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의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

영화감상평

데이빗 린치의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

1 께봉이삼촌 1 3766 7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현존 최고의 감독으로 생각하는 데이빗 린치의 신작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를 드디어 보았다.

2006년작이지만 국내엔 지난 7월 말에 개봉한 영화로 린치 특유의 요상 괴상한, 이해 불가한 스타일의, 그 몽환적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감히 보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 이로운 영화라 하겠다.

사실 이 영화는 직접 자막을 만들려고 벼르고 있던 영화였는데 5월부터 3달이 넘게 자막만들기를 중단하고 잠수 타다 간만에 들른 씨네스트 자막제작자 포럼에서 오철용님께서 자막을 만드신다 제작공지를 하신걸 보고서야 영화도 나오고 영문 자막도 뜬 걸 알게 되었고, 정말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실력자인 오철용님을 믿고 그 자막을 기다렸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트윈픽스'라는 TV 시리즈로 그 매력에 빠져 이 감독의 팬이 돼버렸고, 이후 그의 대부분의 영화들을 섭렵하면서 그의 영화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에 중독돼 버렸다.

진짜 린치적 영화랄 할 수 있는 이 '인랜드 엠파이어'와 같은 이해불가한 스타일의 '이레이저 헤드', '로스트 하이웨이', '멀홀랜드 드라이브' 를 보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내용을 머리속에서 짜맞추어 보려는 헛된 수고는 아예 잊어버리고, 그때 그때의 장면과 내용이 주는 느낌과 암시 그리고 그 몽환적 분위기를 그져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미술학도였던 그의 배경과 추상화를 그리듯 화면이 아닌 영화의 스토리를 꼴라쥬나 모자이크처럼 찢어 흩뿌리고 마구 뒤섞어서 영화를 만드는 그의 영화 제작 스타일이 쬐금은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괴기스런 분위기의 단지 뜻없는 상징들의 나열처럼 이해되지 않고 보이지 않던 영화들의 내용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영화의 매력과 재미는 오히려 조금씩 차감되어 갔다.

그의 영화는 시작 부분에서 현실과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복선이 나오고 실제 영화의 내용 대부분은 주인공의 희망이나 바램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 인한 주인공의 심리속에서 벌어지는 환상과 갈등이 마치 꿈처럼 현실과 바램과 환상이 뒤섞여 전개되다 마지막에 현실로 돌아오며 꿈속에서 보이던 인물들의 현실에서의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로스트 하이웨이'에서 보여주었던 시작과 끝이 연결되는 뫼비우스의 띠적 기법이 전작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도 나타났고, 이번 '인랜드 엠파이어'에서는 영화 중간 중간에 여러번 나타난다.

전작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할리우드에 대한 비판적 풍자적 시각으로 제작자의 입김에 의한 배역과 영화 제작의 뒤틀림 그리고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을 꿈꾸던 소녀의 몰락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로 그려졌다면, 이번 '인랜드 엠파이어'에서는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의 배우의 심리적 혼란을 주로하여 곁다리로 할리우드를 꿈꾸던 이들의 몰락을 잠깐 이야기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허황된 꿈을 버리고 현실로 돌아오는 다소 온건한 스타일로 바뀐 듯 하다.

대부분의 다른 영화 감독들이 소설이나 구상화에 비유될 수 있는 그 내용이 이해 가능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린치는 추상화 또는 음악처럼 영화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주지 않고 나름의 분위기와 느낌만을 전달하는 스타일의 영화를 주로 만드는 감독이다.

그러니까 그의 영화는 추상화를 감상하듯 아니면 음악을 감상하듯 해야하는데, 이 추상화나 음악이 아름답거나 보고 듣기 편한 것이 아니라 다소 괴기스럽고 이상한 느낌을 주는 것이므로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야 감상할 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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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24 오철용  
  께봉이 삼촌님이 보셨다니... 쩔려서 한마디 남깁니다<BR>개인적으로 저도 린치 감독에 매료되어 인랜드 엠파이어 자막을 했는데<BR>개봉중인 영화에, 나름대로 광팬이 많은 감독이라 무척 조심스럽기도 했구요<BR>번역을 하면서 혹시 앞뒤의 연결이 될만한 복선을 찾을까 두 세번 봐도<BR>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BR>그래서 처음 시작한 그 마음으로 <어차피 스토리 라인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라는 전제로<BR>배우가 내뱉은 말 위주로 작업을 해나갔는데 앞과 뒤가 없으니 아무래도 어렵더군요<BR><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 그 노랫말을 뒤집으면<BR>본 그 대상이 실체가 아니라는...<BR>내가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BR>허상을 봤다는...<BR>누군가 내가 봤다고 여기게 만들었다는...<BR>그게 내 기억...?<BR>나의 미래...?<BR>나의 마음 속 갈등...?<BR>영화 속의 거울을 보는데 거울 속 TV 에 자신이 나오고 <BR>TV속에서 자신이 거울을 보고 있다면 현재의 자신은 어디에 서 있을까요...?<BR>그런 마음으로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