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진부함..

영화감상평

<아바타>의 진부함..

2 칼도 8 6947 2
<아바타>의 내러티브에 새로운게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는 쉽다. 내러티브상에 새로운게 거의 없는 영화가 대흥행을 거두는 경우들이 적잖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쉽다. 영화가 내러티브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러티브가 진부하면 예술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물론 영화가 꼭 예술이 아니고서도 좋을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판도라는 발톱과 이빨이 달린 에덴 동산이다. 에덴 동산은 지구에 있었다고 하는 곳이다. 나비족은 생태친화적 삶을 영위하는 '어떤' 아메리칸 원주민족의 변형이다. 인간과의 고도의 유전적/생리적 친화성이 없다면, 즉 호모 나비투스 정도가 아니라면 '아바타'가 가능할 리 없다. 그러니까 <아바타>는 SF가 아니다. SF적 상상력은 인지적 낮설게 하기를 기으로 하지 낮익은 것의 약간 변형을 기으로 하지 않는다. 최소 수광년을 가로질러야 하는 행성간 여행을 하는 기술문명이 오늘날의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도, 그 정도로 지구와 흡사한 자연 조건에 일말이나마 방해를 받는다는 것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지구를 대표하는 군대가 아니라 일개 회사의 용병이라 해도 그렇다.

굳이 내러티브상에서 <늑대와 춤을>과 다소간 대조되는, 진부하지 않은 지점을 꼽자면 끝장면에서 이방인 지도자/영웅이 나비족에 '신체적'으로까지 완전히 동화된다는 것과 이방인 침탈자들이 격퇴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은 또한 <아바타>를 판타지로 도장 찍어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 동화는 신비스럽게, 우리가 아는 과학적 합리성으로는 그 가능성을 운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또 그 격퇴는 이방인들이 다시 몰려오지 않을 가능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우리의 상상력이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다면,우리는 판도라에 오직 비극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속편이 나오겠지만, 카메론은 지금보다 더 현실을 벗어나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즉 지금보다 더 환타지로 빠지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아바타>가 성공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니 '전부'는 진부하다는 것이다. 진부하지 않은 블록 버스터가 대성공한다면 그거야 말로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특히 대중들은 진부한 내러티브를 좋아하는 족속이다. 신체적으로까지 좌절에 빠져있던 주인공이 강인한 신체를 얻고 아리따운 처자와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매개로 해 생태친화적인 삶을 영위하는 원주민들에 동화되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동족인 침탈자들에 맞서 영웅적 투쟁을 벌여 (일시적으로나마) 승리로까지 이끈다는 내러티브 자체를 대중이 싫어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물며 그 내러티브는 환상적인 비주얼이라는 몸을 입었다. 그 비주얼도 문명의 비주얼이 아니라 '거의 지구와 같은 자연생태'의 비주얼이고 더 나아가서는 그 자연생태와 하나된 삶을 사는 '거의 인간들과 같은 이들'의 비주얼이다. 즉 그 비주얼은 환상적으로 멋있지만 그 비주얼의 내용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통상적인 시각적 상상력과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거의 통상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그러나 별로 실천의 의지는 없는, 소망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진부하다. 이 진부함이 없었다면 그 멋있음도 없었을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징그럽도록 소외된 우리 문명화된 인간들은, 뼛속깊이 생태친화주의자가 아닌 상태에서도, 그런 비주얼에 '깜박 죽게' 되어 있다.

결국 <아바타>에는 낮설은 것이 전혀 없으며 이미 평균적인 대중이 '그리 심각하지 않게' 느끼고 알고 믿는 것에만 호소한다. 적잖은 다른 대중용 영화들과는 달리 음흉하지 않고 순박하지만, 간혹 있는 다른 대중용 영화들, 가령 <디스트릭트 9>나 <더 문>이나 <땅에서 온 사람>같은 진짜 SF 영화들, 만큼 '현실'적이거나 '심각'하지 않다. <니모를 찾아서>가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둔 후 영화에 등장했던 예쁜 물고기들의 수요가 '오히려' 급증했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아바타>를 이들 가운데 단 한명이라도 영화를 보기 전보다 더 생태친화주의적 감수성이나 사고를 가지게 된 이들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라도 '현실' 속에서는 도무지 불가능할 것만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있으니, 자신이 바로 그 현실이 단단해지는데 기여하는 모래 알갱이라는 사실을 괄호 치고, 잠시 즐거웠을 뿐이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8 Comments
1 김선제  
카메론의 상상력은 어비스에서 끝났죠.
주말드라마같은 신파극 타이타닉을 보면서 전 카메론을 맘속에서 보낸지 오래입니다.
1 mario  
오랜만에 칼도님 글을 뵈오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
근데 궁금한게 있습니다.
'디스트릭9', '더 문', '맨프롬어스'는 [진짜] SF고  '아바타'는 SF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님께서 이건 SF고 저건 SF가 아니다라고 단칼에 말씀하실 수 있는 근거, 그러니까 'SF란 무엇인가?'에대한 답, SF를 정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 칼도  
저를 반갑다고 하실 분이 계실 줄은 몰랐는데요..^^

아주 간단히 말씀 드리면 sf는 (과)학적으로 개연적이고 문학적으로 진지한 '낮설은' 내러티브가 핵심인데 <아바타>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고 좀 길게 말씀드리면 <아바타>가 다음 글에서 정의된 sf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는 것입니다:

http://myhome.hanafos.com/~trakl/sf.pdf
1 체이스  
디스트릭트,더문,맨프롬어스도 sf로서는 그닥 별로인 영화.....
1 김다영  
sf 영화의 가장 중요한게 기술력입니다. 아무리 내러티브가 참신하다고 하더라도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영화로 구현될 수가 없죠. 흔히 몇몇 사람들은 있어 보이려고 철학적인 메세지나 내러티브의 참신한 영화만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지금은 영화에서 단순히 내러티브의 참신함만으로 영화의 전체를 평가하지 못한다는 거죠. 아바타같은 블럭버스터에 내러티브의 참신함과 진부함을 논한다는 거 자체가 에러죠. 대중들은 때로는 그냥 때려 부수는 영화나 저질 코메디등의 영화도 보고 싶어 하거든요. 전 솔직히 블럭버스터에서 내러티브의 참신함과 진부함을 이렇게 심각하게 논한다는게 좀 웃기네요. ^^ 10살짜리 초등생에게 고등학교 문제 들이밀고 넌 역시 초등학생이구나 하는 것과 똑같은 말. 즉 글 자체에서 아바타를 분석한 것은 전혀 의미가 없는 얘기입니다.
1 김다영  
아바타는 기술력에 초점을 맞춘 sf 블럭 버스터이며 스토리 전개와 기교 구성 방식등은 초등학생이라도 이해할만한것이고 어디선가 듯한 이야기들이죠. 그냥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을 지극히 단순한 방식으로 전개한 것입니다. 위에 제가 말했듯이 영화는 단순히 내러티브 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어요. 아무튼 이 글은 그다지 영양가 없는 글이네요.
2 칼도  
1. 체이스님께

제가 진짜 sf 영화라고 주장한 영화들에 대해서 저는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낱말 서 너개 이상으로는 제시하지 않았는데(<땅에서 온 사람>에 대해서는 링크한 글에 약간 더 논거가 들어있기는 해요), 글의 대상이 그 영화들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sf 영화들로서의 그 영화들에 대한 좋은 평가들을 웹상에서 찾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반면 그닥 별로라는 건 굉장히 소수 평가에 속할텐데, 소수자들은 소수자들이기 때문에 더 자세히 자기 의견을 밝힐 필요?가 있어요. 체이스님은 왜 그닥 별로라고 생각하는지 단 한글자도 논거를 대지 않고 있어요. 

2. 김다영님께   

1) 제가 내러티브의 참신함만으로 영화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던가요? 아래 구절이 안보이던가요?

==
영화가 내러티브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러티브가 진부하면 예술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물론 영화가 꼭 예술이 아니고서도 좋을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

2) <아바타>의 내러티브의 진부함을 늘어놓는 것은 초등학생 보고 너 초등학생이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1) 상대적으로 내러티브가 덜 진부한 블록 버스터 영화들도 적잖게 있어요(<반지의 제왕>, <우주전쟁>, <투 모로우>, 오리지널 <포세이돈 어드벤처> 등등). 따라서 대중과 비평가들 양자 모두 블록 버스터 영화에 대해서 내러티브가 얼마나 참신한가라는 잣대를 들이대 평가할 수 있고 실제로 이 게시판에도 서너개 이상 있어요. 즉 돈 많이 쳐들인 영화가 대중성과 '약간의' 작품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무슨 시간여행처럼 불가능한게 아니고, 동시에 갖추는 것이 '좋은 것'이고, 동시에 갖춘 선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블록 버스터 영화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참신한 내러티브'도' 요구할 수 있는거에요. 하물며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은 내러티브상에 어느정도 참신한 요소도 있는, 100% 오락만은 아닌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만한 이름이구요. 

(2) 더 일반적으로, 상업적인 대중영화에 대해서도 진지한 비평적 잣대를 들이댈 필요에 대한 자각이 필요할듯 해요. 그 필요성의 이유는 단순해요. 이미 '인정' 한대로, 내러티브가 진부한 영화도, 그 내러티브가 도덕적/이데올로기적으로 나쁘지까지는 않고 비주얼 등 영화가 갖추어야할 다른 조건을 어느 정도 제대로 갖추었다면, (오락)영화로서 좋을 수는 있지만, 안 그런 경우도 적잖게 있어요. 따라서 블록 버스터를 포함해 대중영화들에 대해서도, 아니 오히려 대중영화들이기 때문에 더, 내러티브의 진부함 여부/그 진부함의 성격 등등에 대한 분석적 비평들이 반드시 필요해요. 전 <아바타>의 경우는, 제 윗 글에 살짝 시사되어 있지만, '좋은' 오락 영화조차 못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어요. 다뤄지는 주제('생태친화적인 삶'의 가능성과 소망스러움)가 '현실적으로' 심각하고 복잡한 것인 경우, <'영화적으로' 진부한 내러티브 = 이데올로기적으로/도덕적으로 나쁜 내러티브>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에요..
1 테크노라이즈드  
예술성을 논하거나, 그 심오한 뜻을 보기위해 이 영화를 찾은 관객이 과연 얼마나 될런지..
관객이 사랑하고, 관객이 찾는 영화라면 그 영화는 관객과의 소통이 충분히 잘 된 영화가 아닐런지..
영화를 예술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영화를 여가로 보는 사람도 있으며, 학문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죠.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서 영화라는 세계를 이루는데 거기서 영화는 무엇이다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은 자신만의 이유/사상에 따른 정의일 뿐이지 수학과도 같은 답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아바타가 많은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고 비슷한 오락 영화의 내용을 따라간다 하더라도 이 영화가 "나는 예술영화다"라는 표현하지 않았고, "그래픽의 새로운 혁명"이라는 시각적인 측면에서 비중을 둔 영화라면 그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겠죠.(물론 그 안에서도 스토리, 사상, 사회적 파장도 살펴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바타는 충분히 오락영화로써 그 가치를 다한 영화라 생각되며, 그 가치는 관객이 얼만큼 이 영화를 보고, 찾으며, 만족하느냐로 평가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