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결투>를 보고
이 영화는 다른 서부 영화와는 다르다. 서부 영화를 많이 보지 않고 이런 말을 하는게 웃기기는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히 다르다. 어프는 다른 서부 영화의 주인공들과 다르게 신사적이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더욱 차별화 되는 점은 이 영화의 낭만성이다. 영화 초반에서 부터 어프는 자신의 동생을 죽인자가 누군지 눈치채고, 우리도 그렇다. 그러나 어프는 복수를 하기 위해 보안관을 한다는 말과는 다르게 닥 할리데이와 천천히 우정을 쌓는다. 그들 사이에 긴장감은 누그러지고 둘은 서로에게서 무엇인가를 느낀다. 닥이 "햄릿"의 한 소절을 읊을 때 어프의 눈빛에서 이것을 느꼈다. 닥을 만나러 온 클레멘타인이 도착한 후에는 그녀에게 사랑이 빠져 영화는 사랑, 우정, 질투가 엮긴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클랜턴 가의 인물들을 간간히 등장시키며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닥과 어프가 신경전을 버리는 장면들도 침묵과 소란이 적절히 섞여 긴장감을 유발했다.) 클레멘타인 이라는 여성의 "신격화"가 더욱 영화를 낭만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낭만성만이 이 영화의 장점이 아니다. 서부극의 대가, 존 포드 답게 그는 어프가 닥을 쫒는 장면을 역동적이고 긴박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 유명한 OK 목장에서의 결투 씬에서 존 포든느 세 남자 (어프, 어프의 형, 닥 할리데이)의 모습을 롱 쇼트로, 아주 작게 잡은 후 그들이 천천히 걸어오다, 어프의 형과 할리데이가 다른 방향으로 간 뒤 어프 혼자서 천천히 걸어오는 장면은, 어떻게 보자면 서부극의 클리셰중 하나지만,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을 듯하다. 그리고 존 포드의 서부극에서 빠질수 없는 압도적인 대지! 비록 <역마차>에 비해 분량이 적었지만 우리를 서부의 매혹적인, 그리고 이 영화에 한해서, 낭만적인 세계로 인도하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장점만 있는 영화는 아니다. 여성의 "신격화"에서의 문제점이나 서사의 불완전성 (예를 들어 어프는 왜 복수를 잊었는가? 같은 문제들)은 충분히 지적 받을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하지면 그럼 뭐 어떠하냐. 이토록 낭만적이고 몰입도 높은 서부극이 또 (있으면 물론 좋지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어프와 클레멘타인의 춤추는 장면은 아직도 눈앞에서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