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의 비쥬얼에 날인된 것.. [막강 스포일러]

영화감상평

<임프린트> - 극한의 비쥬얼에 날인된 것.. [막강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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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으로 날인된 듯한 지옥같은 불행 속의 나, 처음서부터 그 불행이 준 상처 속에서 나와 함께 했던 나의 괴물스러운 분신, 나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아이같이 무구하고 순진한 영혼을 참을 수 없어 하고 끝내는 누명을 씌어 극한의 고문을 당하게 한 다음 살해하는 나, 나의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보았으면서도 입을 열지 않고 고문을 이겨내는 그녀, 사랑하는 이가 자신을 다시 찾아줄 것을 굳게 믿으면서 나에 의해 목졸리어 눈을 부릅뜬 채 죽어간 그녀, 엄마가 파내 냇물에 흘려보낸, 머리만 유난히 도드라지고 사지는 미역줄기처럼 흐느적거렸던 태아들 같이 한없이 무력하고 연약한 그녀, 지옥같은 세상에서 오직 한명의 천사같았던 그녀가 너무 안스러워 천국으로 보내준 나, 그 일로 또 한번 지옥에 떨어질 나, 그녀를 찾아 헤매다 마침내 그녀가 겪은 운명의 증인이자 일부인 나와 대면한 또 하나의 나, 자신이 범하고 아마도 살해했던 어린 여동생의 이미지를 느껴서 그녀에게 빠졌던 또 하나의 나, 또 하나의 나에의해 죽임을 당하는 나, 죽임을 당하는 순간 그녀의 모습이 되는 나, 살인죄로 처형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나, 음식 통 속의 태아, 그 통을 끌어안고 자장가를 부르는 나, 내 옆에 나란히 서있는 그녀와 여동생..

임산부의 익사체가 나오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을 듯한 예감을 주는  <임프린트>는 어느 나라에서든, 한국이나 미국이라면 특히나 더, 개봉이나 TV 방영이 불가능 해 보이는 영화이다. 극한의 내러티브 속의 극한의 비쥬얼은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를 한 두편 본것이 아닌지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지루하게 흘러가는 초반부 동안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은 이들조차도 경악하게 하고 한 순간 눈을 돌리거나 감게 만든다. 이 세계는 진정 지옥인가? 우리에게 운명처럼 날인되어 있는 불행과 나쁜 욕망으로부터 헤쳐날갈 길은 없는가? 그녀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가? 아무런 죄없이 희생되고 고통받는 이들은 그냥 그저 그렇게 계속 희생되고 고통받아야 하는가? 몇번이고 다시 본다고 한들 충격이 완화될 리 없어 보이는 장면들로 <임프린트>가 우리에게 들이대는 질문들이다. 잘 만든 영화, <마스터 오브 호러> 시리즈의 최고수작, 일본에서만 출현할 수 있는 호러의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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