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력선봉(1988) 주성치식 양아치 연기의 원형

영화감상평

벽력선봉(1988) 주성치식 양아치 연기의 원형

2 인간의힘 2 4690 1
이쯤은 봐줘야지 주성치의 팬이지! 라는 생각에 무심코 선택한 영화. 그런데 별로 . . 안 웃기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초창기의 주성치는 꽤나 진지한 영화에서 하염없이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기도 한다. 특히 '강호 최후의 보스'와 같은 작품은 오맹달 주성치 듀오의 위풍당당함이 비디오 자켓에 버젓이 나타나 있어 뭣모르고 골랐다가 초대박 후회한 기억도 있다.
 
그 듀오가 그 듀오가 아니네~. 락 앤 롤 듀오를 만나러 갔다가 갱스터 힙합 듀오를 만난 기분이랄까.
 
지금의 화려하고도 재기 넘치는 이미지를 과거 속에서도 찾을 수 있을까 안일하게 넘겨 짚었다가는, 뒤통수 맞을 수도 있으니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주성치 신화의 시원으로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의 모든 작품을 섭렵하겠다는 팬심과 의지라면 어떠한 작품이든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임이 분명하니, 이처럼 느닷없이 '1988년작 벽력선봉'을 보고 영화평을 쓰는 작자도 나타나는 것이리라.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우선 왜 안웃기는 것일까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첫째는 주성치가 아직 나이를 덜 먹어서 자기 세계가 익지 않아서라고 유추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성숙하건 성숙치 않건 과장 오바 호들갑을 떠는 주성치의 연기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오히려 가장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장강 7호에서의 묵묵한 정극 연기를 예외라 할 만하다.
 
둘째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초창기의 주성치가 활동할 무렵에는 무협 이외에 오우삼 서극을 필두로 하는 홍콩 느와르가 대세의 물결을 형성하고 있었고 정전자니 지존무상이니 하는 도박 무비가 또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주성치도 이 조류를 피해갈 수 없었는지 때로는 똘똘하게 이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피로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배우 생활을 이어나간다.
 
벽력선봉은 당시에 불고 있던 느와르의 영향을 심하게 받은 것처럼 보인다. 내용을 한 번 읊어보자. 주성치는 어떤 범죄 조직의 꼬붕이다. 그는 범죄 조직이 움직일 때 차를 훔쳐다 주고 용돈 정도 타 쓰는 형편이다. 여기에 범죄의 냄새에 밝은 열혈 경찰관이 있다. 형식과 절차를 무시하는 열혈 경찰관 답게 그는 관료적인 자신의 경찰 상사와 사사건건 대립한다.
 
어느 날 평소와 다름 없이 꼬붕짓을 하던 주성치는 열혈의 눈에 띄게 되고 두 사람은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의기투합. 가까스로 이들을 소탕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눈물 겨운 우정(?)이라 할까. 사나이의 의리(?)라 할까. 이 의리가 빠지면 느와르가 아니겠지.
 
줄거리에서 뭔가 특별한 것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의의로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전개되고 총격신도 리얼하게 펼쳐진다. 웃기려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주성치의 색깔 있는 연기는 영화의 맛을 돋운다. 느와르 하면 강하고 어둡고 고독한 인물들이 떠오르는데, 주성치라는 통통 튀는 인물은 기존의 어두운 인물 구도로 일관하던 장르의 형태를 뒤트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완전 강추작이라는 느낌은 아니고. 주성치라는 소스가 얹혀진 먹어 볼만한 돈까스 정도.
 
재밌는 것은 주성치는 언제 어디서나 거의 밑바닥 인생으로 자신을 모델화 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쿵푸 허슬에서의 덜 떨어진 양아치 캐릭터의 원형이 보인다는 점이다.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주류의 깡패들에게 이용이나 당하다 버려지고. 그러나 이 양아치는 따뜻한 마음과 위기를 헤쳐 나가는 재치를 갖고 있다.
 
실로 주성치적인 덕목. 그 원형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두드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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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코로라  
쿵푸허슬 정말 재미있게 보았는데 기회되면 벽력선봉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10 부성웅  
광팬이 될 뻔한 사람으로써는 반가운 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