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필드 - 극장에서 타는 롤러코스터

영화감상평

클로버필드 - 극장에서 타는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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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을 시작하기 전에 핸드 헬드 카메라 기법에 대해 좀 지껄여 볼까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 카메라 기법을 대단히 싫어했습니다.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는 의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전혀 상황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영화에 몰입은 커녕 상당한 불쾌감을 유발하더군요.

케이브와 트랜스포머를 보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이 기법을 영화에 도입한 사람을 때려주고 싶었을 정도 입니다.



뭐, 아시다시피 클로버 필드는 작품 전체가 핸드 헬드 카메라 기법 입니다.

극장상영이 거의 끝나갈 무렵 신도림의 CGV 프라임에서 처음 봤었는데

보러 가면서 "또 스트레스 받을지도 모르겠구나"하는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오늘 PC로 두번째 감상하고 그때 기억을 되살리며 쓰는 감상평입니다.)



작품을 다 보고 나서

작품 전체가 그리 싫어했던 핸드 헬드 카메라 기법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 흠뻑 빠져들 수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제 나름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메라 기법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3인칭 시점은 인물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시점이죠.

클로버필드를 비롯한 몇몇 영화를 제외하면

절대 다수의 영화가 바로 이 3인칭 시점을 씁니다.

의도대로 바뀌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큰 제한 없이 편안히 영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점이지요.

이미 관객은 무슨 영화를 보던간에 이에 익숙해져 있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영상을 별다른 노력없이 편안히 받아들이게 되죠.



기존 3인칭 시점의 영화에서

핸드 헬드 카메라 기법은 긴박한 상황에서 주로 쓰였는데

손에 든 카메라라는 특성상 굉장히 흔들리며

관객이 상황을 알아보기 힘들게 만듭니다.

더군다나 3인칭에서 흔들면 그나마 좀 나은데

1인칭으로 시점이 변해버리면

더욱 급격한 시점의 제한을 받게 되죠.

관객은 별다른 노력없이 영상을 편안히 받아들이다가

순간적으로 제한되 버리는 이 시점에 적응을 못하게 됩니다.

비유를 하자면 맛있는 자장면을 후룩후룩 입속으로 넣고 있는데

그 중간을 가위로 잘라버리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잘 들어오던것이 순간적으로 끊겨버리니

그 단절에 불쾌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느꼈던 그 짜증은 이에 기인한 했던걸로 생각됩니다.



클로버 필드에서 초반 송별 파티 장면은 정말 중요합니다.

인물들의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보여주면서

관객이 생소한 1인칭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빠져 들도록

만들어 주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제한된 시야에 시도때도 없이 흔들리며 불편하긴 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시점에서 변화가 없기 때문에

한번 익숙해 지면 단절이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게다가 사이드 이펙트로

가끔가다 높은 곳(아파트라던가 헬기)에서

잠깐이나마 괴수를 비추어 줄때

3인칭 같은 시점의 효과를 주는데

제한된 시야가 조금이나마 트임으로써

무의식적인  해방감이 들더군요.



이번에 PC로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소리입니다.

시점을 자신의 것 처럼 느껴서 민감해 지는 것인지,

역으로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청각이 더욱 민감해지는 것인지

알 수 는 없습니다만

청각이 민감해 진다는 것 만큼은 확실합니다.

PC의 헤드폰이기 때문에 음량이나 채널이 제한되니

긴박한 순간에 극장에서 온 몸으로 느꼈던 당시의 느낌이 오히려 정확히 떠오르더군요.

극장에서 봤던 타 장르의 영화를 되새겨봐도

그 정도로 소리에 민감해 졌던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하는 이유를 영상이 아닌 사운드로 꼽고 싶군요.





핸드 헬드 카메라 기법, 즉 1인칭 시점이 되니 연출에 기교도 필요가 없어졌더군요.

인물들이 어두운 지하철로를 걸어갈 때를 떠올려 봅시다.

카메라의 야간 조명을 켜고 주인공의 얼굴을 비췄을때

그 뒤 천장에 붙어 있는 괴 생명체들...

이것들을 직접 카메라에 잡는 것이 아니라

얼핏 비추기 때문에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것인데,

3인칭 시점이었다면 클로즈업이라던가 시점변화를 통해  

영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을 것입니다만,

괴물체가 자연스럽게 빗나가게 찍힌 장면은

관객이 알아서 놀래 버립니다.

괴물한테 물린 머렌다가 텐트 뒤로 끌려갈때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아주 잠깐 나타났을 뿐이지만

텐트 뒤에서 피를 뿜어내는 머렌다의 실루엣은

순간적인 상상력을 자극하고 불쾌한 감정을 증폭시킵니다.

기존의 공포영화 였다면

가능한한 잔인하게 머렌다의 죽음을 묘사해서

직접적으로 보여주었을 테지만

핸드 헬드 카메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시점 덕분에

관객은 스스로 머렌다가 죽어가는 모습을 순식간에 상상해 내며

스스로 불쾌감과 공포라는 감정으로 기어들어 갑니다.  

동시에 죽는 모습에 대한 참기힘든 호기심도 들지요.

거기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시야와

증폭된 청각은 더욱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종국에는 이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 믹스된 감정에 휩싸이게 되어

그 상황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어가 버립니다.



한마디로 해서 핸드 헬드 카메라는 제대로만 먹혀 들어가면

관객이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알아서"(다시말해 "능동적으로")

작품에 몰입해 버리는 대단한 기법이라는 것입니다.

적재적소가 아니거나 시도때도 없이 써먹다가는 짜증만 유발하는 위험한 기법이기도 하지만요.



전 이 작품의 백미를

바로 카메라맨이 괴물 입속에 들어갈 때로 꼽고 싶습니다.

괴물 입속에서 씹히는 사람의 느낌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한 첫 장면이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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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S MacCyber  
정말 '영리한' 영화라는 걸 인정 안 할 수 없게 만들죠. 처음 소개될 때는 끝까지
괴물의 정체가 안 나온다고 알았는데 실제로는 보여줄만큼은 다 보여준 것 같네요.
저도 괴물 입속 장면이 가장 리얼한 느낌을 줬다고 보는데 (쓸데없는 짓이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장면은 살짝 '옥에티'라고 생각됩니다.

괴물의 크기를 생각해본다면 괴물에게 인간은, 비유를 하자면 우리가 개미를 보는 정도의
느낌일 겁니다. 즉, 사람이 씹힐 정도의 크기라기 보다는 이빨에 고춧가루(?) 끼는 정도라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ㅎ
1 이세한  
푹빠져본영화는추격자랑클로버필드정도
진짜재밋게봣는데..
실제로 저괴물이 ㅋㅋㅋ나타난다면
미국이 도시한복판에 핵을써야되는상황이올지도
마지막장면이 핵쏜거엿나?
1 정수  
신문에서 낚시영화라기에 보게 되었는데,

돈 진짜 쬐끔 들었겠더군요. 그래도 포스터는 돈 좀 쓰지, 포스터를 보면 삼류영화같아서 볼 맘이 없었죠.

1인칭 시점에 핸드헬드 카메라로 끝까지 찍은 것은 참신한 시도였지만,
시야각이 답답하고 화면이 불안하고, 볼거리가 없다는 단점이 있네요. 관객의 기대를 져버린.. 낚시

저예산 독립영화 보는 것 같았어요.

1인칭 시점으로 괴물이 사람에게 덤벼드는 장면, 거대괴물에 먹히는 장면은 무섭더군요.
1 김선제  
오락영화로서 뭐 굳이 흠잡을곳 없는 즐겁게 볼만한 팝콘무비라고 생각합니다. 전 미스트보다는 이작품이 더 마음에 드네요.
1 Asherah  
감상문을 적으려고 했는데... 너무 잘 쓰셨구. 몇몇부분은 제가 조잡한 글재주로 말하려고 했던 부분들을 말씀해주셔서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잘보고 갑니다.
1 사악한  
전 하도 흔들려서 머리가 아프고 속도 울렁거려서 혼났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더라구요.

전 보고난후 이 영화가 블레어위치 + 고질라 + 미스트 + 괴물(괴물디자인이) + 돌이킬수 없는(울렁거려서) 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