고요.

마지막으로 순수한 바보 영구는 어디 갔죠? 답답할 정도로 드라마 요소에 치중한 게 모순으로
다가올 정도입니다. 있는 거 탈탈 털어 주는 건 순수한 게 아니라 미련한 거고, 웃음을 위한
싸대기나 둔기질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총갖고 개그하는 건 답이 안나옵니다. 가족들끼리 부담
없이 볼 만한 코메디 영화? 글쎄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려면 부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친근한 바보라서 모든 게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영구의 그 이중적인 모습부터
이런 것들을 느끼는 나 자신까지 씁쓸했습니다.

※'다크나이트'를 보고 나왔을 때 그 여운과 짠함은 막바로 노래방 간다거나 하는 걸 망설이게
했지만 이번엔 다른 이유로 놀러가는 걸 망설이게 됐습니다. 디워가 상기되면서 싸함이 온몸을
휘감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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