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댄서 (라스 폰 트리에, 2000)

영화감상평

어둠 속의 댄서 (라스 폰 트리에, 2000)

G KiNO 1 2062 0
내가 <브레이킹 더 웨이브>를 너무 좋아해서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짜증나고 지루했던지 한 시간 20분 정도 보고 그냥 지워버렸다.
영화의 처음을 보자. 이상한 화면이 4분 넘게 계속된다.
꽃을 그린 것 같은 추상화가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계속 디졸브 되는데
영화를 빨리 보고 싶었던 나에게 이 시간은 고통이었다.
원래 특별한 형태가 없는 추상화를 그것도 알아볼만 하면 다음 그림으로 디졸보 되고 그게 무려 4분이 넘는다.

아우! 이게 뭐야... 하고 짜증을 내다 포기할 때쯤 되면 영화가 시작된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 같이 차분한 영화를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줌인, 줌아웃, 팬(pan)을 남발하고 쇼트의 길이도 아주 짧고...
거기에 여주인공은 노래를 불러대고 살이 찐 까뜨린느 드뇌브는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영화는 계속 그런 식이다. 쇼트가 너무 짧아서 여주인공의 표정을 볼 시간도 없고 감정이입은 꿈도 못 꾼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쟝르가 뮤지컬, 오페라 이런 쪽인데 영화는 뮤지컬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여주인공은 뮤지컬 연습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뮤지컬 영화를 본다. 설상가상...

이야기도 별 내용이 없어서 영화를 한 시간 가량 봐야 겨우 사건이 하나 일어나는데 그것도 좀 우습다.
대이빗 모스가 여주인공을 도둑으로 몰고 자기를 쏘게 만드는 장면인데...
어쩌면 그렇게 카메라를 돌려대고 줌을 남발하는지... 역시 여주인공에게 감정을 몰입하기 힘들다.
(이쯤 되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장면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중간에 다 뛰어넘고 사형 당하는 장면만 봤는데...
역시 마지막에 카메라는 위로 수직이동하면서 끝난다. 승천의 이미지...

이 영화를 자꾸 <브레이킹 더 웨이브>와 비교하는 건 좋은 감상법이 아니지만...
아무튼 <어둠 속의 댄서>는 <브레이킹 더 웨이브>와 비교하면 상당히 지루한 영화다.
여주인공에게 거의 감정을 이입할 수 없고, 이야기도 너무 작위적이고... 배우들도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대이빗 모스, 피터 스토매어, 까뜨린느 드뇌브를 보고 있으면 영화라는 생각이 안 든다.
트리에게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브레이킹 더 웨이브>와 이야기도 너무 비슷하고
거기에 내가 싫어하는 뮤지컬이고...
브욕의 연기도 에밀리 왓슨에 비하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없다.

영화를 다 안 보긴 했지만... 사실 다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한 시간 20분을 봤는데도 영화를 볼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더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이 영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브레이킹 더 웨이브>를 만든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이기 때문이지...
별로 영화를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백치들>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처럼...


이런 저런 생각...

1. 라스 폰 트리에는 왜 줌과 패닝을 남발하면서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했을까?
2. 그런대도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고 눈물을 펑펑 흘린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3. 여주인공의 아들의 이름은 유전자를 뜻하는 진(Gene)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이유가 여주인공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gene)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웃긴 작명이다.
4. 여주인공을 배신하는 경찰 대이빗 모스의 이름은 요금청구서를 뜻하는 빌(Bill)이다. 그가 아내가 구입한 물건들의 요금청구서(Bill)에 시달리다 여주인공을 도둑으로 몬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역시나 웃긴 작명이다. ^^
5. 트리에의 신작 <도그빌 Dogville>이 마음에 들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6. 어떤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미국에 대한 아주 노골적인 조롱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끝까지 안 봐서 과연 그런지 아닌지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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