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운명을 믿는 화성남자,인연을 믿는 금성여자

영화감상평

[세렌디피티] 운명을 믿는 화성남자,인연을 믿는 금성여자

1 김규한 2 2694 6
누가 보아도 매혹적인 조나단(존 쿠삭)과 사라(케이트 베킨세일)는 뉴욕 백화점에서 만납니다. 그런데 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일까요? 그들은 동시에 마지막 남은 장갑 하나를 동시에 잡습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지금 서로 사귀는 사람이 있고 그 장갑은 그 사람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점입니다. 둘 다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존 쿠삭은 여기서 기사도 정신(?)을 발휘합니다. 그것 때문에 그녀에게 이 영화 제목이기도 한 [세렌디피티]에서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행운을 거머쥐게 되지요. 운명을 믿는 화성에서 온 남자는 이름과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고 하지만 인연을 너무 믿는 금성에서 온 여자는 보는 이와 상대방에 속을 태우는 아주 재미난 게임을 하자고 합니다(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줄거리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5달러 지폐에 적힌 남자의 전화번호, 그리고 책에 적힌 여자의 전화번호 그것들이 돌고 돌아서 상대방의 손에 갈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런 전화번호를 보면 왠지 장난전화를 하고 싶지 않을까요. 최근에 버스정류장, 생활의 발견에서도 전화번호가 나와서 전화를 걸어보니 불통이었지만 말입니다) 이 영화는 거기에다 조미료를 하나 추가해서 보는 이를 즐겁게 합니다. 거기에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막상 저 장소에 내 발자취를 남겼을 때 그 때 느낌은 물론 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곳이 너무나 매혹적으로 보여서 구경을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거기에도 귀를 감미롭게 하는 음악은 '그곳으로 떠나라'라고 더 부축이지요.

조나단과 사라 그 둘이 만날 듯 안 만날 듯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짐에 따라 보는 이의 감정 또한 수시로 변합니다. 어쩜 저런 일이 일어날수가 있지 조금만 더 그 장소에 있었다면 만날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못내 아쉬워집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보다 더 극적으로 만나기 원하고 보는 이 또한 그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벌써 그들이 만났다면 남은 시간을 이끌어나갈 이야기가 없다는 것 또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 이유이고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들이 영화 속처럼 현실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또 인연타령이야 하면서 식상하다는 두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이겠지요. 누구나 그것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지만 나에게 한번쯤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왜일까요? 아마 이런 지긋지긋한 일상을 탈출하고 싶어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마음이 그런 생각을 나오게 한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보다 보면 그 상대편의 사람들이 너무나 불쌍해 보입니다.  그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말로 유혹했으면서도 그것이 순식간에 변하는 그 사람들의 감정 상태가 심히 의심스럽다는 것이지요. 하지만이 영화에서는 그 상대방이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다는 것을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보여줍니다. 조금은 잔인한 방법으로 말이지요. 그 찌릿찌릿함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지금 가슴과 마음 자신의 몸에 달린 모든 신체기관들은 '이 남자다. 이 여자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게 영원히 변하지 않고 언제나 처음 그 느낌처럼 될 수 있을까요?

이런 작은 불평이 마음 한구석에서 투덜거리고 있지만 이런 영화를 보다보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생깁니다. 만일 내가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버스가 아닌 지하철을 이용했다면 정말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고 전혀 만나고 싶지 않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미래를 보지 못하고 한치 앞날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선택 앞에서 매번 머뭇거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설레임과 두려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그 과정들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상대방의 아픔 따위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잔인하게 변해버린 사랑 앞에서 우린 현실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연과 인연으로 꾸며진 이런 이야기에 빠져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에 더 실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이야기가 보여주는 그 꿈같은 사랑 이야기를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사랑 앞에서 상처 입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이야기가 영 마음에 안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이미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불평을 하는 건 오히려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꼴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의 처음 그 느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거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배터리의 수명이 언제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단지 지금 보고 있는 그 둘의 가슴 타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사족

이런 소재로 한 영화들은 낭만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가끔 그 법칙을 깨는 영화가 있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영화들에서는 언제나 조연들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지요. 너무나 엉뚱한 그들의 행동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그림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 역시 안성맞춤일 것이고 그렇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세렌디피티]가 제공하는 다른 것들을 찾아서 즐길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 낭만적인 건 현실에서는 기적으로 통용되지 않던가요.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 [세렌디피트]를 달콤한 초콜릿 같은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네요. 이 영화는 자신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은 모두 다 보여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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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송창수  
존 쿠삭 나오네요..후후..이 배우 팬인데..사랑도 리콜되나요?..보면서 팬이 되었습니다.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배우..함..봐야겠군요..
1 쇼비  
요즘 제가 '화성에서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정독하고 있습니다.
 밑 줄 쫙~쫙 그어가면서요... 자고로 적을 알아야 전쟁에 이길 수 있는 법..
 꼭 이번 전쟁에서 포로를 잡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