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예산으로 성공하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감상평

<데드 버드> - 저 예산으로 성공하다 [스포일러 주의]

2 칼도 1 2075 10

<데드 버드>는 두 가지 점에서 단순하다. 카메라가 냉기와 황량함이 감도는 그늘진 풍경과 실내 공간을 조금씩 속도를 내며 해부하는 동안 역동적인 인간드라마 같은 것은 펼쳐지지 않는다. 공포가 그들을 압박하고 처분하는 동안 등장인물들, 아니 '희생물들'은 특별히 예민해지거나 갈등하지 않는다. 공포의 정체에는 아무런 불가해하거나 신비스러운 구석도 없다. 공포는 기독교적인 죄와 벌의 논리로 각인되어 그 논리에 따라 발생하고 전개되고 종결된다. 죽은 자를 불러내기 위해 악마에 의지하고 인신희생을 바치는 극단적 '이단'이 아이들까지 악마의 희생물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당사자는 '십자가'에 매달리는 형벌을 받는다. 그리고 바로 그 동일한 지옥의 운명이 뇌우가 몰아치는 밤 말라비틀어진 옥수수밭에 둘러쌓인 폐가에 자신들을 가둔 악당들을 기다린다. 그들 중 한명이 살아남는다면,그것은 그가 흑인이기 때문이고 가장 침착하기 때문이고 그의 동포인 노예들이 충분하고도 남는 고통으로 그의 죄를 '대속'해주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더 늦기 전에 정신을 차렸기 때문에,'회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교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데드 버드>에서 우리는 <데이곤>에서와 같은 거의 매혹이기도 한 이교적 심연의 공포나 <링>에서와 같은 비논[윤]리적 유혈의 공포 따위는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드 버드>는 무섭다. <데드 버드>는 명시화된 사건들보다는 암시되는 사건들과 교묘하게 공포의 기운을 내뿜는 프레임들로 우리를 무섭게 하며 제법 비쥬얼한 몇개의 장면들은 적절한 시점에서 이 가상의 공포가 현실의 공포로 전환되는 장면들이라는 사실 덕분에 그 효과를 발휘한다. 결정타는 그들이 처음 옥수수밭에서 마주친 '그것'의 모습이 바로 '그들'의 모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 동일한 운명의 길을 일말의 주저도 없이 스스로 선택하는 또다른 이들을 보여주는 그 끝장면에, 욕심에 파묻혀 '괴물스러운 것'을 '괴물스러운 것'으로,'마땅히' 그들에게 닥칠 수 있는 불운의 징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공포를 '다시' 불러들이는 인간들을 징그러울 정도로 '단단하게' 보여주는 그 끝장면에 있다. 그렇게, <데드 버드>는 공포를 해결하지 않는다. 뇌우 장면까지 포함해서 특수효과를 눈여겨 본다면 저렴한 티가 나는 것도 분명하고 인간 드라마나 스펙터클이 부족하지만 하나의 전체로서 볼 때 <데드 버드>는 독창적인 몇개의 장면들과 완숙한 카메라 워크로 '공포의 진실'에 충실한 공포영화가 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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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johnny  
  독특한 분위기라는 점에서는 동감임다.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배경을 뒷바침해주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괴물이 되는 부분인데 놀래주기위한 불필요한부분을 빼고 좀더 무시무시한 과거의 배경이 삽입되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머황당한 공포영화긴하지만 그러면 좀더 설득력있는 공포가 어필이 되었을지도...
이영화속에서 배우는 교훈은 나쁜짓하면 악마에게 당해서 털하나 없는 미끈이가 되서 네발로 뛰어다니다 개죽음당한다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