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 살아남은 자의 슬픔

영화감상평

화려한 휴가 - 살아남은 자의 슬픔

1 Dark B;John 1 179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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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우연히 경찰들이 당신에게 접근했다.
멀쩡히 길을 걷고 있는 당신을 다짜고짜 거칠게 대한다.
무슨 일이냐며 항변을 하면 할수록 반항한다며 욕설과 심지어는 매질까지도 서슴치 않는다.
알고보니 당신이 살인으로 현상 수배된 용의자와 닮아보였다는 것이 이유였단다.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오히려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하기는 커녕 수배범과 비슷한 행색을 했던 당신이 잘못이라며 되려 몰아세운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 순간에 경찰들에게 올바른 처사를 바라며 곧은 소리를 냈다가 되려 실컷 시달리게 된다면, 그 사람을 바보같다고 손가락질 해야하나?
아마 그가 없었다면, 앞으로 누가 떳떳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가 있단말인가?
계속해서 경찰들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아가며 고통속에 신음해야함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경찰이 있다는 것을 소리 높여 얘기해야 제2, 제3의 피해자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운동,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되어버린 전라남도 광주 시민들과 위로부터의 명령에 따라 끔찍하게 임무를 수행해버린 공수부대 사이에서 벌어진 처참한 참극.

모든 비극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그 끔찍했던 순간에서 진정 가해자는 누가될 것이며 피해자는 또 누구란 말인가.

한나라를 이끌어가는 수뇌부라 할 수있는 집단, 혹은 개인의 판단으로 인해 정작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자신들의 잇속을 채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사건의 원인과는 전혀 무관한 선량한, 그리고 무지한 이들만 오해와 불신으로 고통을 받아 버렸다.
부당한 대우에 대한 정당한 처우를 원했던 이들과 비뚤어진 충성심으로 고무된 무리들이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 아닌가.

과연 그날의 "화려한 휴가" 를 명했던 이는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작전을 수행했던 이들에게 그때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그곳에서 영문도 모른체 죽어간 수많은 이들, 할말은 하고자 했던 이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고자 했던 이들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모든 인간이 평등함을 잠시 망각하고서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어처구니 없는 판단을 내린 결과가 얼마나 처참했는지는 지금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의 깊이만큼 끝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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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0 사라만두  
  참 와닿네요.
불과 20여년 전인데 현실은 너무도 그때와 달라져 있으니..
망각의 동물이란 인간,
이럴땐 그 망각이란 놈이 참 원망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