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위룡 - 결정적 대사의 힘...

영화감상평

도학위룡 - 결정적 대사의 힘...

1 류현경 1 1859 0
얼마전 조폭 중간보스가 가방끈 짧다고 갈구는 보스에게 시달리다못해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다름아닌 두사부일체의 이야기다. 그러나...밧뜨! 이를 미리 알고 있기나 했다는듯 곧 입학할 조폭을 체포하기위해 한발 앞서 고등학교에 입학해 잠복근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바로 도학위룡의 주성치다.

주성치 영화를 처음 접했을때 마치 냄새가 고약해서 먹기를 주저하다가 막상 수저를 들고나면 그럭저럭 괜찮은 맛을 내는 청국장를 먹는듯한 기분이었다. 주성치 영화는 그 특유의 황당무계함과 수준이 낮아보이는 유머로 인해 청국장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듯해도 꾹 참고 계속 보게되면 오히려 그런 것들이 매력으로 변해서 맛이 들게되는 것같다. 누군가 인간은 두가지로 분류된다고 하지않았던가...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난 전자이다. 주성치의 수준이 낮지만 인간내면의 밑바닥에 깔린 치부를 비굴해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고스란히 드러내보이는 그런 황당무게한 유머가 좋다. 아니 오히려 그런 치부들을 담아내기에 수준이 낮아보이는 것은 아닐까...고상하게 포장하지않은 인간의 내면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수준 낮고 유치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또한 주성치를 논하는데 있어서 빼놓으면 안되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바로 옆집 아저씨같은 푸근한 인상의 오맹달이다. 주성치와 오맹달의 콤비플레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결같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늘상 그 둘은 평생 떨어지지 않을것처럼 영화속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우정을 나누고 있는데 은근히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든든한 조력자와 같은 길을 언제나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것이기때문이다.

각설하고 영화의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경찰서에 견학을 간 학생들중 하나가 경찰서장의 총을 훔치고 이를 염려한 서장이 총을 찾기위해 경찰특공대인 주성치를 학생으로 위장시켜 학교에 입학시킨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애초에 이 영화에 대한 리뷰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기자는 신삼으로 보게되었지만 주성치 영화의 황당무계함을 그 어느 영화보다도 잘 담아내고 있는 고농도의 한마디 대사를 듣는 순간 일순간 충격적인 전율에 몸을 바르르 떨어야만 했고 결국엔 리뷰를 쓰기에 이른것이다. 극중후반 불량학생들의 뒤를 봐주던 무기밀매 조직과 주성치의 통화내용중에 그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대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맹달을 인질로 잡은 밀매조직 두목과 주성치는 서로 만나기로 하는데 어디서 만날 것인지 묻는 주성치에게 두목이 날리는 대사...

"학교 뒤에서 보자"

엄청난 충격으로 머리가 텅 비게됨은 물론 잠시 무념무상의 경지를 경험하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동시에 학창시절 사소한 시비로 맞짱을 뜨던 순간의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이 얼마나 오묘한 기분이란 말인가...우리가 학창시절 맞짱을 뜨게되면서 한번쯤 들어봤을 혹은 해봤을법한 말..."이따 화장실 뒤에서 보자...죽을줄 알아" 와 일맥상통하는 말을 이 영화에서는 학생이 아닌 형사와 범죄자들간에 아무렇지도않게 주고받는 것이다. 그것도 학교가 아닌 장소에서말이다. 그것은 바로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함축적이면서 고농도로 압축해놓은 대사인 동시에 오로지 주성치만이 구사할 수 있는 유머를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한마디의 대사로 그 모든것이 설명되고 이해되는 영화를 여지껏 본 경험이 없다. 도학위룡은 나에게 그런 첫경험을 가능케한 기념비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끝으로 앞으로도 이러한 대감동이 담긴 고농도의 명대사를 탄생시키는 일에 매진할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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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박범순  
  훗.. 재미있게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