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 - 정통 호러와 테크니션의 적절한 만남

영화감상평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 - 정통 호러와 테크니션의 적절한 만남

13 fastfan 1 5365 0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 만큼 제게 쾌감과 실망을 안겨준 감독도 없을 겁니다.
Versus를 처음 접하고 그에게 열광하게 되었고
점차 기대에 못미쳐가는 후속작들을 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죠.
그러면서도 다음에는 더 나은 작품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도 버릴 수 가 없었습니다.
영화 감상에 있어서 말초적 감각에 중독되어버린 제게 몇 안되는 공급원(?) 중의 한명이었거든요.

글쎄요.... 클리브 바커표 정통호러와
만화적인 연출로 사정없이 날뛰어 버렸던 테크니컬한 영상의 감독....

어찌 보면 상극으로 보이는 이 둘의 만남을 보며 시너지 효과 보다는
서로의 영역에서 따로 놀다 망해버릴 것 같은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질 수 밖에 없었죠.
(일본 만화가 다카하시 츠토무 역시 클리브 바커 못지않은
대단한 스토리 작가라고 생각 합니다.
지뢰진이나 스카이 하이 같은 작품들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죠.
문제는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이 연출했던 그의 작품들을 보면...... ㅡ.ㅡ*)




영화 초반은 기타무라 감독의 색깔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합니다.
카메라 구성이나 스토리의 진행등 여타 헐리웃 영화들과 별반 차이가 없더군요.

"헐리웃에 가서 자기만의 끼가 몽땅 없어진거 아냐....
영화사에서 무지막지하게 간섭해댔나...."

영화를 보기 전에 했던 예상과는 정반대의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호러씬에서 발휘되더군요.
처음부터 화려하게 시작하지도 않습니다.
호러씬이 이어져 갈수록 조금씩 그 강도가 높아지고
후반 마호가니와 주인공의 격투씬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마호가니는 제이슨 스타일의 정형적인 호러 캐릭터임에는 분명한데
약간의 개성 부족으로 인해 좀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인물들의 살해 장면에서 발휘되는 기타무라 감독의 영상 센스는
마호가니라는 캐릭터의 밋밋함을 훌륭하게 보완해 주고 있더군요.

이전 작품과들과는 달리 카메라 워크나 현란한 편집을 남발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적재 적소에 딱 필요한 만큼만 씀으로써
전반적으로 밋밋한 연출 속에서
호러씬이 순간적으로 돋보일 수 있도록 잘 배치하고 있죠.
물론 기본적으로 작품의 장르가 액션이 아닌 정통호러인 점이 가장 큰 이유 이긴 하겠지만
그만큼 감독이 작품을 잘 이해하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뜻이 아닐까요.
다카하시 츠토무의 작품들 역시 이런 식으로 만들어 주었다면 훨씬 무게감 있는 작품들이 되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클라이 막스, 마호가니와 주인공이 격투를 벌이는 지하철 내부와
어둠 침침한 터널을 질주하는 지하철 바깥을 오고가며 연결되는 시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360도 카메라 회전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데
아즈미에서 아무 의미없이 허무하게 쓰였던 것과 달리
그를 통해 영화가 어두운 결말로 향해 치달아 가는 게 느껴지더군요.
카메라 워크를 통해 영상에 의미를 부여했다고나 할까요.
보는 내내 품었던 의혹이 확실시 되던 순간이었지요.
(이 부분은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격투씬 역시 너무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빠른 편집을 통해 웬만한 액션영화 못지 않은 긴장감을 보이며
이전 작품들에서 나타났던 어색함은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헐리웃 영화와 일본 영화에서 오는 차이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두 세계의 영화를 제 방식으로 인식하는 데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구요.)

제게 있어 이 작품의 마지막은 반전이라기 보다는 영역의 확대로 보여지는데요.
슬래셔라는 좁은 세계에서 SF(또는 신화적 환타지)로 넓어지는 장르의 변화는
일종의 해방감과 기대감을 맛보게 하는군요.

아쉬웠던 점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묘사가 좀 모자르지 않았나 하는 점과
여주인공의 희생에서 오는 암울한 느낌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상영시간을 좀 더 늘여서라도 확장된 영역을 좀 더 자세히 묘사해 줬더라면
호러영화의 핵심적인 쾌감 "해소", 즉 좀 더 시원하게 영화를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고,

원작은 읽어보지 못해서 어떻게 묘사되어 있나 모르겠습니다만
여주인공을 훨씬 더 헌신적이고 갸냘프고 여성적이며 아름다운(이 작품은 여 주인공을 무조건 절세미녀로 캐스팅했어야 됨!!!) 캐릭터로 설정하고
그 마지막을 좀 더 신비스러우면서도 처절하게 묘사했더라면
마지막 임팩트가 훨씬 강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네요.

클리브 바커와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에게 좀 모자르게 먹은 것 같으니 좀 더 달라고 하고 싶군요.







------------------------------------ 스포일러 끝 --------------------------------------------------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은 소위 말해 산만했던 곁가지 다 쳐버리고 굵직한 밑둥만 남겨 다시 돌아왔네요.
클리브 바커의 작품이라는 든든한 기반을 다지고 아주 효과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친 작품이라고 봅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스파이더맨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피터 잭슨이나 샘 레이미처럼 보일 정도군요. 하하.
이런 모습을 그동안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맨처음 Versus 만큼의 충격은 아닙니다만
훨씬 다져져서 돌아온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코트 or 망토 플레이 역시 그의 전매 특허인데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나오지 않는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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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2 한수  
관객하고 참 거리가 있는 감독인데 버수스나 잼필름스를 보면 기발하다는 생각이들더군요. 관객들은 그나마 아즈미를 많이 보신듯한데 이번 미트트레인도 그리 썩 가까워지지는 않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