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혼들이 가득한 미쳐버린 전장터의 단상 '알포인트' (스포일러 만빵 ^^)

영화감상평

원혼들이 가득한 미쳐버린 전장터의 단상 '알포인트' (스포일러 만빵 ^^)

1 최일원 5 1690 0
************글 대부분이 스포일러입니다.

                혹시 제목 확인 못하고 읽으시는 분은 바로 빠져나가 주세요 ^^************

'The thing'이라는 영화가 있었죠. B급 호러액션물 정도라 보면 되겠는데, 스토리 설정상

심리적 공포를 무한히 줄 수 있었지만 피와 잔인함이 난무하며 괴물이 등장하는 헐리우

드식 공포연출 덕분에 오히려 안타까웠던 영화였습니다.

한국영화의 '반전강박증' 이라고 표현한걸 봤는데 이 영화에서는 '알포인트'의 비밀을

얘기해줄만한 수많은 단서들이 등장하지만 밝혀지는 비밀은 하나도 없으며 굳이 그 비

밀을 파헤치려 하지도 않습니다. 관객의 상상력에 맡기겠다는 판단이기 보단 애초에 비밀

이 필요가 없다는 게 맞는거 같습니다.

위에 'The thing'이라는 영화를 먼저 말했는데 영화는 아주 방대하지만서도 꽤나 한정적

인 공간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하나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며 서서히 고조되는 긴장감

을 유지시키며 누가 범인이며 누가 죽는것이 중요한게 아닌 누가 죽일것인가로 시선이

집중됩니다. 극도의 공포감 끝에 사람들이 서로 불신하며 미쳐가고 끔찍한 대학살이 일

어 납니다. 끔찍한 살인장면이 안 나오고 엄청난 힘을 가진 괴물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더 공포의 분위기를 잘 끌어낸 '알포인트'가 'The thing'과 크게 다르지 않는 컨셉임에도

더 나은 공포영화라고 생각되네요.

영화의 장르가 '공포' 물인지 '심리 스릴러' 물인지 판가름하긴 애매한면이 많습니다.

어느 글에 제가 댓글로도 달아 놓았지만 틀림없이 귀신은 등장 하니깐요. 감우성이 본

여자귀신 외에도 각 병사들이 본 죽은 동료내지 친구들은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이

나은 개개인의 환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사진을 찍어준 정일병과 미군들은 모두가

함께 본 틀림없는 귀신이니깐요.

영화 후반부에 서로가 원을 그리며 감우성의 지휘하에 관등성명을 부르는 장면이 저한

테는 가장 긴장되는 장면이었어요. 대원들이 미쳐버리지 않게(혼령에게 씌이지 않게)

계속 정신을 차리게 해주며 또한 혹시나 동료가 미쳐버리지 않았나 살인마로 변하지

않았나 계속 확인하는 과정에서 단색의 카메라 앵글이 정확히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

겠지만 그 상황에서의 사람들의 극도의 공포와 불신을 보며 아주 긴장됐어요.

글이 길어지네요.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라면 감우성을 제외한  몇몇 병사들이 긴장의 끈을

놔버리며 서로가 서로를 너무 신뢰했다는 점이네요. 영화 종반까지 서로간의 불신이 극

에 달했다면 혹시 아주 다른 영화로 바꼈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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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2 칼도  
 
The Thing에 대해서 잘못 알고 계시네요. 주류 헐리우드 공포물과는 꽤나 다른 영화이고 많은 비평가들에게서 칭찬을 들었던 영화입니다.
물론 B급 영화적인 장르적 성격은 더더욱 갖고 있지 않습니다. 공포
영화의 매니아라면 아마 이 영화를 열손가락 안에 안꼽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다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2 칼도  
  알포인트는 그저 귀신에 홀려 서로 죽이고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아무리 등골이 곤두서게 하는 것이어보았자  인과적 맥락이 그럴듯하게 제시되지 않고 내러티브에 진지한 구석이 없으면 단순한 오락물이지 예술적 가치는 없는 것입니다. 하재봉씨 말대로 개인의 광기는 잘 그렸어도 전쟁이라는 집단적 광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던, 전쟁이라는 상황이 그저 소도구로만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감독 자신도 제일 공포스러운 것은 전쟁이라고 말하는 면서도 이 영화에 전쟁은 없습니다. 그에 반하면 The Thing은 인간들 사이의 관계,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미래에 희망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아주 심도 깊은,  비쥬얼로 다른 매우 철학적인 영화입니다.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과 인간들간의 불신이 깊어지는 과정이 절묘하게 섞여 서로를 고조시키면서 흘러가는 그 리듬감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알포인트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지요.
1 김인호  
  윽 the thing 칼도님 말처럼 공포영화중에서도 최고의 작품들로 평가받는 작품중 하나입니다. 존 카펜터가 감독한 작품이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은 B급 호러영화의 대가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듯 싶습니다. 많은 명작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은 작품도 내는 등 기복이 심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B급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죠. 다만 호러물에서는 B급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별로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 김인호  
  요즘 일본공포영화나 알포인트나 감독의 고뇌에서 방황하다가 거기서 끝나버리는 느낌입니다. 감독의 주장하는 요지는 모호하고 분위기만 있다는 ..... 즉 뭔가 이야기 할려다가 그 이야기 자체가 감독의 머리속에서만 맴돌기만 해서 생각만큼 표현되지 못하고 이야기 자체의 분위기에 묻혀서 흘러가버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1 최일원  
  음 더씽을 폄하하는 의도가 아니였는데 글이 좀 잘못됐네요.

좋은 영화여서 또 그만큼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글쎄요 정확히 B급영화가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더 씽을 꼭 장르로

구분한다면 B급이 영화라는게 꼭 틀린말은 아닐듯. 김인호님에 말

씀이 맞는 듯 하네요.

아무튼 다른분들은 더 높은 식견으로 감상을 써주시네요.

그러나 칼도님 '알포인트'따위 라고 하긴  조금 심한 표현 아닌가요 -_-

더씽에 대한 평가가 조금 과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