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내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였을까 ?..['나비효과'를 보고]

영화감상평

과연, 내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였을까 ?..['나비효과'를 보고]

1 야미쿠로 7 3807 6

제 여자친구는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고등학교때 항상 반장을 했었고, 늘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었다고.
그런 그녀가 수능 몇일 전부터 너무나도 긴장을 많이 해서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했고,
결국 - 수능 보는 당일에는 감기까지 몸에 달고, 끙끙거리면서 시험을 치뤄야 했다고.

그 감기 아니, 며칠간의 긴장만 없었다면 자신은 지방대에 다니지 않았을 거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재수를 하지 않은것도 - 후회한다고 간혹 말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미련의 근본은 '긴장+감기')

그녀가 대학시험 이야기를 할때면, 저는 질세라 얼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 덕에 - (저는 대학교 1학년때 도둑강의 들어가서 그녀를 처음보고 사랑에 빠졌습니다.)
나를 만났지 않느냐 ?
우리처럼 서로 사랑하고, 호흡이 착착 맞는 오랜 친구같은 커플도 드물거다..
니가 시험 성적이 조금 안 좋게 나온 덕에, 나는 이렇게 행복하다고.. 이런것이 기적적인 하늘이 맺어주는 천생연분 아니겠냐고..

... 언젠가 그녀가 말했습니다.


서운하게 듣지마렴.
나도 너를 만난것이 너무 행복해. 이건, 사랑의 문제가 아니야.

감기에 걸렷던 것은, 나에게는 결코 기적의 행복이 아니야..
그건 나에게는 너무나도 슬픈 불행의 운명의 시작이었어..


3117.jpg



그 말이 간혹 서운하게 들리기는해도, 고교시절 친했다는 친구들이 유학이며, 대기업에 입사하는 모습에 자신의 인생에만 브레이크가 걸려 버렸다고 느끼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도 갑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가 그런 마음이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사랑으로 감싸주고 있고,
또한 그녀의 꿈을 대리만족 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그때 그 순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종종 말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인생은 결코 - 한 포인트를 새로 고친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의 행복을 얻어낼 수 없다는 겁니다.
수능 며칠전으로 돌아가 최대한 긴장을 하지 않고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고해서, 꼭 명문대를 들어갈수 있었던것은 아니었고, 혹 명문대를 들어갔다고 해서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무조건 유학을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 인생은 수없이 많은 점들이 모인 선일겁니다.
그 중에 점 하나를 지우거나, 점 하나를 더 찍는다고 해서 과연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을까요 ?

커다란.. 정말 신이나 가능할 커다란 지우개로 그 선 자체를 지워버리지 않는 이상

오히려 자꾸 손떼를 타는 그 선은 지저분해지고 비뚤어질 뿐이 아니겠습니까 ?




C8091-02.jpg



.. 오늘 새벽 [나비효과] 라는 흥미로운 영화를 봤습니다.


[나비효과]라 함은 카오스 이론을 뒷받침하는 설정으로써, 창조주가 만물을 만들때 - 자신의 계산에 넣지 못한 나비의 작은 날개짓의 파장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정해진 운명의 삶을 살아간다고 가정할때, 인과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얻게 되는 산물을 일컫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기적' 이라고 부르는 그것 말입니다.(혹 '저주'라는 표현도)

하지만, 위에 여자친구와의 일련의 이야기에서 말했듯 - 나에게는 '기적'인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기적은 결코 인생 자체를 바꾸는 힘이 있다고 말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나비효과라는 영화는 바로 그 점 - 인생의 어느 한 포인트로 인해서 자체가 바뀔수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얼핏, 평면적으로 보이는 영화의 이야기는 [나비효과]를 빗대 우리의 인생에 한 번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듯 싶지만, 글쎄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감독의 의도를 떠보면 그런 곳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 인생의 한 번의 선택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한 번의 선택이 우리의 인생 자체를 전부 망치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그 선택이 오히려 당신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건지도 모른다는 점을 부각시켜줍니다....... 다시 말해 인생을 즐기라는 ~ 아주 낙척전이고, 유쾌한 영화 입니다 ^^)



퍼득... 퍼득.....


C8091-11.jpg



퍼득..

퍼득 ~ 거리는 나비의 날개짓을 따라서 .... 영화속으로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주인공 - 에반은 선천적으로 그의 부친이 앓고 있던 병을 그대로 이어 받습니다.
자신에게 아픈, 슬픈 기억들은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고 의사의 조언대로 일기를 꼬박 꼬박 쓰기 시작합니다.

에반은 어린 시절을 한 시골마을에서 보냅니다.
귀여운 여자친구'켈리' + 그녀의 오빠 '토미' + 늘 곁에 있는 단짝 '레리' + 젊고 이쁜 (?) 엄마 ^^
이 4명의 캐릭터들과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되고,
성인이 된 에반은 어딘가 조금씩 삐뚤어져 버린, 그 4명 모두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합니다.
늘 아프고, 슬픈 기억을 스스로 지우면서 행복하게 살아 온 자신만이 성공한 인생일뿐 다른 이들은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에반은 - 교수와의 정신학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과거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그는 자신의 일기장을 뒤척거리면서, 자신의 지워진 기억속으로 잠입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들속에는 자신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의 끔찍한 사건들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어린시절 그 상황으로 돌아간 에반은 이미, 일기장을 통해서 사건의 결론을 알고 있기에 끔찍한 사건을 막기위해 최대한 노력을 합니다.
수십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선의 살짝 삐져나온 점을 지웠다가 새로 찍습니다.


C8091-17.jpg



그리고, 스스로 이제 됐나 ? 싶었으나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맙니다.

그는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의 아픈 추억을 끄집어냈지만 - 자신의 일기장의 결론과는 다른 형태의 결론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성인으로 돌아와보면 점점 더 큼직한 현실이 기다립니다.
켈리가 죽기도 하고, 창녀가 되기도 하고,
레리는 정신병자가 되고, 살임범이 되고,...... 어머니가 암에 걸려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 그 끔찍하고 아픈 기억들을 하나 둘씩 에반이 스스로 껴안을수록 자신에 의해 그 사건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행복을 향해 가지만, 에반 자신이 더욱 처참해집니다.
다른 이들의 인생을 뜯어 고치는 사이 그것은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말았던 겁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지금의 모습은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수십만개의 점이 만들어낸 선입니다. 도무지 어느 점을 수정해야 바뀌는것인지, 혹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되는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아니, 그런 점은 이미 존재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C8091-27.jpg


에반은 .......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래 - 엉킨 실타래는 한쪽 부분을 끊어도 다른 부분이 엉켜 있는 거야. 인생은 결코 a,b,c .. 식의 순리되로 되어 있지 않아. 나를 잡아둔 운명도 나를 풀어줄 기적도 - 결국, 모든 인생의 한 흐름일 뿐이야.
(영화상에서 이런 대사는 없습니다, 제 맘대로 결론이지요.
'그래, 중요한것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어' 이정도의 주이공 대사가 나왔던가요 ^^)

마치, 에반게리온의 마지막에 신지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찾듯 - 나비효과의 나약한 청년 에반은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켈리는 이미 어린시절 헤어졌고, 악의 축인 토미는 자신의 유년기에 존재치 않으며
레리는 평험한 자신의 단짝으로 남아 있는 현실.

그리고, 에반은 다시는 과거로의 - 말도 안되는 추억으로의 여행을 막기 위해
(저같아도 과거 기억이 없다면, 몇몇 줄의 일기만으로 맘대로 부풀려서 상상할 것 같습니다)
일기장, 앨범, 오래전 필름.. 을 전부 태우면서 끝을 맺습니다.



C8091-03.jpg



..

조물주 조차도 - 예측하지 못했다고 일컬어지는 ..... 혼돈의 한 형태 [나비의 아름답고 작은 날개짓]
(그것이 누군가에는 기적일수도 있습니다.. !!!)

우리는 늘, 인생에 있어 크든 작은 미련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 - 그때 그녀에게 고백을 해봤더라면, 녀석이 꼬실때 컨닝해서 학점이 좀 더 높았더라면 등등.

하지만,

나비효과 - 라는 이론에서 들어나듯, 자신의 의지대로 과거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인생을 산다고 해도... 결코 평생 만족하면서 살 수 없는, 또 다른 그 무엇인가에 끝없는 미련을 품으면서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모든것은 - 결코 예측대로, 순리대로, 운명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과거의 한 점을 뜯어 고친다고 이미 그려진 두터운 선이 - 현실이 바뀌지는 않지만,


지금 현실속에서는 이제 모든것이 새로운 선의 시작입니다.

내가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어느 쪽으로 점을 찍느냐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겁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는 작지만,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날개짓을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animal_016.gif









눈을 크게 뜨세요.


그.

리.

고.


이제 지금부터 -

- 나를 가둘 저주를 만들지. 나를 풀어 줄 기적을 만들지를 선택해 나가자구요..... *^^*










lucifer4v_38.jpg








** Enigma - Return to Innocence **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7 Comments
1 차성효  
  나비효과 극장판은 어릴적 여자 친구와 헤어지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길에서 우연히 스치지만, 서로를 못알아 보지요..
하지만, 그 남자는 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여자 일지도 모른다는..
내 기억에 의하면.. - -a
인생은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복잡하고 다면적입니다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버릴수 있지만, 우회해서 갈 수도 있고,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ㅡ.ㅡ;
하지만 그 선택들이 결국 자기 인생에 주위 사람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 한 것 같습니다
감독판은 또 다른 결말을 갖는다고 합니다.. 보다 비극적이지요 -.-;;
좋은 대학 나와 유학가고 잘먹구 잘살자는게.. 포인트 일 수 있지만,
누구든 좋은 직장 들어가 고생 덜 하구 잘먹구 잘살고 싶어합니다만,
모두가 그럴수는 없고, 누군가는 궂은일을 하고 고생을 더 하고
못먹구 못살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폐쇠적이지만은 아니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 오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야..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같을수는 없겠지요
분명 다르니까.. ㅎㅎ
하루의 시간만큼 변한것입니다
1 야미쿠로  
  차성효님,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그렇죠.
우리의 인생은 - 결코 새장의 새가 아닙니다
시큼한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넘나드는 그런 새들의 비행이야말로 우리의 삶입니다.

썩은 물을 줬다가 새가 죽자, 맑은 물을 다시 준다 ?

그건, 새장에 갇히 새들에게나 통할 이야기죠.
우리의 삶은 늘 미래지향적이고, 변화무쌍한 그야말로 흥미진진함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변합니다. 우리가 생각치 못한 상황에서도 변합니다....
역시 - 그것이 바로 [나비효과] 아니겠습니까 ^^
1 쇼쇼숑  
  그러고보니 나비효과를 보고 나서 내 인생의 전환점은
어디쯤인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더 이상 철없는 아이는 아닌지라 '그 때 이랬더라면..' 하는
후회 때문에 현재를 낭비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가정들이지요.

사람은 인생에서 매 순간마다 크고 작은 선택들로 시험당하며
고민하고, 지나간 선택을 회상하고, 그러면서 후회도 하고,
만족도 하며 살아갑니다.

나비효과라는 영화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는 '선택'이라는
공통점을 잘 조명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자칫 그저 그런 시간 여행 영화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요소들
이나, 영화가 표방한 컨셉이 영화속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만족을
이끌어 낼 만큼 충분히 녹아들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나비효과는 이런 장단점을 많이 갖추었기 때문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보아 둘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동기들을 보면서 혼자만 인생에 제동이 걸려 있는 것
같다는 애인분의 애타는 마음.. 저도 십분 이해합니다.

좋은 사랑 만들어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1 야미쿠로  
  쇼쇼숑 님, 감사합니다....
그녀의 상처로 제 행복이 되었다면, 내 목숨을 걸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도록 해야겠지요. *^^*

쇼쇼숑 님도, 늘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래봅니다.
1 룰라랄라  
  영화보다 글이 더 멋지네요..
1 박정문  
  성의 있는 감상문 즐겁게 밨습니다^^
나비효과 극장에서 봤더라면 더 잼있을 것을..
못참고 컴터로 본걸 가끔씩 후회한답니다.
나비효과 강추!
1 김아람  
  감상문 잘쓰셨네요..ㅎㅎ
이면적인 내용도 알게된 듯 하구요 ㅎㅎ

다만 그랬음에도 이 영화가 좋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드네요_-_;
개인적이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