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as Chainsaw Massacre, The (2003)

영화감상평

Texas Chainsaw Massacre, The (2003)

1 가륵왕검 3 2436 0

토브 후퍼가 1974년에 만든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를 29년만에 리메이크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전통적 호흡을 유지하는 수작 호러영화가 등장하지 않기에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부활시키려는 의도때문일것이다.

아무튼 1974년작은 14만 달러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든 영화로 촬영기간 또한 단 6주 만에 찍은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 제작과정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이 진짜 전기톱을 들이대며 찍었고 배우들은 동물들의 시체들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쓴 포르말린에 중독되는 것을 감수하며 촬영했다 한다.

그야말로 셈 레이미의 이블데드와 함께 아이디어가 열악한 상황을 초월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제이슨에 버금가는 험악한 인상과 파워를 가졌지만 수준미달 속편들과 함께 사라진 레더페이스가 전기톱 들고 날뛰는 모습을 다시 본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더구나 오리지날처럼 빈티 안 내고 인간을 난도질하는 장면을 마음껏 보여준다면....

영화의 소재는 1950년대에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연쇄살인마. 식인성향까지 가졌던 자의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오리지날의 시대적 배경은 1973년이었는데 리메이크작도 동일하며 5명의 젊은이들이 텍사스를 벤을 타고 횡단하는 것도 같다.

다만 오리지날에서는 묘지훼손사건으로 10여구의 시신이 절단되어 널려있다는 소식을 라디오에서 듣는것으로 시작하나 리메이크는 모든 사건이 끝난 시점에서 경찰들이 현장검증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또한 오리지날은 남자 히치하이커를 중간에 태우게되나 리메이크는 젊은 여자가 나오는데 오리지날에서는 그 남자가 자신의 손바닥을 자해하다 등장인물 중 하나의 팔을 긋지만 리메이크에서는 권총으로 자살한다.

그다음은 연유가 어찌되었건 - 차에 기름이 떨어져서든 여자시체를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서든 살인마가족이 있는 집에 찾아가게 되고 차례 차례 끔찍한 죽음을 맞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최후에 까지 살아남는 여자의 태도다.

오리지날에서 여자는 오직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도망다니기에 바쁘지만 리메이크에서 그녀는 적절히 상황에 대처하고 심지어 레더페이스를 공격해 팔 하나를 잘라내기까지 한다.

그리고 보안관으로 행세하며 등장인물들을 괴롭힌 살인마가족의 할아버지를 차로 들이받아 짓이기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실로 시대를 따라 가장 변한 것은 여자들의 용기임을 대변하는....음,, 아무튼 그렇다.

이번 리메이크작의 최대 미덕은 역시 레더페이스가 벌이는 전기톱의 향연이다.

오리지날이야 차마 그렇게 찍고싶어도 못 찍었겠지만 튼튼한 전기톱 하나면 안되는게 없다는것을 여실히 보여준다.(시체로 나온 사람은 레더페이스역 배우가 얼굴에 가죽을 써서 잘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휘두르는 전기톱을 간을 졸이며 쳐다보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사람 몸 두동강 내는 본연의 임무에서부터 문짝 자동차 가릴것없이 다 자른다.

그러고보니 그런 상황에도 열심히 도망가서 살아남는 여주인공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여담이지만 오리지날에서 이 장면을 찍을때 한 밤중의 숲속이었고 여주인공은 수도없이 넘어져 다친 탓에 영화에 나오는 피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 그녀의 피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리지날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갈고리에다 사람을 들어 그대로 꽂는 장면이었는데 리메이크에서도 재현된다.

오리지날이 가랑이에다 패드를 단 채 갈고리에 거꾸로 매달려 찍었다면 (정말 존경스럽다.) 리메이크는 갈고리에 꽂혔지만 아직 안 죽은 등장인물의 고통을 아주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영화기술의 발전이 제대로(?) 활용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메이크의 장점이자 특징은 여기에서 그친다.

오리지날이 월남전으로 인한 미국의 반전 분위기가 팽배하던 시절에 가졌던, 무분별한 폭력에 대하여 혐오감과 두려움을 심어주고자 했다는 해석이 붙는 반면.

리메이크는 그져 불쌍한 희생자들을 아작내는 단순구조의 스플레터 호러로 전락한 느낌이다.

비록 토브 후퍼는 이 작품 이후에 만든 것들 대부분이 쓰레기에 가깝다보니 지금은 뭘하는지도 모르는 지경이 되었지만..

이 작품 하나로 잔인한 무기를 사용하는 남성미 넘치는 살인마와 도시에서 동떨어진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육장면.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는 여주인공의 설정등을 통해 후대의 호러영화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은 그러한 장점을 가져다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기보다는 레더페이스와 여주인공의 대결구도로 호흡을 줄여버렸다.

오리지날이 비교적 살인마 가족들의 기괴한 분위기가 균형있게 살아있었다면 리메이크는 그런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또한 그들이 왜 여행객들을 잔인하게 죽이는지 레더페이스가 안면기형이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오리지날은 인근 가축도살공장에서 일하던 형제들이 해고를 당한 뒤 그에 불만을 품은게 요인이라고 나오지만 리메이크는 그냥 막 죽인다.

다만 레더페이스의 엄마인지 아내인지 모를 여자가 희생자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습을 여주인공이 보는데

그 여자가 아기에게 보이는 집착성향을 통해 레더페이스의 몰골을 놀리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그런 짓을 벌였을 거라 짐작이 될 뿐이다.

좌우지간 국내에 개봉을 해도 흥행이 될 가능성은 - 여름시즌이라면 조금 희망이 있겠지만 - 없으나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한 영화다.

물론 오리지날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오리지날 감독 Tobe Hooper에게도 리메이크 감독 Marcus Nispel에게도 데뷰작인 작품이다.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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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잔혹대제  
  오리지날이 생각이 잘 안났는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근데 전 오리지날을 좀 재미없게 본것 같은 기억이 있는데 리메이크는 초중반 잠들무렵 갑자기 잠을 깨게 만들면서 심장 쿵쾅쿵쾅하면서 끝까지 봤습니다.... 오리지날의 여자가 악만 빽빽 지르다가 가까스로 도망치면서 끝난 허무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는데...리메이크는 님이 말씀한 것처럼 시원한 장면을 보여주더군요... 뭐 원작이 낫다고들 하지만 원작 생각않고 본다면 리메이크도 아주 재밌었습니다...오리지날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기때문에 리메이크는 만족합니다...근데 역으로 오리지날을 다시 본다면 별 감흥이 없을 것 같군요..ㅎㅎ...아우 갈고리 장면은 내가 다 아픈것 같았어요...
1 강용현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가 아니라...
텍사스 갈고리 살인마가 더 어울리는 듯...
1 이민우  
  전 오리지날 보고 웃었는데 개봉당시 본게 아니라 한참후에 봐서리

전기톱들고 쫓아가는게 왜이리 웃음이 나오던지 그리고

여자 비명소리도 웃기고 근데 이번 리메이크작품은

정말 잘만들었다는 말밖에 안나오네요 대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