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어느 살인자 이야기 - 지독한 슬픔과 쓸쓸함의 향

영화감상평

향수, 어느 살인자 이야기 - 지독한 슬픔과 쓸쓸함의 향

1 Dark B;John 2 2320 4

원작을 접하지 않은터라 그 느낌이 더욱 극렬하지 않았을까?

모든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아버리는 듯한 마지막의 처연한 표정으로 천사의 향을 온몸에 방사하던 모습에서는 기묘한 아름다움과 함께 자신이 그토록 얻고자 했으나 막상 그것을 얻었을 때의 무상함과 허탈함같은 감정이 느껴져서 미묘한 슬픔과 쓸쓸함도 느껴졌다.

살인자 이야기라기보다 사랑받지 못한 채 세상에 태어난 혐오스런 인물-물론 비쥬얼 상으로 묘사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전혀 혐오스럽지 않다. 다만, 어딘가 음습한 기분나쁨, 마치 저주의 근원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아무튼...- 이 향을 통해서 아름다움, 따뜻함, 아가페적 사랑같은 감정을 극한까지 추구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세상의 법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반사회적 모습이 전혀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 방법의 잔혹함을 고어적으로 묘사하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영화 전반적으로 풍겨지는 냄새가 전혀 없는 주인공의 쓸쓸함이 지독하게도 느껴지는 감정의 슬픈 내음 때문일 것이다.

세상 모든 냄새를 미세한 부분까지 분간할 수 있는 주인공이 그토록 갈구하고자 했던 아름다움과 그리움의 향을 얻기 위한 광기의 몸부림이 혐오스럽기보다는 슬프게 다가왔다.

"왜 죽였냐?!!" 는 서러운 물음에 그저 "...필요했기 때문..." 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슬픔이다.

후에 자신이 추구하던 궁극의 향, 천사향-사람들이 천사처럼 주인공을 대하기에 개인적으로 붙인 이름- 을 통해서도 결국 마음속 끝없는 공허함은 채울 수 없기에 더욱더 슬프지 않았을까?

아무리 해도 자신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렸기에 말이다.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영역에서의 천재였던 만큼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적 없던 존재였던 그였기에 아마도 그토록 자신의 존재가치 증명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국에 가서는 그 모든 노력과 광기가 잡을 수 없는 신기루를 쫓았던 부질없는 것이었기에 모든 것에 의미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리 매혹적이고 강렬한 향일지라도 언젠가는 사라져버리는 것이 자연의 섭리일진데, 자연을 거스르고 인륜에 역행하면서까지 순간을 영원히 하려고 했던 부질없는 자신의 욕망이 불가능함을 깨닫고서는 말이다.

모든이가 원하던 순간에, 모든이가 사랑과 행복과 황홀함에 취해있는 순간에 오직 혼자서만 고독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가 되어서 슬퍼졌다.

허무와 고독, 쓸쓸함, 부질없음 같은 감정으로 복잡한 주인공이 초연하게 천사향을 자신에게 방사하는 장면에서는 서두에 말했듯이 아름다움과 슬픔이 기묘하게 교차하는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결국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것을 진정 우리가 가질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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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거믄  
  영화를 보긴 했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내용이 충분히 나와주었는지 모르겠으나,

파리의 망해가는 한 향수 장인의 도제로서 있을때에... 세상 그 어디에서도 없을 듯한 최고의 냄새를 맡은 이후
그 냄새에 이끌려 여인을 목졸라 죽인 후, 갑자기 세상의 모든 냄새가 싫어져 높은 산 오직 정적, 고요의 냄새만 있는 곳을 찾아 떠납니다.

그곳에서 대략 몇 년을 혼자만의 상상속에서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수많은 향 들을 되집어 가는 중 갑자기... 주화입마를 겪게 되는데... 여기서 깨달음을 얻고 하산하여,

최고의 향을 얻기위해 인간마저 향의 도구로 사용해버리는....
지극히 위험하면서 본능적인...
오직 자신의 코에 의지하여...
교육받지 않은 한 천재가 내적욕망에 충만해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영화....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나 원작이 더 좋더군요 ㅋ
1 kim j h  
  원작은 정말 밤새는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But 영화는 참....쩝 2%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