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와 큐브릭 A.I

영화감상평

스필버그와 큐브릭 A.I

1 치우천황 5 2296 1
과연 그러할까... 꼬장꼬장한 완벽주의자 스텐리 큐브릭이 남긴 유작을 순백색 뇌의 스필버그가 완성시켰다면.. 두말 할 나위없이 걸작이라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모든 스필버그의 영화를 통틀어 가장 지적인 영화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영화 인공지능이 턱없는 인간애나 혹은 함량미달의 자기연민으로 치닫지 않은 것은 분명 큐브릭의 입김일것이다.

스필버그가 그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거장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그 태크닉에 미치지 못하는 통찰력과 호흡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전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아미스타드에서 보여준 인간을 바라보는 유아적 인간애가 그것을 잘 나타내 준다.

그럼에도 생전에 큐브릭은 스필버그에게 여러차례 A.I의 시퀀스를 들려주었다 한다..

그건,, 자신이 가지지 못한 따스함.. 처절하리만치 차가운 냉철함으로는 이룰 수 없는 스필버그 특유의 따스함으로 만들어내고 싶어서였을까.

하긴 아이즈 와이드셧도 거장 큐브릭하고 작업을 하기를 갈망한 톰 크루즈의 노력이 없었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거라는데 A.I를 직접 만들어내기에 겁이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 인간을 사랑하게끔 만들어진 꼬마로봇 데이빗이 뇌사상태인 소년을 대신하여
불운한 부부의 집에 오고.. 사랑을 갈망하며... 그러다 어이없게도 의식이 돌아온 아들에 의해 버려지는 일련의 과정은 참 묘하게도 서로 필요한 최소한의 감정 외에는 지독하게도 매말라 있다.

부부가 오직 단 하나 사랑을 얻기 윈하는 데이빗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어찌보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인간만이 가진 감정인 사랑,, 그것을 인간이 만들어낸 피조물이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인간들은 당혹해하지만 너무나 인간다운 데이빗을 받아들이게 된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친아들이 의식을 되찾자 가차없이 데이빗은 버려진다.

최소한의 자위의식..자신을 지키고자하는 자연스런 행위마져 단절되고 데이빗은 인간의 영역에서 밀려나 버린다.

그렇게해서 그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나왔고 다시 그들에게 속하기 위해 인간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그는 인간과 로봇,, 혹은 유기체와 기계를 나누는 경계의 모호함을 가파르게
넘나들어야하는 제3의 생명체이며 이는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 여타 비슷한 영화들과
어느정도는 다른 맥을 긋게하는 차별성으로 작용한다.

스필버그는 단순명료한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버리고 다분히 시니컬해진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후 데이빗이 만나는 로봇폐기장에서 잔인하게 중고로봇을 박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인간사의 어리석은 편린으로 비추어지게 하는 현명함도 발휘한다..

데이빗이 마지막에 찾아간 곳은 동화 피노키오에 나오는 파란요정이 있다는 세상의 끝이었고 거기서 자신이 인간이 되기를 오랜 시간,,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는데 인류가 모두 사라지고 나버린 뒤..그 소원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단 하루.그렇게 소원하던 엄마를 불러낸 데이빗은 그 품에 안겨 지극히 평안한 모습으로 소멸되어간다.

두시간동안...괜히 천재라 불리지 않는 핼리 조엘 오스몬드의 연기..

그 호흡과 시선을 따라 애잔하고 또는 신비롭게 흐르는 걸작 인공지능은...정말..뭐라 말하기 힘든 느낌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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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G 배지훈  
글 잘 읽었습니다. uwa~~잘 쓰신당 ^-^a
G 이창섭  
스필버그, 영화를 긴장감있고 재미있게 만드는 그의 재주는 정말 누구도 넘볼 수 없을 것 같네요. 크기만을  믿고 지루한 어느 감독과는 대비된다는..  그의 유아적 견해들도 테크닉과 무관하지 않은듯.. 스필버그의 긴장감은 롤러코스트식이라 늘 유쾌, 상쾌, 통쾌하죠. 자꾸, 이문열씨가 생각나요. 타고난 재주, 어쨋든 휴머니즘, 그리고 많은 비판들..  스탠리 큐브릭, 풀 메탈 자킷이 그의 영화가 맞다면 한편 본 셈인데, 사건들이 너무 극적이어서 그렇게 차갑다는 인상을 받지 못해다는.. 내가 본 가장 공포스런 영화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 감독의 냉소는 한 여름 더위도 식혀 주었다는... 헉, 글은 길어지고.. 에이아이 아직 않봤는데, 보고 싶게한 감상평이었다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1 박진양  
음.......이거 보니깐 AI가 보고 싶은 생각이...........쳐박혀있는 시디속에서 또 찾아야 되겠네.......
2 김철  
스필버그는 영화의 흥행결과를 떠나 나름대로의 그만의 표현방식이 있기에 훗날 그가 어떤 영화를 더 남기게 될지 기대됩니다. 무병장수하길...
1 현동  
진짜 평 잘쓰셨당. ^^
 에이아이 정말정말 잘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필버그의 야심작이라 할수 있을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