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 [스포일러有]

영화감상평

로빈 후드... [스포일러有]

22 박해원 1 5626 0
러셀 크로우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재회인지라 많이 기대했는데요. 소수로 극강의 연출을 한
'글래디에이터'부터 스케일과 메세지를 고루 갖춘 '킹덤 오브 헤븐(물론 감독판)'까지 그의
활약상은 놀라웠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제목이 로빈 후드인 만큼 많은 걸 보여주려 했지만,
불행하게도 부족한 작품이었습니다. 자연 경관과 신비로운 음악이 맞물려져서 멋진 장면들이
연출됐지만 뒤로 갈수록 장면들이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지루하지 않게 한 채 많은
것들을 그려내기 위해 장면 전환을 종종 이용했지만, 오히려 맥이 끊기는 역효과가 난 듯해서
안타까웠습니다. 대스케일과 호화로운 캐스팅에 중점을 둬야 할 영화라고 생각되네요.

우선 한가지 의아한 건, 이게 왜 15세 이용가죠? '킹덤 오브 헤븐'을 보면 징그럽게 비참해
보이는 전쟁터였는데 이 작품은 전쟁터 분위기가 산뜻하군요.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의
차이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날도 밝고 숲도 푸르면서, 임팩트도 적었죠. 기병들이 달리면서
칼질을 해도 칼에 피 한방울 안 묻으면, 죽인 건지 위협을 한 건지 의아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은 중간에 강제 세금 징수가 벌어지기 때문에 그 차이를 극명하게 해뒀었으면
좋았을 거 같네요. 한눈에 봐도 CG를 거의 쓰지 않은 생라이브 기병들이었는데, 말이 사람들
치고 다닌다는 거 외에는 눈에 띄는 점이 없다니... 탄성과 탄식이 공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로빈 훗과 활잡이들의 기량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었고, 스케일을 떠난 짧디 짧은
매복 샷은 나날이 발전해온 게 느껴졌는데 말이죠. 쩝...

이 작품은 연결 고리라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쓰려 한 것 같더군요. 중세시대 블럭버스터답게
2시간 20분이라는 적지 않은 러닝타임을 알짜배기로 이용하려고 힘을 뺐겠지만... 글쎄요!
빈번한 장면 전환은 긴장감을 '서서히' 올리려는 의도였겠지만 감질이 솟아올라 지루해졌고,
목관악기를 이용해 종종 삑사리도 내주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주던 음악, 그게 씬과 씬 사이의
자연스런 연결을 위해 억지로 길이를 늘리고 페이드 아웃 시켜줬지만, 영화의 뚝뚝 끊기는
느낌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꾸역꾸역 집어넣은 세개! 첫째, 로빈 훗의 친구들이
별로 안친해 보여요... 둘째, 후반부에 부인과 가출했던 아이들의 지원... 그다지 도움이
안됐어요. 걔네 스케일은 드라마 '주몽'같아요... 끝으로 성적인 유머로 해학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 뭔가 필사적인 듯 보였어요. 영화내 급진적인 친밀감 조성에는 좋겠지만ㅋㅋ

씬 하나하나를 떼서 보면 훌륭한데 조립이 너무 안타까워서 전체적으로 필이 팍 꽂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냥 이런 영화가 있었구나, 하면서 '알렉산더'처럼 오랫동안
이름만 기억할 대스케일 영화였죠. 다음 편이 나올 모양인데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로빈 훗의 이야기는 거기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벽대전'과는 다른 디럭스 예고편같군요.
ㅎㅎ 이것도 감독판이 나온다면 정말 훌륭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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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율리시즈  
킹덤오브헤븐 감독판 재밌게 봤으요~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