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야영화감상기

영화감상평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야영화감상기

G 좋은바람 0 7360 70
그 힘든 예매경쟁을 물리치고 당당히 부천국제영화제의 심야영화 첫번째 상영일의 복사골문화센타 공연장에서 맨뒷자리에나마 앉을수 있게되어 흡족한 마음으로 잔뜩 기대를 하며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렸습니다.


1. 악취미의 밤
감독 : 얀 둔스

* 한마디로 : 우리에겐 익숙한 것들이 서양인에겐 즐거운 눈요기감이었나 봅니다...

* 느낀점 : 111분이나 되는 긴 상영시간에다 영화시작전 이 영화감독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 20분까지 가산하면 이 작품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한 셈인데 다 보고나면 왠지 떨떠름하고 허전한 느낌이 가시질 않습니다.

아마 이 영화가 서양인이 바라보기에 특이하게 생긴 예고편들을 모아놓은 잡탕이라서 정작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가 없기에 허전하고 공허하다는 생각이 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 각국의 시네마테크와 필름 창고들을 뒤져 찾아낸 가장 이상하고 황당한 영화 클립과 예고편, 악취미로 가득한 동영상들만을 모은 특별한 옴니버스 영화 시리즈"라는 소개와는 달리 별로 재밌거나 흥미롭게 생각되지않는 것은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트로마 예고편들이나 공포호러물 예고편들은 이미 인터넷으로 접했던 작품이 상당히 있었고, 영국판 고질라인 고르고는 예전에 비디오로 출시되어 샀다가 버린 적도 있었고, 각종 홍콩 무술영화들은 예전에 80년대 영화관에서 봤거나 예고편으로 익히 봐왔던 것들이라 새로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인 분은 여러분(관객분들)이 젊으니 상당히 충격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받을 거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를 많이 접해보지않은 분들에겐 새로울수 있겠지만 부천영화제까지 찾아서 새로운 영화를 보고싶어하는 영화광이라면 이런 3류 영화들의 예고편 모음은 왠지 기대에 차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서양인의 시각에서 동양 영화 예고편의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을 넣었던 부분들인데, 부르스 리를 닮은 배우들이 서로 싸우는 장면을 넣거나, 손발이 실제 없는 장애인들이 무술을 하는 장면, 고릴라가 운동화를 신고 있다고 얼마나 재밌냐며 집어넣은 홍콩 무술영화 예고편(상당히 긴 시간을 잡아먹는 예고편이었죠) 등을 보자니, 우리에겐 별로 재밌지도 않은데 서양인들은 배를 잡고 웃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동양인에대한 안좋은 시각도 눈에 띄었습니다.

[결론] 인터넷으로 각종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영화나 현실을 목격하는 젊은 관객들에게 옛날 60~80년대 세계각국 영화의 우스꽝스러운 예고편을 본다는 사실은 처음에는 신기하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식상하고 지겨워질수 있음에 유의하여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사족] 솔직히 이런 3류영화들은 예고편만 보면 그 줄거리를 훤히 알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를 통해 상당히 많은 작품들을 요약해서 다 봤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덜 아까울수 있겠네요...



2. 연장통 살인 ( Toolbox Murders )

감독 : 토브 후퍼 Tobe HOOPER

* 한마디로 : 기대안하고 보면 그럭저럭 볼만한 평작


* 느낀점 : (제 경험상) 보통 심야영화의 성패는 두번째 작품의 흡입력에 달려있습니다. 첫번째 작품이 재미없었어도 어느정도 참아줄수 있지만, 두번째 작품이 너무 조용하거나 잔잔하면 바로 잠들어버립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보통 수준의 흡입력을 갖고 있습니다. 간혹 깜짝 깜짝 놀라고 소리가 커지는 장면에서 눈이 커지다가, 다시 조용한 장면들이 이어지면 꾸벅뿌벅 졸다가 정말 괴롭죠. 그러다가 중반 이후부터 살인마가 더 자주 등장하면서 비로소 잠에서 깨어나죠.

이 영화는 허름한 구식 호텔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유머도 적은 편이고, 여주인공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하고, 살인사건도 연장통에 있는 도구들로 생겨나기에 저예산 작품이라는 것을 누가봐도 알수 있습니다.(연장통도 토브 후퍼 감독 본인이 집에서 쓰던 것들이라죠?) 앗참 시체장면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돈이 좀더 나갔겠네요...

저예산이더라도 이마만한 긴장감과 막판 스릴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토브 후퍼 감독의 공포영화분야에서 쌓은 경험의 덕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래도 그는 아직 살아있다고 인정할 수 있겠죠.

[결론]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은 적지만 군데군데 적절하게 배치한 공포영화의 효과적인 장치들과 적절한 줄거리 전개 덕분에, 보고나면 본전 생각은 안날 작품인 것 같습니다.



3. 쇼와 가요 대전집

감독 : 시노하라 테츠오


* 한마디로 : 복수는 복수를 낳고 결국 살아남을 자는... 관객을 공범으로 만드는 발칙한 영화

* 느낀점 : 칙칙하고 어두운 화면만 나왔던 연장통 살인을 보다가 맑은 하늘과 깨끗한 화면이 나오는 이 영화를 보고 처음에는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내용 전개가 점점 기분을 안좋게 하더니 결국 화면만 밝고 내용은 연장통 살인 보다도 더 비극적이고 불쾌해 보였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내용 소개는 피하겠지만, 막 나가는 아줌마들과 청년들...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점점 커져가고 잔인해지는 싸움을 즐기며 다음에는 어떻게 복수하려나 기대하게 만드는 이 고약한 작품은 영화의 어두운 내용 전개를 숨기기위해 쇼와 가요(쇼화시대 가요인데 트로트 류인 것 같음)를 구성지게 부르며 장면장면을 바꿉니다. 노래에 담긴 사연을 줄거리와 연결시키고 노래를 부름으로써 비도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들이 낭만적이고 이유있는 모습인 것처럼 미화되기도 합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도덕불감증에 걸리게 만들고 결국 영화의 끝에가서 영 찝찝한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등장인물들은 물론 관객들의 요구에 맞게 충실히 복수를 해왔습니다만, 복수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 그 결과가 좋게 끝날리는 없죠...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중년아줌마들이나 젊은 청년들이 지루하고 의미없는 삶을 살다가 복수를 통해 삶의 활력과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은 너무 황당하고 끔찍한 발상이 아닐까요?

[결론] 확실히 이 영화는 다른 심야상영작3편에 비해 유머도 많고 화면도 깔끔하고 재미있는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도발성 때문에 추천하기가 선뜻 꺼려지는군요...일본의 꽃미남 배우들이 나온다고 이 영화를 추천한 잡지가 있었죠. 사실 이런 엽기적인 인물들은 아무리 꽃미남이더라도 보고싶지 않네요...



4. 치사량 (LD50)

감독 : 사이몬 드 셀바

* 한마디로 : '큐브' 보다 재미도 떨어지고 '큐브'의 다른 버전을 보는 듯하여 식상한 느낌만이...

* 느낀점 : 앞의 3편의 영화가 기대에 못 미쳐서 마지막 이 작품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줄 알았는데 아뿔싸 이건 '큐브'류의 영화 였습니다. 그렇다고 큐브만큼 머리를 굴리게 하거나 멋진 특수효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큐브'에서 보여줬던 인간의 사악함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악당의 실체가 드러나고 싸우는 후반부는 너무 구태의연하고 예상가능한 결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고, 심야영화 마지막 작품인 이 영화가 도대체 언제 끝날까 시계를 보며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할까요?


[결론] 큐브를 안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하지만, 큐브를 보셨던 분들은 피하시기를... 큐브의 속편이었던 하이퍼큐브 보다도 재미가 떨어지고, 저예산 영화라 액션이나 특수효과 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너무 많아서 지루합니다.






[사족] 1.영화 2편 보구나서 중간에 20분간 휴식시간이 있든데 이때 주신 맥반석 계란은 정말 맛있더군요... 또 먹고싶었습니다. 영화는 기억에 안남아도 계란 맛은 기억한다는... 전설이...

[사족] 2. 맨 처음 보았던 악취미의 밤에서 예고편을 보여주었듯이 나머지 3편들도 5분 안팎의 예고편으로 미리 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잠을 설쳐가며 심야영화를 보러 왔었을까...... 아니면 3류 영화로 치부하고 집에서 편하게 잠을 청했을까 ..... 아마, 도전적이고 패기넘치는 여러분들은 보러가시리라 믿습니다.

[사족] 3. 판타스틱 영화제가 벌써 8회를 맞이했군요... 처음 1회때엔 판타스틱한 주제를 추구하는 그 독창성과 희소성 때문에 많은 젊은 관객들을 끌어모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젊은 관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무리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화들을 소개한다고 해도(네크로맨틱이나 슈람 같은 끔찍한 영화를 상영하는데도) 눈하나 깜짝하지않고 무덤덤하게 보는, 인터넷으로 이미 볼것 다 본듯한 요즘 젊은 관객들을 보면 과연 이 판타스틱 영화제가 얼마나 오래갈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9-08-23 02:10:31 씨네리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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