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고

영화감상평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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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까락스 감독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았습니다.
올해 친구들 영화제에서 제가 본 마지막 작품이고 한예리 배우가 추천하고 시네토크까지 함께 했던 작품입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3부작(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피, 퐁네프의 연인들) 중 3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집 없이 퐁네프 다리에서 노숙하는 '알렉스'와 실연을 당한 뒤 방황하는 '미셸'이 그 주인공입니다.
영화 제목만 봤을 때는 로맨틱한 파리의 분위기에서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분위기가 상상이 되는데,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배경은 파리이지만, 우중충한 분위기에 인물들 또한 평범하지 않습니다.
첫 장면부터 정신병원이 나오고, 그들의 사랑방식도 보통의 그것과는 다소 다릅니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은 보통의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정말 빈털털이로 살아가며 소속된 곳이란 퐁네프라는 다리, 그리고 정신병원 뿐인 알렉스와 시력을 잃어가는 화가 '미셸'이 만들어가는 사랑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알렉스는 빈털터리에 돌아갈 곳 없는 노숙자이지만, 미셸은 꽤 잘 사는 집안 출신이며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정말 말그대로 현실적인 사랑이기 보다는 오히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법 한 그런 사랑 이야기이죠.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저들의 사랑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하려면 먼저 각자가 사랑할 준비가 되어야 하는게 먼저 아닐까?
저들은 결국 머지않아 헤어지게 될 것이고 행복한 결말을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다 라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영화 내내 자리잡고 있는 코드는 '불안'이었습니다.
다리의 난간에서 떨어질 듯 말듯 움직이는 주인공들과,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미셸', 물건을 훔치고 수면제가 없이는 잠도 못자는 '알렉스', 그리고 그들의 노숙 생활 자체가 미래가 없는 불안한 삶을 뜻하기도 하죠.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언제 저들만큼 열정적인 사랑을 해 보았는지. 
아니면 저들만큼 멋진 연인을 만날 수 있을지.
사랑하는데에 그들의 의지와 마음을 확인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게 있을지. 하는 질문들 말이에요.

사랑에는 정답도 없고 조건도 없어야 하는게 맞는 것인데, 내가 어느새 조건만 먼저 따지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줄리엣 비노쉬, 드니 라방, 그리고 감독 레오 까락스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만들었던 이 영화가 진짜 '젊은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표현하고 보여주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영화가 참 젊어서 좋았습니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연출 방식, 밀어부치는 스토리의 에너지, 두 남녀에게서 나오는 뜨거운 열정이 영화 속에 온전히 녹아들어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줄리엣 비노쉬와 드니 라방의 역동적인 몸동작들이 상당히 멋지게 다가와서 더 좋았습니다.
  
'미셸'이 시력을 점점 잃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의 삶에 찌들어 진짜 사랑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멋지고 로맨틱하게 존재하는 현실속의 '작품'을 모른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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