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 스포일러

영화감상평

괴물 - 스포일러

1 전용민 3 2342 6
괴물이 비디오로 나왔다. 이제 영화관에서 못 본 사람들도 괴물을 다들 봤을 것이고, 볼 것이다. 1300만이 넘는 사람이 괴물을 봤다고 한다. 기대에 부풀었다가 큰 실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의외로 재미있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1300만이 봤기에 1300만가지 감상평이 있을 것이고, 그만큼 다양한 감상이 있으리라. 자 이제 한번 씹어 볼 때가 왔다.

전형적인 괴수영화는 괴수를 한 번에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베일에 싸였다가,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가 바로 서스펜스와 스릴러가 극에 달한 시점! 거기에서 괴수는 온전히 드러나고 할 수 있는 발광은 다 떨어준다. 하지만 괴물은 달랐다. 영화관에 앉아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느긋하게 "괴수"영화를 볼 준비를 하는 관객들에게 말하자면 카운터를 날린 셈이다. 쬐금씩 나올 것 같던 놈이 갑자기 튀어 나왔는데, 나름대로 CG도 훌륭했다. 팝콘을 아직 반에 반도 먹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 남은 영화의 대부분을 어떻게 장식할지가 문제가 된다. 더 이상 새로운 그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기대심리를 잘 이용했다는 것이 괴물이 성공한 밑바탕 중 하나가 아닐까?

영화관에서의 소리와 커다란 화면에서 뜻밖에 튀어나온 주인공 괴물, 이러한 영화초반의 분위기 만들기가 영화 전반을 움켜쥐는 일종의 긴박감으로 작용했던 것은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상으로 보여준 것이 없다는 데 있다. 즉 초반 괴물 등장에 신선한 충격을 받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이미 헐리우드 CG에 눈이 높아진 관객들의 요구치를 만족시키기엔 모든 것이 역부족이었으리라.

괴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두가지다. 구성과 액션의 엉성함이다. 우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기존의 괴수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스릴이 없다. 서스펜스도 없다. 괴물과 주인공들 사이에 옥신각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 넘치는 액션도, 앞이야기가 궁금해 조금씩 조금씩 무릎을 당기게 하는 긴박감 넘치는 서스펜스도 없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인 괴물이 불타죽는 장면은 너무도 엉성했다. 차라리 불을 붙이지 말고 염산으로 태워 죽였어야 했다. 돈을 얼마 주고 했든, 누가 했든지 이 마지막 씬은 정말이지 실망감을 감출 길이 없다. 더이상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처음만 못하게 끝을 맺었다. 뭔가 뒷간에 갔다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온 느낌이다.

자 그럼 어째서 1300만인가? 어째서 한국 영화사에서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된 것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괴물의 초기등장씬이 훌륭했다. 아마 이 영화 전체중에 가장 훌륭했던 씬일 것이다. 극장에서 본 관객들이라면 여기에서의 신선함을 간직한 채 후반부까지 이끌려 간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두번째는 "한국영화"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한국 영화계에 한국 관객이 가지는 관심과 애정의 척도로 봐도 될 것이다. 대부분의 감상평에 들어가는 말이 한국영화 치고 훌륭했다는 말이다. 즉 우리의 영화 감상 기준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영화와 우리영화라는 애매한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영화에 대한 우리 관객 대부분이 가지는 일종의 관대함이 있다. 그것은 한국 영화계의 위기라는, 밥만 먹으면 그말부터 꺼내는 영화계 사람들의 습관과 크게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번째는 "괴물"이란 점이다. 즉 우리 영화계는 여태 너무 오랫동안 너무 비슷한 주제를 울궈먹었다. 신선한 영화에 대한 우리 관객의 기대심리를 잘 파악한 봉준호의 선택이었다. 훌륭한 조폭보다는 어설픈 괴물에 손을 들어준 관객의 숫자가 그것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괴물은 괴물인데 한국형 괴물이라는 것이다. 즉 서양식 괴물하고는 다른 그 무엇이 있다. 대부분의 괴물영화는 막강한 괴물 VS 살기위해 발악하는 인간의 구도지만, 괴물은 다르다. 막강해 뵈는 괴물한테 못 덤벼서 안달이 난 세 사람의 이야기다. 아무런 힘도 없지만 끝까지 달려드는 인간, 그것이 가족이라는 모티브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서양의 괴물영화와는 괴물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서양의 괴물 영화에는 대부분 전문가가 등장한다. 그리고 꾀나 막강한 힘과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한테는 쪽도 못 쓴다. 하지만 우리의 괴물에는 전문가도, 전사도 등장하지 않느다. 뭔가 문제가 좀 있는 사람들이 등장해서 이쑤시개 같아 뵈는 총과 활로 괴물을 잡겠다고 설친다. 이거 좀 우습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에 대한 처절한 발버둥이 왠지 조금은 공감이 간다. 그들이 우리와 조금씩 닮아 있기 때문이다. 금메달 리스트가 아니라, 동메달 리스트이기 때문에, 사회의 우수한 인재가 아니라 취직이 안되는 백수이기 때문에, 대형 할인매장 사장님이 아니라, 구멍가게 주인이기 때문에, 떵떵거리며 잘나가는 가장이 아니라 그저 딸내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아빠이기 때문에 애정이 간다. 주인공들의 몸부림은 왠지 단순히 딸과 손녀와 조카를 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삶에 있어서 뭔가 해야할 일을 찾았다는 데에서 그들을 더욱 열심이게 만들기에 관객들은 수긍이 가는 것이다. 함성이라도 한 번 질러볼 기회를 찾은 사람들, 울고 싶은데 뺨때리니 속시원하게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것들에 감응하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괴물은 단지 어설픈 3류영화만도 못할 것이다. 화끈한 액션과 근육질의 주인공, 너무나도 똑똑한 괴물과의 숨막히는 한판 승부를 기대했던 관객에게 괴물은 그다지 보여줄 것이 없을 것이다. 단지 실망감만 안겨줄 뿐.

근래에 들어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은 어떠한 동선을 그린다.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의 연장선상에 괴물이 있다. 그 공통된 그 무엇을 찾으라면 바로 한국의 정서라는 것이다. 괴물 역시 이러한 우리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 무엇, 위에서 나열한 기존의 괴물영화와는 다른 그 무엇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1300만이라는 숫자는 의미없는 기호에 불과할 것이다.

영화는 그 이면에 깔린 정서, 주제, 시나리오, 배우, 연기, CG나 배경 음악 하나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이 융합해져 일으키는 화학 반응과도 같은 것이 영화와 관객 사이에 오고가는 그 무엇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이러한 단면적인 접근만으로 영화에 대한 점수를 매기려 할 때,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물론 그 각각의 것들이 훌륭해야함은 분명히다. 하지만 각각이 훌륭함에도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영화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봐 왔던가? 어쨌든 CG에 실망한 사람과 한국적 괴물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한 영화에 대한 다른 성질을 측량한 것이다. 즉 하나의 돌을 놓고 그 무게와 높이를 가지고 이게 무겁다 아니다 이게 높지 않다라는 논쟁을 하는 것은 매우 우매한 것이리라.

괴물을 영화관에서 봤을 때는 분명히 신선한 그 무엇이 있었다. 하지만 비디오로 본 괴물은 그 신선함보다 눈에 밟히는 것들이 더 많았다. 이 둘간의 틈이 좀 더 메워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1300만이라는 숫자에 대해 나는 조금 아연실색한다. 1300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이 넘는 숫자다. 이건 조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 중에 한명이겠지만 이건 일종의 집단최면과도 같은 것 아닌가? 입소문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이정도일까? 갈수록 조직화되는 홍보와 거기에 휘몰리는 관객들, 이것은 분명 하나의 사회현상이고 주목할만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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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길어졌습니다. 자! 영화를 보고 기존의 영화들과 비교하고 곱씹어보는 것은 좋은 습관입니다. 비교란 무엇일까요? 기존의 것과 새것간의 관계를 찾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것은 이것어 더 낫다, 이것은 저것만 못하다를 가리는 것만이 비교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아무런 재미도 없이 단순히 한 영화를 욕하거나 칭찬하기 위해 비교를 해야할 이유가 없겠지요. 새로운 그 무엇을 찾아내고자 하는 목적하에 세우는 영화와 영화간에 틀을 세우는 것 그것이 비교를 이용한 비평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비교를 통한 객관적 비평이 가능한 것일 테고요. 두 영화의 키재기가 아닌 둘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로써 영화를 비평해 낸다 이런 말이 되겠지요.

아마도 기대를 많이 했던 분들은 우리나라 언론에 속았던 것이겠지요. 물론 영화 제작사의 기획된 홍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언론의 일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언론이 호들갑 떠는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요. 매양 하는 짓이 그렇다는거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낚인 것이 억울하다면 억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과 똑같은 방식으로 복수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지 않을까요?

영화는 졸작이어도 비평은 작품일 수 있습니다. 비평은 또 하나의 창작입니다. 감상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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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G 프린스  
괴물의 cg자체는 그럭저럭 봐줄만한데 ..배우들의 연기는 도대체가 심각해야할 스토리에 코믹한 연기에... 긴장감이란 하나도 없고 ... 전체내용은 정말 외국영화 짜집기한것 같고....  에또... 한마디로 영화보다가 하품만 나오는 영화였슴다 ....  제일 어색한건 역쉬 괴물이란 재목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 ....  아무리봐도 괴물하고 배우들 하고 따로노는듯한 ..... 배우들의 연기를보면 일반 코믹드라마를 보는것 같고 괴물이 등장할때만 잠깐 스릴액션 이고 정말 따로 국밥입니다
근데 괴물은 왜 항상 용가리 같은 괴물만 나와야 할까요??  이것 자체도 별로 맘에 안드네요...
난 개인적으로 마루치 아라치나 로보트 태권브이를 영화로 만들면 어떨가 생각하는데...... 아쉽네요 감독들의 고정관념이 란게....... 
1 정영선  
괴물 뭔가 부족해........... 점프컷이 그리 많으니.. 이야기 전개가 힘들지..
1 허상도  
저와 같은 생각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 하시는지!
몇년 지나보면 다들 알겠죠 뭐 이딴 영화를 1300만이나 봤는가.. 그땐 콩깍지가 씌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