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없다. 스릴러로서 용서가 안된다.

영화감상평

용서는 없다. 스릴러로서 용서가 안된다.

1 가륵왕검 2 7876 0
어느 외딴 곳에서 한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체 토막이 발견되었을때 부검의라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머리와 몸통 팔 다리등이 정말 한 사람의 것이 맞는지 조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시신을 토막을 냈는지가 아니라 왜 죽었는지 사인을 파악하는게 부검의의 임무가 아닐까요?

그런데 이 영화 "용서는 없다"는 처음부터 설경구가 연기하는 강민호가 사실적인 부검의인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강민호는 머리를 둔기로 맞아 사망을 했다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 두개골의 파열 정도와 깊이 정도를 먼저 조사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짜고짜 해부를 합니다.

물론 약물을 사용해 둔기로 내리치기 전에 마취를 시켰는지 알기 위해 해부를 할 수 있겠지만 정작 눈에 휜히 보이는 머리의 외상을 놔두고 왜 그러는지 남득이 가질 않더군요.

사실 이 해부 장면은 영화의 실마리를 위해 나름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긴 하나 그걸 위해 부검의로서 당연히 해야 될 행동을 무시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위에서 지적했듯 만약 팔 다리가 딴 사람의 것이라면 피부 조직이나 근육의 형태 골격의 구조 또한 다르다는 것을 부검의로서 당연히 알아차려야 하는데 이 역시 그냥 넘어 갑니다.

게다가 더 웃긴 것은 음,.. 이건 스포일러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보실 분은 안 읽으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만 강민호의 딸은 고셔병이라는 휘귀병을 앓고 있다고 나옵니다.

이 병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비장이 커지고 고관절 척추 등의 뼈에 이상이 생긴다고 하는데 부검의로 의사인만큼 해부를 할때 정상인과 다르다는걸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죽은 시체는 오은아라는 술집 나가요 아가씨로 금방 신원이 파악되는데 살인 용의자로 류승범이 등장하기 위해 형사로 분한 한혜진이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합니다.

한혜진은 시신이 조각난 것과 금강 하구둑 주변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을 환경단체의 데모를 이끄는 류승범을 보고 그가 썼다는 책을 통해 아주 간단히 추리를 해내는데 도통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일부러 잡힐 생각으로 류승범 자신의 족흔과 지팡이 자국을 남겨 놔서 나름의 개연성을 넣긴 했지만 살인을 저지른 동기를 파악한게 아닌 시신의 모양과 금강하구둑 인근이 비너스상과 비슷하다는 점만을 가지고 류승범이 범인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거쳐 류승범은 자백을 하고 강민호는 혼자 키운 딸이 유학을 갔다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강민호의 딸이 류승완의 사주로 납치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이를 빌미로 자신을 빼달라고 협박하는 류승범과 울며 겨자먹기로 증거를 지우는 강민호의 고군분투가 그려지죠.

여기서 재밌는 것은 가장 먼저 실질적으로 죽게 만든 원인에 따른 흉기를 찾는게 최우선임에도 팔다리를 자른 도구를 경찰들이 찾는 황당함과 도구로 쓰인 그라인더에 묻은 혈흔을 지우느라 삽질하는 강민호의 어처구니 없음입니다.

그라인더에 묻은 혈흔은 희생자의 것일까요 아니면 가해자의 것일까요?

당연히 그라인더에 잘려진 희생자의 것이 당연한 추측인데 가해자 류승범의 피가 묻어 잡힐거라는 이유로 그걸 지우고 강민호가 키우는 개의 피를 가져다 묻힙니다.

여기서 좀 더 트집을 잡자면 그라인더에 묻은 원래 혈흔은 시간이 지나 응고가 되어있었지만 강민호가 묻힌 개 피는 금방 묻혔으니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금방 묻힌 것인지 아닌지는 굳이 부검의 따위가 아니라도 알텐데 이를 조사한 강민호의 후배라는 법의학자는 그냥 넘어갑니다.

게다가 이 역시 스포일러이긴 합니다만 과거에 류승범의 누나가 집단성폭행을 당한 뒤 익사를 했고 강간인지 아니면 합의에 의한 화간인지에 대해 당시 딸의 고셔병 치료비로 돈을 받고 이에 대해 강간의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고 강민호가 위증을 했던 것에 대한 복수가 류승범의 숨겨진 이유라고 나옵니다.

다시말해 류승범의 누나가 죽은 사인은 어디까지나 익사지 강간이든 화간이든 그때문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익사가 된 이유가 스스로의 선택인지 아니면 누나를 건드렸다는 부자집 아들놈들인지 나와야 하며 그걸 밝히는게 부검의의 할 일일 겁니다.

그런데 이 멍청한 영화는 스스로가 만든 반전에 도취가 되서인지 정작 부검의가 밝혀야 되는 사인은 간과해버립니다.

그렇다보니 대체 류승범이 이렇게 강민호를 증오하며 일을 벌이는 이유가 자신의 누나는 남자랑 놀아나는 헤픈 여자가 아니라는 것일 뿐 비참하게 죽어서가 아니라는 웃기는 결론을 스스로 내보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반전은 정말 말같지도 않은 설정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참 애썼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현실성 따위는 없고 동의하기도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영화가 강조하고 늘 내세우는 것은 아마도 스토리의 치밀할일겁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만든 스토리의 기민함에 갖혀 사실에 철저해야 기반해야 하는 스릴러로서의 기을 잊는다면 혼자서 진지한척 개폼잡는 싸구려 쑈일 뿐이며 배우들 연기를 아깝게 한다는게 이 영화를 결론입니다.

일부러 비교할 생각은 없지만 스릴러라면 제발 CSI 한편이라도 꼼꼼히 살펴보고 시나리오랍시고 써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혀 부검의 스럽지 않은 설경구와 전혀 형사답지 않은 한혜진의 연기는 참.... 답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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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전형주  
자꾸 이런식의 영화가 출시된다면....앞날이 걱정돼는군요...
1 조성현  
저도 영화를 봤는데... 이렇게 뒤가 찝찝한 영화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