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본 T3

영화감상평

극장에서 본 T3

1 Memento 6 2055 0
제목에 별로 쓸 데 없이 "극장에서 본"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캠버젼으로 안 보고, 극장에서 보았다는 것을 억지로 강변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 사실이 제가 이 감상평을 적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에서는 언제 개봉하는 지 잘 모릅니다. 곧 하겠지요. 최선을 다해 스포일러가 되는 것은 피해보겠습니다.

대작 영화들은 어느새 사회적, 문화적인 코드(새 정부 들어 유행하는 말이라지요?)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영화 그 자체만의 의미이상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뭐, 어떻길래 그렇게 많이 씹히기도 하고, 칭찬도 받고 그러나? 궁금해서 보게되는 매트릭스 2 처럼 말이지요. 안 보면, 왕따가 되어버리는 정도가 되기도 하지요. 쉬리, JSA, 친구처럼.

T3가 그런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정도는 안되는 걸로 생각합니다. T2는 그런 반열에 올려줄 용의가 있습니다. T2는 제 개인적으로는 액션 영화의 정수라는 평가를 할 정도로 멋진 영화입니다. 지금 당장 개봉해도 박스오피스 석권이 어렵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T3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참, 나름대로 멋진 영화인데, T2의 그림자를 벗어나지는 못하는구나" 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T3가 만들어 질 때, 당연히 T2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상당 부분 T2의 라인을 따라가기로 한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T3의 최고 상한선은 T2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최고상한선에 도달할 수는 없기에 T2에 대적할 만 영화가 되지는 못합니다. 감독과 제작진들도 이 점은 알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T2를 넘어서는 영화를 만들려는 모험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제작사에서는, "T2의 70-80%의 임팩트를 줄 수 만 있다면, 성공이다"라고 내부적인 목표를 세웠을 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T2보다 못하네, 어쩌네, 하는 말들은 별로 T3에 흠이 되지 못하는 평가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 목표가 그 정도였으니까...
 
흠... 영화는 재밌습니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T2에서 그 만큼 보여줬는 데, 뭘 또 보여줄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봐야 하는 영화이지요. 7.5달러주고 봤는 데, 일단 돈 값은 합니다. 액션 좋습니다. 속된 말로 무지막지합니다. 매트릭스에 익숙해져 높아진 안목이라고 해도, T3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쁜 언니(?) 터미네이트릭스도 나옵니다. 시간이동한 터미네이터가 모두 그렇듯, 처음에는 홀랑벗고 *^^*. 아무래도 이 영화의 가장 중심적인 캐릭터가 될 듯합니다. T2에서의 T-1000 액체금속 터미네이터가 "으아... 저 넘을 어떻게 죽이나?" 하는 암울한 생각이 들 정도의 강력함으로 관객을 압도했다면, T3의 T-X인 Christanna Loken은 흠... 뇌쇄적(이거 맞춤법 맞나요?)인 몸매와 얼음같이 무표정한 예쁜 얼굴로 관객들 머리를 텅비워 버립니다. 좀 부끄럽지만, '계속 옷 안 입고 다니면 안되나? 어차피 터미네이터인데... 씨이' 라는 생각 했습니다. -_- 여러분도 할겁니다. 다만 T2에서의 T-1000에 비해, 시간상으로 더 이후이고 기술적으로 더 발전된 모델일텐데, 그 만한 압도적인 존재감을 주지는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아놀드도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대이상으로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T2보다 조금 코믹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데, 진지함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감수하고서라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옆에 앉은 아줌마께서 계속 웃는 바람에, 인류의 90% 이상이 죽기 며칠 전의 긴박함과 침울함이 잘 안 잡히더군요. --; 줄거리도 그럭 저럭 T2와 잘 맞아 떨어져 나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젠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고 하나? 하는 의구심을 잘 해결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T3의 끝장면을 보면, T4가 나오겠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T3가 T4의 trailer 였다고 말하기 까지 하더군요.

아쉬운 점도 분명 있습니다. 우선 캐스팅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데, 두 주인공, John Conner 역의 Nick Stahl과 그의 여자친구 Kate Brewster 역의 Claire Danes는 아무리 봐도 더 좋은 배우들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T2의 Edward Furlong은 약물중독때문에 힘들다고 하더라도, John Conner 역에는 좀 더 어울릴 배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생긴게 맘에 안 들어요 ^^; 여기 미국인들은 Stahl이 Furlong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T1에 나왔던  Kyle Reese(Michael Biehn)과 Sarah Conner (Linda Hamilton)에게 진짜 아들이 있다면, Stahl이 가장 닮았을거라고 생각을 하네요. 문화권에 따라 사람얼굴 보기도 참 틀리기도 하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Claire Danes가 맘에 안 드는 것도 생긴 거 때문입니다. Romeo and Juliet에서 참 귀엽고 이쁘게 나와서 앞으로 기대가 되는 배우였는 데, 그 다음에 이상하게 잘 안뜨더군요. 크면서 기대한 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한 듯 합니다. 쩝.. 전 원래 배우의 얼굴 생김새 보고 평가하지는 않는 편인데, 왜 이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얼핏 떠 오르는 이유로는 '분위기가 안 맞는다' 정도 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짊어질 Resistance 지휘자와 그의 연인이으면 가져야 마땅할  비장함이 잘 안 느껴집니다. 그 두 배우 대신에 누구를 집어 넣으면 괜찮을까 생각도 해보았는 데, 하다가 말았습니다. -.-

또 아쉬운 점들은 코믹한 대사와 장면의 남용입니다. T3 는 T2에서 다른 모든 부분은 downgrade되고, 예산, 액션, 코믹부분만 양적으로 upgrade되었다 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코믹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워낙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비장함이 본 주류를 이루는 정서라서, 다소 깊이있는 몰입에 초를 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또, 플롯 설정에 보면, T2와 연관되어서 나오는 장면들이 있는 데, 구멍(plot hole)이 보입니다. 말이 안되는 설정이 있지요.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심각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합니다. 전체적으로 T2에서 보여 주었던 기발한 상상력이 그리워 지고, 탄탄한 설정이 많이 허술해 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이말 한 마디 하고 끝내지요. T3는 T2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것만으로 볼만한 영화다. -.- (전적으로 개인적인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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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이원희  
  확실한건 켐버전 보다야 영화관에서 봤단 글귀가 더 시선이 집중이 되네요.
조회수도 많을걸 보면 알수 있죠. 왠 만하면 돈 주고 보쇼~모두들
1 김기돈  
  아주 정확하고 명쾌한 해설입니다. 정말 동감합니다. ㅠ.ㅠ
1 남상만  
  미국 영화들이 한 여름에 승부를 보는데.. 이번 T3의 경우는 운이 좋은 것도 흥행 성적에 큰 기여를 한거 같습니다. 그 운은 바로 경쟁할 만한 상대들이 별로 없다는 거죠.  올 여름 헐리웃 영화로 애니메이션이 두편이나 상영되는거 보면.. 그동안의 블럭 버스터 영화가 나왔던것 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1 이힝힝  
  운이 좋긴뇨..  카리브랑 젠틀맨의 등장땜시.. 벌써 박스오피스 3위로 밀려나버렸는데..
1 병준호  
  T3 미국에서 성적이 아주 안좋아요. 이대로 가다간 1억5천만불도 넘기기 힘들 것 같은데요.
1 이강복  
  저는 한국에서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무지막지하게 부신다는 것에서 매트릭스와 다른 재미가 있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그리고 CG는 아무래도 예산 문제인지 TX가 변신할때엔 잘 안쓰더군요. 잔해속에서 다 변해서 나오구..ㅋㅋ
도리어 나이가 든 아놀드의 주름을 제거하는데 쓰인건 아닌가 싶을정도로 주름살이니 늘어진 피부같은것이 없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결국 왜 터미네이터가 오게 되고 지구종말을 2편에서 막았는데 어찌 미래전사가 있을까하는 의문은 풀어주었지만, 결국 한편의 영화로서의 느낌보다는 이전편들에 대한 정리같은 느낌만이 강했습니다. 그럴것이라면 매트릭스의 배경설명과 이후 이야기를 담은 애니매트릭스같은 것이 차라리 더 나았을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웬만한 SF영화보다 재미있습니다. 이것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라는 것을 잊는다면은...^^ 제 개인적인 생각에 터미네이터는 1편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2편은 줄거리나 주인공들의 내면적인 갈등 구조 등 여러가지로 1편에 못 미칩니다. 계시적인 미래관도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단지 CG만 멋있고, 돈이 많이 들어가서 액션이 멋있어졌을뿐...같은 시기에 백드래프트랑 극장에 같이 개봉했는데 아직도 터미네이터2 대신 백드래프트를 못 본것을 후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