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스포 有)

영화감상평

그놈 목소리(스포 有)

1 전경 2 3732 8


감독 박진표 
배우 설경구  / 김남주 / 강동원 
장르 드라마 / 팩션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2 분
개봉 2007-02-01
국가 한국



 감독의 분노

 이 영화에 대해서 조금만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아마 알겠지만, 감독은 '그것이 알고싶다' 1회, 이형호군 유괴사건 편의 조연출을 맡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때의 분노가 오늘에서야 세상에 (공식적으로) 터졌다. 감독의 분노는 영화를 보면서 절절하게 느껴진다. 아마 설경구의 분노는 감독의 분노나 진배 없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감독은 정말로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실종된 아동들에게 관심을 갖고, 주위를 살펴 주기를. 아마 영화를 봤다면, 최소한 인간이라면, '그래 봤자, 영화 소재로 잡고 흥행이나 좀 해보려는 속셈이겠지' 따위의 생각은 안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애 좀 잡지마

 '여섯개의 시선'이라는 영화였던가. 박진표 감독이 찍은 단편 영화에서도, 잡히는 애와 잡는 엄마, 그런 엄마를 잡는 대한민국 사회가 (암시적으로)등장한다. 아이의 혀를 잘라 가며 영어 발음을 좋게 하려는 엄마. 의사는 몸소 모범적인 발음의 예를 발음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는 듯이 다리를 떤다. 아니 그깟 영어가 뭐라고 애 혀를 잘라 자르길. 이 심각한 사태를 우스꽝 스러운 장면을 통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씁쓸하게 표현 해서... 기억에 남았다.

 '그놈 목소리'에서도 애 잡는 엄마와 잡히는 애가 등장한다. 12층 까지 땀 뻘뻘 흘려가며 계단을 올라야만 했던 상우.아이 실종 후, '그놈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계단을 기듯 겨우 올라가는 지선.(상우엄마) 자신이 상우를 위해 한 일들이 상우에겐 얼마나 가혹한 일이었는 지를 회상하는 장면..(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계단 오르길 멈추고, 환상에 시달리며 힘들어하는 지선 어깨 너머로 '12층'<- 을 비춰주지 않았는지가 궁금하다.. 똑같이 12층을 비추면 좀 유치한가?)

 애가 유괴 당했는데..
우리 애는 탕수육이나 피자 같은 거 먹으면 안된다고...?..
이러면 안되지만, 그놈 목소리가 웃을 때, 나도 속으로 씁쓸하게 비웃었다.

 애 좀 잡지 말자구요 다들.



 효과음에 가까운 음악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극적이고 슬픈.. 비릿한 음악이 깔렸으면 했는데...
극장 안은 '쿵, 쿵' 거리는 음악이 수시로 깔렸지만... 정작 내 심장은 그 음악으로 인해선...별 반응 없었다.
음...[박수칠 때 떠나라] 오프닝 같은 느낌의...노래가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설경구의 연기는 예상, 김남주의 연기는 의외의 발군, 그놈의 연기는 훌륭했다


 설경구의 연기는 그야말로 예상이 가능 했다. 이 부분에선 이렇게 연기 하겠다. 그 부분에선 그렇게 연기 하겠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좋은 배우임에는 틀림 없다. 특히나 끝에 다다를 수록 연기가 빛났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글쎄, 무서울 정도로 내 예상과 맞아 떨어지는 연기 였기 때문에...

 김남주의 연기는 의외였다. 김남주가 연기 하는 모습을 거의 못 봤기 때문인지... 의외로 월척을 낚은 느낌?
그놈~ 과는 상관 없지만.. 나의 완소 영화 <장화, 홍련>에서 새 엄마 역할을 김남주가 맡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아무래도 김남주와 염정아 이미지가 비슷해서 그런 생각이 든 듯...(날카롭고 예민함이 극에 달한 이미지)








 그놈. 그놈 목소리. 훌륭했다. 참치씨라는 거 알면서도 살인 충동(;)이 일었다.
한가지 바람은, 상우 부모가 그놈 잡으려고 휘둘리면서 쫓아 다닐 때... 그 때 화면 곳곳에 그놈 비슷 한 놈을 세워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그놈'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이런 느낌을 줄 수도 있고.(영화 에선 실제로 이런 장면이 있긴 하지만.... 좀 더 많이(;) 그러나 정말로 은밀한 곳에 배치 했었으면..)






 


 김형사는 왜 나왔나요?


 네. 짜장면 드시려고 나왔습니다.








 정말 아쉽다. 이도 저도 아니고... 김영철이 나온다길래, 조금은 기대 했는데................
'어라? 김형사 아들 나오네? 혹시 김형사 아들도 유괴되나? 그러면 완전히 삼천포로 빠지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마지막엔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냥 너라도 유괴되지 그랬니.'

 김형사는 왜 나왔을까?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의 그 막강 포스는 어디로...어디로... 어디로..




 '살인의 추억'의 추억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접하면서 '살인의 추억'을 추억한다. 사실 사건 자체로만 본다면 다른 점이 많지만, 아무래도 분위기랄까.. 감독 포스랄까... 관객들을 '추적자'로 만든다는 점에서 그럴만도 하단 생각이 든다. 그러려고 하지 않았지만, 비교가 많이 되긴 하더라.

 특히 유머 부분.
 봉준호 감독이 좋은 이유는, 유머와 진지함, 감동을 유연하게 하나로 엮어내는 점에 있다.(이 감독님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다.) 웃다가도, 경직되고, 그러다가도 다시 웃고, 그러다 또 울고.('괴물'을 보다가는...'감독이 나를 희롱하나?' 하는 생각 까지 들었다. 나를 뒤에서 쥐었다 폈다 하는 느낌) 살인의 추억도 그랬다. 송강호 형사의 그 어눌- 한 말투와 억지스러운 행동. 그런 모습은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지만.... 그가 긴장 할땐 나도 바짝 긴장 했었고, 마지막에 가선 결국 분노의 눈물을 흘리게끔 하였다.(밖으로든 속으로든) 어쩌면 이런 역은 송강호이기에 소화 해냈을지도 모르긴 하지만..


 그놈 목소리에도 웃음을 주는 요소가 종종 등장 하는데, 이 유머는 아주 기분이 나쁘다. '지금 장난해? 이게 웃기냐?'라는 느낌.('응. 웃겨.' 하고 웃는 관객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애가 유괴된 아빠한테 싸인을 부탁하다니.. 그것도 경찰이? 옆에서 '저도 좀...'하고 종이 내미는 너! 그래 너! 너도 마찬가지야. 게다가 김형사... 김형사는 웃기지도 않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를 찍으려면 제대로 찍으시던가..(->만약 감독이 '당시 한국 경찰의 무능력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영화 전체 흐름 상 불쾌하게 끊어지는 유머 뿐이었다.)

 갈치 엄마..! 과학 수사도 좋지만...(갈치 엄마..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나온 연기 잘하는 훌륭한 언니.. 성함을 잘 모르겠어요.) 눈물 한방울 정도는 흘려도 되는데.... 끝까지 '일'의 일부로 여기는 것만 같은 모습에.. 조금 아쉬웠어요~

 살인의~ 에서 또 하나의 재밌는 요소는 이렇다.
김상경 형사와 송강호 형사가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 끝 판 가서는 완전히 뒤바뀐 모습.
이성밖에 없었던 엘리트 김상경 형사는... 범인을 앞에 두고 이성이고 개뿔이고 분노만이 남아있었고..
그 뛰어난(?) 육감을 가진 시골형사 송강호 형사는 끝에 가서는 차차 이성을 찾아가며 김상경을 달래는 역이 되어 있었다.

 그놈~에서도 이런 요소가 있긴 하다.
초반, 이성이 충분히 갖추어진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경찰에 신고한 상우엄마가 정말 미웠을 거다.
그런데 중후반으로 흐를수록 지쳐가는 상우아빠와 대비되어 미쳐가는 상우엄마에게 연민을 느끼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고...
 반면, 상우아빠는 처음엔 믿음직 스럽다가도.. 지치는 그의 모습에... 관객은 애가 타기 마련.






 그놈 목소리, 그놈 필적, 그놈 얼굴......아..!! 그 놈.. 그 새끼... 그 개새끼...!!!!!!

 마지막 가서 울분을 터뜨리는 설경구의 모습에 모두들 이런 생각이 들었으리라 생각된다.
한앵커(감독)가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에게 하는 외침.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서, 마치 내 얼굴에 대고 말하는 것 처럼 느껴지는 그 울분은... 전율을 느끼게끔 하였다.
불이 꺼진 스크린 위에 뜨는 그 놈의 몽타주.. 관객들 한명 한명의 귓등을 싸늘하게 쓸고 가는 그놈의 목소리.. 극장안에 울려 퍼지는 그놈의 웃음 소리...

 말을 잃게 만들었다. 그 순간 만큼은 그래도 모두가 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살인의 추억' 때문에... 이 영화는 저평가 될지도 모르지만, 영화와는 별개로 또 다른 사회의 파장을 불러 일으킬 듯 싶다.(긍정적인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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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김광영  
  못잡은 범인이 한두명인가....정말 답답하다...미해결 사건이 정말 많다고 하는데..
피해자 분들은 얼마나 속상할지...
2 mIRROR  
(우선 저 같이 영화를 보고 느낀 놈도 있구나 하는걸 감안 해주시길 바라며..)

글쓰신 분의 얘기로 치면 전 참 나쁜 놈이네요..^^;;
정말 좋은 소재인데 이렇게도 만들수 있구나 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뼈대는 분명 심각하고 가슴아프고 절절함이 가득한데 감정이입과 공감대 형성은 전혀 안되는....
극을 이끌어 가는 흡입력이 너무 달리더군요.. 엔딩크레딧이 빨리 올라가기만을 바란 ..솔직히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특히나 영화라는 대중작품으로 놓고 봤을때 엔딩장면의 자막과 몽타주, 음성신은 마치 드라마를 잘 보고 있다 다큐멘터리로 채널을 잘못 돌린것 같은 영~ 찝찝한 느낌 이었네요..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으나....

허나 의외의 발견은.. 오랜만에 복귀한 김남주님의 연기.. 연기를 이정도까지 잘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