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血無淚, 有意無新.-피도 눈물도 없이를 보고...

영화감상평

無血無淚, 有意無新.-피도 눈물도 없이를 보고...

1 이상택 3 2387 5
피도 눈물도 없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내심 류승완이라는 사람의 전작-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다짜마와리의 광 팬이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극장에 들어간게 사실이었습니다.
최근의 한국영화의 추세답게 결코 적지 않은 런닝타임인 두시간 남짓을 보고나온 결과,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씁쓸한 뒷맛이 함께 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분명히, 류승완은 천재적인 액션 연출력을 가지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에필로그에서 보여줬던 패싸움 씬이나 다찌마와리에서의 주인공 임원희와 나머지 "고기"들의 3:1 맞짱 씬등에서의 그의 감각은, 이번 새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여지없이 업그레이드 되어 나타납니다.
훨씬 현란한 장면을 고수하는듯하면서 인물의 동선을 놓치지 않으며, 절대로 인물의 동작이 잘못 얽히거나 흐트러짐이 없더군요.
(물론 이것은 극중 침묵맨으로도 등장한 국보급 무술감독 정두홍씨의 역할도 컷지만, 류승완은 자신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이미 무술 감독 겸 무술 배우!였었지만은.)
배경을 쓸어담는 카메라의 촬영도 일품이었습니다.
인천 부두가의 너절한 투견장, 끈적한 뒷골목과 추적 추적 비가 내리는 폐공장 물류창고까지. 아직까지 한국 영화에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배경이 와닿기는 드물었거든요.
컷과 컷의 연결과 편집, 그리고 류승완이 고수하는 한국식 쌈마이 액션과 스타일까지-
몇몇 장면은 의도적으로 류승완 감독이 시도 한듯한데 아주 좋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초반부의 인트로 씬이나, 독불이 첫 싸움에서 어퍼컷을 날리던 장면, 그리고 엔딩부분의 그래픽으로 처리된 초 클로즈 업장면등이었었습니다.-이장면에서 보면 알겠지만 화면가득을 만원짜리 한장으로 채운다는!)
류승완은 자신의 스타일로서 메이저급 영화 하나를 잘 만들어 냈습니다.
테크닉 면에서는 어느정도 합격점이나-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이영화, 어디선가 본 냄새가 찡하게 풍기는데...
마돈나 남편이자 단 두편의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영국 감독, 가이리치.
이사람의 영화 두편-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와 놀랍게 닮아있는것은 사실이군요..
극중 돈가방(스내치에서는 다이아몬드)에 대량의 인물들이 꼬이고 꼬이게 된다는 설정과, 감각적인 편집으로 템포를 밀고 댕기는 미묘한 호흡조절, 유머와 잔인함이 같이 묻어나는 대사등은 솔직히 의심을 면하기가 좀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몇몇 장면은 아예 똑같기까지 한데, 극중 독불(정재영)이 어이없이 치닫는 차에 죽는장면은 스내치에서 프랭키 4 핑거즈가 죽는 장면을 연상케하고요. 죽기 전의 독불이 악에 받혀 속칭 "꼭지가 열리는"것도 왠지 "칼날" 보리스의 그 장면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비슷한 설정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 주인공이 조우하게 되는 결과가 교통사고 라는것은 아모레스 페로스와 같다던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나리오의 탄탄함이 부재되어 있다는 점.
수진(전도연)이 이혜영에게 도움을 청하는것 까지는 이해가 되나, 경선(이혜영)의 본업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으며-팜플렛에는 금고털이로 나와있더라-게다가 결국 따지고 보면 이혜영이 하는 직접적인 "작업"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형사 마빡(이영후)에게 잡혀 시간만 끄는 정도?
게다가 돈가방 쟁탈전이라는 소재에서 보자면 돈가방의 움직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하겠지만 너무나도 쉽게 탈취되고 은닉되어버린후, 쉽게 그 주인이 결정되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채민수(류승완)일당이나, 신참 형사등의 캐릭터는 그 존재이유가 불투명할정도로 옅은 색이 되어버려 아쉽기도하고..

이런 저런 불만을 털어놨지만 그래도 확실히 말해서 피도 눈물도 없이는 재미있었습니다.
혹자는 여자도 머리끄댕이 잡혀서 맞는 영화가 뭐가 좋으냐라고 하지만, 여성을 꼭 화실속의 난초처럼 고결하게 표시하는 것이 페미니즘이고 좋은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편이거든요. 그리고 이영화는 페미니즘 영화도 아니고요.
딱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의 차별없이. 다량의 돈다발이 든 가방에 몰려든 인간군상들은 오십보 백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보기때문에, 그런 "탈취"행위에서 느껴지는 감정,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액션을 선택한 감독 류승완의 시도는 좋았다고 봅니다.설령 이영화가 "여자는 맞으면 안돼!"라는 알량한 인권주의를 내세워 여성만세!라는 스타일로 갔다면 정말로 쓰레기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에도 말했지만 류승완은 대단한 인재인것은 틀림없습니다. 6500만원으로 네편의 옴니버스가 뭉친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거의 혼자 만들어내다시피 했으며, 다찌마와리로 이미 인터넷 관람 횟수 100만회를 넘어섰다더군요. 이런 천재 충무로 키드에게 기대가 너무 컷던것일까요. 그의 정식 메이저 데뷔작은 기세가 조금 앞선 작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는 그 기세때문이라면 조금 아이러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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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정성윤  
맞는말씀입니다. 여자가 쥐터지면 안좋은 모습이고 남자가 쥐터지면 '액션감이 넘친다'라고 말하는거는 말도안되는 소리죠..-_-;;;여자든 남자는 어쨋든 배역은 그 영화의 도구일뿐 단순히 시나리오를 따라갈 뿐이죠.. 도구는 도구일뿐 따라하지 말자!!(이게 아닌가? -_-;;)
1 손인태  
성윤님의 마지막 대사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ㅡ_ㅡ;;
 
 뭐였더랑 ㅡ0ㅡaa
1 4르노  
정재영이라는 배우  리철진에서 처음보고 매우 기대했던 배우인데...역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