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CENCE

영화감상평

INNOCENCE

1 전용민 2 1821 1
INNOCENCE
과연 현란한 빈 껍질인가?
까기 힘든 꽉 찬 알밤인가?

그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어떤 영화에서든 그 영화를 보고 얻는 것은 제 각각이다.

어렵다. 왜 어려울까? 주절거리듯 너무 빠른 대화. 게다가 언제 죽었는지 모를 귀신들이 했다는 이야기들, 그리고 알지도 못할 힌트들. 과연 영화에 꼭 필요한 것들이었을까?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미장센에 불과한가?

모두 관객의 몫이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기계가 사람을 죽였고, 그 배후를 밝혀가는 과정이다. 그다지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는 구성이다.

그다지 뻑적지근한 액션도 없다. 그다지 깊은 성찰도 없다. 하지만 말이 우선 어렵다. 왜 어려울까? 2500년 전 공자가 이 영화를 봤더라면 어땠을까? 데카르트가, 칸트가 이 영화를 봤더라면 어떠했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
보이는 만큼만 보면 되는 것이다.

악평도 좋고, 호평도 좋다.
그저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에 비추어 보면 그만이다. 그게 영화 아니었던가?
이노센스에는 참 좋은 말 하나가 나온다.
시져를 이해하기 위해 시져가 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감독이 될 필요는 없다.
평론가가 될 필요도 없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존재가 있다. 헌데 과연 존재하는가?
실제인가? 아주 실제 같은 꿈인가? 꿈이라면 누구의 꿈인가?

알쏭달쏭한 질문일까? 질문할 가치도 없는 말장난일까? 이노센스에서는 이전보다 많은 전문가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등장으로 인해 보는 이가 상당히 괴롭다. 머리가 아프다. 관객을 꾀나 괴롭히는 영화다. 그것은 감독이 던진 질문에 응한 자들에게도, 반한 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영화의 감독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알 듯도 하다.

감독은 지독히도 괴로운 사람일 것이다. 또한 그가 눈떴을 때 보이는 세상만큼 영화를 만들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가 보는 세상에 속한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말이 많았을 것이다.

맞다. 말이 너무 많다. 블레이드 러너에서처럼 말을 아끼고 반전을 기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는 블레이드 러너고, 이노센스는 이노센스일 것이다. 그 영화에서는 그 영화만 보면 된다.

이노센스의 특징이라면, 답을 쓰려 했다는 것이다.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에 답을 하려 했기에 말이 많아졌던 것 같다. 동시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옳은가? 하고 되묻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랴. 관객들은 그의 질문에 그다지 관심이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노센스는 조금 더 진지하고 어려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나는 또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
나 역시 보이는 것은 여기까지이다.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는 것을 도라고 한다는데, 그나 나나 도와는 먼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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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던필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글이군요..^^;;
(밑에 이 애니와 관련된 글들은 리플이 너무 많아서 읽다가 포기했습니다..-_-)

저는 개인적으로 이 애니의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만족하며 보았고, 보고나서 여운이 꽤 많이 남는 애니였습니다..

결국은 취향의 문제일거라고 봅니다..
취향에 맞으면 다른 사람들이나 평론가들이 아무리 나쁘게 평해도 만족하며 보는 것이고, 취향에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평론가들이 만장일치로 극찬을 한다해도 불만족스런 영화가 될거라고 봅니다..

요즘에 이 애니의 엔딩 타이틀 곡인 'Follow Me'가 뇌리에 아른거려서 가끔씩 듣곤 하는데, 듣다보면 애잔한 선율 속에 약간의 허무주의적 색채도 묻어나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되곤 합니다..

혹자에 의하면 이 곡이 예전에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엑소더스'(한제로 영광의 탈출)에 삽입된 곡이라고 하는데, 그 영화를 본 지가 오래 되서 이런 노래가 있었나 싶습니다..-_-;;

어쨌든 그 노래를 듣다보면 마치 '엑소더스'란 영화에서 2차 대전 후 유태인들이 자신들의 이상향인 이스라엘을 찾아서 영광의 탈출을 시도하듯이, '오시이 마모루' 역시 기계 문명에서 탈출해서 조금 더 이상적인 어떤 세계에 가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이상한 상상마저 듭니다..^^;;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이스라엘이 유태인들에게 결코 이상적인 세계만은 아니고 또 따른 불행의 씨앗이 되고 있듯이, 오시이 마모루의 그 이상세계(?) 역시 불완전한 우리 인간들에게 완전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엑소더스'란 영화를 불현듯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나가다 리플 답니다..^^;; 
1 MAXX  
  이글 또올라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