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2 리퀴엠. 그들의 부패한 욕망

영화감상평

배틀로얄 2 리퀴엠. 그들의 부패한 욕망

1 가륵왕검 4 1797 0
도미노 요시유끼의 [건담] 시리즈는 현재의 일본 안에 내재한 유사 전쟁에 대한 강박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애니메이션이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10대 청소년이면서 놀라운 전투능력을 가진 상반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패전의 치욕을 안고사는 기성세대들의 딜레머 때문은 아닐까싶다.

겉으로는 전쟁이 주는 공포와 파괴를 그리는 듯 하지만 이면에는 강한 힘에 굴복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과 이또한 거대한 지배구도에는 복종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과거시대에 대한 향수와 상하 종속적인 사회구조의 익숙함이 현 세대들의 방종에 반감을 만들었고 그러한 일탈과 분열을 막을 무언가의 필요성.
즉 잠시간의 벗어남은 가능하지만 현실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기성세대의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세뇌가 그들의 애니메이션에는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이 겪은 대동아전쟁을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치유의 수단,또는 정치적 재활용으로 사용할 수 없음이 주는 한계.
우리의 기득권이 한국전쟁을 좌파적 사고를 차단하기 위해 써먹는 것과 같은 활용성이 없다는 점이 가상의 싸움터를 계속 만들어 내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때 겪은 핵과 패전에 대한 기억이 스스로의 과오에 병적으로 집중하게 만들고 동시에 신세대들에게 주어질 패러다임 역시 사라지게 한 것이다.

그럼에 따라 좌파적 성향의 교육이 근간을 이루었다가 별별 사고가 다 터지자 다시금 우경화로 선회하면서 교과서를 먼저 건드리고 동해와 독도,신사참배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게 아닐까.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강력한 구심점이 구체적으로 발동될때까지 세대간의 반목과 단절은 이러한 유사 전쟁 애니메이션에서 숨겨진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그리고 사실이 좀 길었지만 후카사쿠 킨지 감독이 만든 영화 [배틀로얄]에도 위에 열거한 특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중3 한 학급을 뽑아 무기를 지급하고 최후에 한명이 남을때까지 서로 죽고 죽인다는 내용은 일본사회의 위기감과 야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 아이들이 처절하게 싸우면서 배우는 것은 인간성이나 우정 따위의 재확인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더러운 속성들이다.
어떠한 감정도 일단 목숨을 유지한 뒤에나 가능하다는 현실순응의 논리를 교묘한 플롯과 감정과잉의 유치한 네러티브로 포장해 보여주었다.

또한 기성세대들과 대립구도를 피해가는, 아이들끼리의 생존게임으로 의도를 숨기는 영악함도 발휘한다.
하지만 작고한 킨지 감독의 아들이 완성시킨 [배틀로얄 2 리퀴엠]은 오히려 그것을 전면으로 부각시킨다.

처음에는 1편의 생존자 나나하라 슈야를 제거하는게 아이들이 살아남는 조건이라 서로 싸우지만 이내 하나로 힘을 합친다.
그러자 어른들은 군인을 투입시켜 이들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감독은 뻔뻔하게 밀어 부친다.

또한 다양했던 전작의 무기와 달리 일괄적으로 총기가 지급되는데 그럼에 따라 전작은 죽고 죽이는 행위에 나름의 감정이입이 가능했지만 2편의 싸움은 쌍방간의 총격전이 전부다.
친구를 죽여야 하는 절박함과  생존을 위한 처절함은 간 곳 없고 무모한 총질과 굉음만 화면을 채운다.

전작에서 종반까지 일정하게 유지되던 룰에 의한 긴장감은 똑같은 방법으로 인해 폭탄목걸이가 무용지물이 되자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대신 그 빈 자리를 때우는 것은 중 3짜리들이 있는 폼을 다 잡고 전쟁이 어쩌고 신념이 어쩌고하는 그러다 총맞고 픽픽 죽어가는 코미디의 장면들이다.

감독이 전쟁놀이에 맛들리다보니 이 아해들이 중 3이라는 것까지 까먹은건 아닐까 싶다. 대체 이 아이들이 전쟁의 광기와 고통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딴 대사를 주절거리게 만들었을까.

하긴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애들 중에는 전혀 애들같이 않은 경우가 허다한데 그러한 오버가 이 영화에까지 미치다니 참 어이가 없다.
어쩌면 하도 분위기만 그럴듯하고 알맹이는 없는 가짜 전쟁놀이에 익숙해지다보니 이런 잡스러운 영화도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그어놓은 선 안에서 팔짝거리기 바라는 치졸한 어른냄새가, 강자가 선이라는 무엇이든 간단하게 정당화시키려는 의도가 너무 쉽게 드러나는 졸작이다.

이 영화를 수입한 사람들. 전작보다 잔인한 장면도 없고 윤리적으로 걸릴게 없어서 마음놓고 들여 왔겠지만 그 이면의 썩은 알맹이는 전작을 휠씬 능가하는 괴물이 바로 [배틀로얄 2 리퀴엠]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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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김정광  
  진짜 최악의 영화!!!!!!!!!
G 료코땜에  
  맨살 영화세상에도 올리신것 같은데 ㅎㅎ
1 박상길  
  와 정말 동감. 엄청나게 감상평 잘쓰시네요. 화법 뿐 아니라 영화를 완전히 뚫어 보시는군요.

그나저나 킨지 감독 아들이 감독이었군요..

아부지 이름에 떡칠을 하다니 -_-
1 가륵왕검  
  료코땜에님 맨살 회원이시군요, 반갑습니다. ^^ 박상길님도 어줍잖은 영화평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