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 2004)

영화감상평

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 2004)

1 가륵왕검 3 2662 0
타히티섬에서 순진무구하게 지내던, 어슬렁거리는게 전부인 좀비를 인간의 살에 맛들린 괴물로 만든 것은 전적으로 헐리우드의 책임이다.

그들은 부두교라는 원주민들의 기괴한 종교의식에 대해 철저한 선입견과 몰이해로 좀비의 으스스한 면만을 영화에 활용했다.

아직까지 좀비는 호러영화의 중요한 소재로 쓰여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 끈질긴 생명력과 식욕에 충실한 행동들 때문일 것이다.

이미 죽은 몸들임에도 인간의 살을 맛보기 위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머리 부위에 맞지 않으면 완전히 쓰러지지도 않는 모습들은 공포를 자아내기 부족함이 없다.

아러한 영화들 중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은 역시 죠지 로메로의 시체 삼부작일것이다.

그의 영화는 자본주의의 팽창에 대한 조롱의 의미가 있다고 해석되기도 하는데 특히 삼부작 중 두번째인 1978년작 [시체들의 새벽]을 보면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 로메로는 좀비를 피해 대형 쇼핑몰로 숨어든 사람들이 보이는 추악한 행동들.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고 물건을 훔쳐도 된다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탐욕스런 본능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좀비들을 처음의 두려움 대신 차츰 쾌락의 도구로 학살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을 진정 잔악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천박한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해 나름대로 영화를 총해 비웃은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번에 다시 리메이크된 [시체들의 새벽]은 어떠한 내용일까.

잭 스나이더라는 감독이 26년만에 다시 만든 이번 작품은 전작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가지고 있지 않다.

전작의 중요한 장소였던 쇼핑몰이 등장인물들이 모여드는 장소로 동일하게 등장한다는 점 외에는...

물론 인물들의 성격이나 이름들 또한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리메이크작의 가장 큰 특징은 좀비들의 민첩하고 공격적인 행동들인데 뛰지 못하던 전작과는 전혀 다른 설정이다.

전작에서 느려터진 행동으로 인간들에게 놀림을 당하던 좀비들의 복수를 해주고자 한 모양인지 이번에는 인간들을 충분히  위협해 온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자 특징은 전반부에 등장인물들이 쇼핑몰에서 안주하면서 긴장감 또한 상당부분 사라져 버린다.

충분한 식량과 물. 그리고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 확보된 상황이 그들에게 여유를 만드는데 특별히 예기치 못한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다.

다만 좀비에 물렸던 사람이 죽은 뒤 똑같이 되는 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이는 너무나 흔한 설정이다.

그리고 보통의 인간만큼 빠른 좀비를 구상해낸 것은 좋았으나 그로 인해 생겨나는 모순.

즉 절대 다수인 좀비들과 맞닥뜨리는 상황이 길어지면 주인공이고 뭐고 다 죽어버릴 것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에 쇼핑몰이라는 공간에서 격리되도록 한 듯 하나 그것을 메꿔줄만한 내부적인 갈등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전작에서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다른 한축으로서 갈등을 유지하지만 리메이크작은 몇몇 이기적인 자들의 행동이 드러날 뿐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시대의 발전에 따라 휠씬 사실적으로 표현되지만 전작에서 좀비들을 재미로 죽이면서 나타나던 고어적 장면들이 재해석되지 않은 점은 큰 아쉬움이다.

전작의 미진했던 부분을 새롭게 보여주었으면 했으나 등급을 고려한 것인지는 몰라도 심지어 좀비들이 시체를 뜯어먹는 장면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후반부에는 쇼핑몰에서 탈출하면서 오히려 액션에 더 치중하는 듯 보이는데 좀비들과 본격적으로 대치하는 장면임에도 공포영화스런 면모를 발휘하지 못한다.

가장 사람 잘 아작내기 쉽게 생긴 좀비가 나오는 영화에서 정작 하는 짓이라고는 총맞고 맥없이 쓰러지는 게 다라니.. 
 
참 아이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좀 굼떠도 착실하게 지들이 뭘 먹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우워 우워"하는 소리도 귀엽게 불러제끼는 전통적 좀비가 낫다싶다.

듣자하니 [새벽의 저주]라는, 대체 누가 지었는지 촌스럽기 짝이 없는 제목으로 5월쯤 개봉한다는데 제발 원래 제목대로나 개봉했으면 한다.

아무튼  허무하기 이를데 없는 결말로 인하여 (따지고보면 전작도 허무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좋은 소리 듣기는 힘들어 보이는 영화가 [시체들의 새벽]이다.

참고로 로메로의 시체 삼부작 중 첫번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역시 리메이크 되었는데 이때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톰 사비니가 만들었다.

1990년작인데 1968년 원작의 상황과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완성도면에서 [시체들의 새벽]보다 휠씬 나으니 기회가 되면 보시길 빈다.

*아기 좀비가 나오는 장면. 감독의 유머감각이 발휘된 것인지는 모르나 하나도 안 웃긴다.
그는 데드 얼라이브도 안 보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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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가륵왕검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스포일러가 곧 줄거리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포일러는 영화의 감상에 중대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까발리는 것을 말하죠. 이 영화는 중요한 반전을 내포하고 있지도 않고 줄거리상 특이하게 전개되는 부분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감상에 하등 지장이 없다고 믿습니다. 그게 문제가 된다면 각 영화 홈페이지나 소개란에 나오는 간략한 시놉도 문제고 읽어서는 안되겠죠.
1 찌찌뽕  
  전혀 스포일성을 눈씻고 찾아봐도 없네요. 글쓴이의 생각만 담겨졌을뿐..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전작보단 약간 실망이지만, 볼만하더군요. 빨리 국내에도 개봉 되어서
다시 보고 싶네요
1 mario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