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와 지옥의 묵시록 비교

영화감상평

람보와 지옥의 묵시록 비교

1 이규하 0 5493 0
람보2(Rambo: First Blood Part II, 1985)

미국인이 나와서 다 때려부수고 총질하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액션 영화.

근육질의 마초 백인 남성으로 압도적인 위력을 뽐내는 람보는 미국 ‘제국주의’의 포장 혹은 상징으로서 관객들은 람보의 압도적인 활약을 보면서 람보를 무의식적으로 ‘영웅’으로 인식하게 되고 숭배 내지 호감을 갖게 된다. 이는 미국의 제국주의, 혹은 자본주의의 무의식적인 긍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중을 조종)

베트남 전쟁을 아메리칸 히어로의 놀이터로 탈바꿈 시켜 베트남 전쟁의 심각성으로부터 대중을 마취시킨다. 베트남 전쟁은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했고 전 세계가 아직까지도 그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나 영화 람보에서는 그저 화끈한 서바이벌 게임장일 뿐이다.(대중마취, 트릭)

아메리칸 히어로 람보 앞에서 베트콩들은 그저 무식하고 잔인하며 겁 많은 미개종족일 뿐이다.람보의 무지막지한 화력 앞에 볼링핀 처럼 쓰러지는 베트콩들의 모습은 미국사회에 이미 만연한
오리엔탈리즘의 극을 보여주며 동양의 관객들은 무의식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을 수용하게 된다.(선/악의 내러티브)

미군을 주체로 보고 베트콩을 타자로 보았을 때 타자는 주체에 비해 한없이 작은 존재이며 주체를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타자가 사라진 후에 영화에 남은 건 주체의 끝 모를 나르시시즘 뿐이다. (타자의 상실)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

람보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 반대이다. 지옥의 묵시록에서 전쟁은 지옥과도 같은 광기와 공포의 탁류이며 그 흐름 속에 내맡겨진 인간은 결코 람보와 같은 영웅이 될 수 없다. 그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람보와 같은 아메리칸 히어로에 길들여진 관객들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지옥의 묵시록의 주인공인 윌라드 대위는 람보처럼 무지막지한 근육질에 마초같은 인물이 아닌 그저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국가를 버리고 정글로 숨어버린 커츠 대령을 암살하기 위해 부하들과 여정을 떠나면서 목격한 지옥과도 같은 전쟁의 광기와 폐해는 그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기 충분 하였다.

여정이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서 그와 그의 부하들은 서서히 공포와 광기에 물들어 간다. 결국 그들은 영웅이 아닌 한낱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던 것이다. 관객들은 이와 같은 장면들을 보면서 대중문화를 통해 주입되어 왔던 ‘전쟁’의 이미지를 깰 수 있게 된다.



공포... 공포는 얼굴이 있어. 그놈과 친구가 되어야 해.
공포와 비난에 대한 공포는 친구들이야. 친구가 되지 않으면 무서운 적이 돼.

-지옥의 묵시록 中 커츠 대령의 대사

커츠 대령은 뛰어난 군인이었으나 전쟁에 명분을 잃고 부하들을 이끌고 정글로 숨어버린 후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했다. 커츠 대령은 전쟁의 본질이 ‘공포’라는 것을 꿰뚫어 보았으나 자신만의 왕국에서 자기 자신이 ‘공포’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을 깨닫게 된 순간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처럼 지옥의 묵시록에서 인간은 광기와 공포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고 있으며 당시 여러 영상매체들을 통해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여론을 미화하고 전쟁의 명분을 정당화 시키던 권력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권력자들은 전쟁을 승리의 영광이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전쟁의 본질은 공포일 뿐이며 그 공포에서 오는 광기의 소용돌이는 지옥과도 같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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