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네요. 기구한 한 사람의
인생 역전이라는 다소 오랫동안 울궈먹어온 소제를 가지고 참 많은 것을
캐낼 수 있는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 같습니다. 우선 아직까진 다소 생소한
인도 문화를 간접적으로 신비롭고 친근감 있게 접근시키고, 자칫하면 살짝
산만할 수 있는 대스케일을 자연스럽게 전개시킨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교육의 혜택조차 받지 못한 아이
'자말'이 형과 함께 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불쌍하지만 아주 밝고
활기찬 게 대조되는 시각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반복되는 도둑질 후
도망다니는 모습에서 탄식보다는 괜스레 응원하고 싶었던 것도 인도를 뒤덮고
있는 검은 그림자와 내부의 비인간적인 만행들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돈벌이로 착취하고 학대하는 분위기에서 뭄바이가 정말 잔인한 도시라는 걸
자말과 형은 몸소 느껴왔지만 그들이 커가면서 바뀌어 가는 주위 환경과 함께
형은 그 안에서 외적인 안정을 찾고 말죠. 변하지 않는 순수 청년 자말은
처음엔 사랑이란 감정에 사로잡혀 퀴즈에 뛰어들지만 이윽고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됩니다. 특히 주위 사람 둘에겐 인생을 뒤바꿀 기회,
내적인 안정을 찾을 기회를 선사하게 되죠. 퀴즈를 풀어가며 과거를 오가고,
어린 나이의 수많은 상처들이 영광으로 되돌아오는 모습들이 경이로웠습니다.
믿을 수 없는 스코어로 인해 사기죄로 체포되었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그의 과거사는 동정과 연민을 극대화시켜 감정 이입에 더욱 큰 공을 세웠죠.
물론 영화 전체가 상당히 극적이긴 했습니다. 한번에 모든 상금이 날아가는
상황부터가 그렇겠지만 후반부에는 매듭을 느슨하게 해놓아 약간 어이가 없었죠.
우연이 운명이 되어가는 전개속에, 마지막엔 운명이 모든 걸 정해놓고 판가름
한다며 납득이 되지 않는 사상으로 해피엔딩을 조성하는데... 뭐, 생각해보면
주인공의 목표는 이룩한 셈이니까 그거야 말로 진짜 해피엔딩이겠죠. ㅎㅎ;;
꿈과 희망, 그리고 삶에 대한 모습 제시의 감동스런 영화였습니다. 재밌었어요~
※영화가 끝나고 뜬금없이 튀어나온 뮤직비디오를 보고 처음엔 뭔고 싶었는데
지금은 검색하고 사서 듣고 댕기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