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In the Mood for Love.

영화감상평

화양연화,花樣年華,In the Mood for Love.

1 하경호 2 3142 0
한자제목은 꽃같은 날들 정도가 되겠지만 영제가 이 영화의 의표를 더 찌르는 것 같다.

이 영화는 한 주제를 계속 변주하는 소나타와 같은데 사랑이라는 단순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과 분위기를 넷킹콜의 친숙한 음악들에 섞어서 반복변주하고(물론 당대의 음악이 되겠지만) 이 감정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공간과 시간을 역시 왕가위는 놓치지 않는다.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1960년대 어느 집에 세들어 사는 주인공들, 바람피우는 사회적 분위기, 홍콩반환의 속박감 등등은 두 주인공들의 애틋함을 만들어 내는 조건들이 된다. 왕가위는 기왕의 사회적 요소들을 듬뿍 실은 영화들의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좀더 내밀하고 숨어서 영화 전체를 조절한다. 사회체의 권력은 세집 여주인으로 대표되고, 중국의 사정은 드골의 프놈펜 환영도열로 은유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의 캐릭터들의 한계설정은 정확했고 또 그 안에서 펼쳐내는 장만옥과 양조위의 연기는 눈부셨다. 영화 이후에 장만옥 의상이 날개 돋힌듯 팔렸다던데, 장만옥의 의상은 비극미와 우아미를 동시에 연출한 듯하다. 왕가위는 성적 접촉만이 사랑이 아니란 것을 양조위의 입을 통해서 말한다. 장만옥이 우리만 떳떳하면 되지 않냐고 물은 것은 성적 접촉이 없으면 되지 않냐는 말이었고 양조위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한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미 비윤리적이라고 한 말일 것이다. 그런 윤리의 한계를 감독은 끝까지 지켜나가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윤리와 사랑을 윤곽짓는 다양한 권력사이에서 이 영화는 탄생되고 마무리 된다. 사랑은 무엇인가 라는 존재론적 질문보다 사랑의 위치는 어디인가 라는 위상학적 질문이 이 영화에 마땅할 것이다.양조위는 앙코르와트 유적의 한 문앞의 사자의 입에 대고 무어라고 긴 말을 한다. 입을 보여주지 않기에 목 부위의 움직임 만으로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내밀한 말을 아무도 들을 수없는 사자의 입에다 대고 한다. 카메라는 그 입에서 풀들이 자라나온 걸 보여주며 세월이 흘렀고 또 약간은 숨기지 못해 풀로 화해 밖으로 나왔다는 것도 암시하며 앵글은 전체 앙코르와트의 거대한 유적의 폐허를 스케치하며 시간의 무상함을, 또 그 앙코르와트 전체가 바로 흘러가 버린 사랑의 시간, 화양연화임을 보여준다. 다시 봐도 좋은 영화다. 단 어두운 장면이 많아서 좋은 영상장치로 보면 더 좋을 듯. 4:3비율로 잘려나간 화면을 보면 마지막에 왼쪽구석에서 사자상에다 대고 말하는 장면이 아마 잘려나가지 않을까..

넷킹콜의 OST들

Aquellos Ojos Verdes;Te Quiero Dijiste;Quizas,Quizas,Quiz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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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류영창  
  잘읽었습니다. ^^;; 상당한 달필이시네요.
1 박재성  
  정말루요... 같은 영화를 보고 느낀점이지만.. 정말..이런 평을 쓰신다는 것이 존경 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