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맞은 스파이 영화

영화감상평

한계를 맞은 스파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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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오브 라이즈는 "스파이게임"이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등이 떠오르는 영화다. 스파이 영화이지만, 액션보다는 관계와 반전(?)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기대에는 상당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

스파이 영화는 긴장감이 생명이다. 냉전시대에는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냉전세력 간의 긴장이 스파이 영화의 주요 소재였으나, 냉전이 끝난 이후 스파이 영화의 초점은 테러리스트나 국가(주로 냉전이 끝난 후에도 강력한 통제력을 쥐고 있는 FBI나 CIA등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나 본 시리즈 등) 심지어 기업("마이클 클레이튼" 등도 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듯)까지 스파이 영화의 소재로 부각되었다. 이와 같은 냉전 이후 스파이 영화에서는 냉전시대에 비해 사회적 긴장감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적을 등장시킴으로서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비교적 성공했다. 하지만 바디 오브 라이즈는 그와 같은 긴장감이 부족하다.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은 영화 내내 강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미국의 정보기관에 학살당하다가 가끔 폭탄테러 하는 정도이다. 물론 폭탄테러 무섭다. 무섭지만, 미국보다 무섭진 않다. 주인공은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도 아니며,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테러리스트를 잡으러 다닌다. 여자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에게 잡혀간다는 설정은 하품마저 나올 정도이다. 이 영화는 설정 자체가 고양이에 맞서 싸우는 쥐가 아닌, 쥐와 싸우는 고양이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자체로 긴장감은 날아가 버린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탓할 생각은 없다. 우리가 처한 현실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더이상 싸울 상대가 없어져 버렸고, 스파이 영화는 한계에 부딪혔다. 세계를 멸망시킬 정도로 힘있는 가공의 테러리스트라도 만들어내지 않으면, 스파이 영화를 찍기도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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