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가족.

영화감상평

[감상] 가족.

1 최현 1 1728 0

[감독] 이정철 [제작/배급] 튜브픽쳐스(주)/㈜튜브엔터테인먼트
[주연] 주현 | 수애 | 박지빈
[등급] 미정 [개봉일] 2004-09-03
[부가정보] 2003/한국/0 분


얼마 전 조창인님의 '가시고기'를 다시 읽어 봤다. 고등학교 때, 야자시간 때 아버지의 사랑이 어떤 건지 눈물, 콧물 닦으며 보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더군다나 실화라는 이야기에 아버지의 사랑이 오버랩 되는 느낌을 겪었다.

중학교 때에는 김정현님의 '아버지'라는 책이 불티나게 팔렸었다. 전례가 별로 없을 만큼 엄청나게 팔려서, 티비에까지 이슈로 나왔을 정도였다. 나도 그 흐름에 편승해 책을 구해다 읽었다. 물론 이 때도 하루종일 눈물로 날을 지새운 기억이 있다.

이 둘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죽음 속에서도 아무말 하지 않고 삶의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려는 모습과 어머니처럼 가까운 존재는 아니지만 말없이 등뒤에서 세상을 다 덮을 넓은 눈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것이다. 하루종일 삶에 찌들다가 저녁에서야 집에 들어와 자녀들의 자는 모습만 바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 우리아버지들의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가깝고도 먼 존재로 느껴지게 한 것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아버지에 관한 영화가 나왔다. 거의 모든 TV나 영화에서는 늘 한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그런 어머니를 저버리는 나쁜 아버지. 혹은 못된 계모와 자녀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아버지가 등장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게 사랑인 것이다."
혹자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애정관계의 사랑보다 가족 간에 사랑에 더욱 폭 넓게 적용이 되는 말이다. 애정관계의 경우는 사랑을 말하지 않으면 그 사랑은 유리처럼 깨져버리지만, 가족 간의 사랑은 유리와 같은 사랑이 아니라 피라는 본드로 단단히 묶여 있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깨져도 붙일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영화 가족에서 감독은 그런 사랑을 보여주고자 했다. 수애가 괴로워 할까봐 너무나 괴로워도 끝까지 비밀을 지키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 다른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았어도 자신의 무능력함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남자가 가장 무능력할 때는 자신이 일을 할 수 없을 때이다. 아버지는 수애에게 그런 무능력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 나를 진정 사랑을 하는 지 의심스러운 아버지의 모습. 그런 아버지를 사랑할 수 없다. 그것이 수애가 삐뚤어지게 된 원인이다. 자신의 무능력함과 괴로움을 술로만 풀 수밖에 없던 아버지의 모습을 이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수애가 3년 간 감방에서 있다가 나오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드러내고자 노력했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느낌의 이 영화는 정한이라는 또 다른 아이를 통해 수애와 아버지를 이어주는 역할과 함께, 아직은 철없는 정한이의 모습과 자신에게 대한 것과는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아버지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한번쯤 관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창인님의 가시고기나 김정한 님의 아버지에서 느끼는 감동과는 조금 다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진실을 알고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모습도 왠지 굴곡이 없고 평이하게 진행되다가 끝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시나리오 자체는 조금 독특했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생각하기에는 미흡한 감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와 닿는 슬픔이나 고뇌 등을 기대하고 갔다면, 평이한 느낌에 조금은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수애를 위한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간만에 가족 간의 사랑-특히 아버지의 사랑-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칭찬 받을 만하다. 나 역시 20여 년 전에 극장에 가셨다는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가서 볼만큼 가족끼리 보기에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특히 아버지가 보시면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참고할 것은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 영화이다.) 또한 못된 아버지 전담 역인 주현님께서 하시는 연기는 이전 여러 드라마(나쁜 아버지로 등장하다가 회계하거나 가슴아파하는)들과 오버랩되면서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주었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다음에 보여질 스크린 상의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들 일상과 가까운, 아니 더욱 비슷한 고뇌를 보여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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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1 최현  골드(3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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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김은석  
  저도 동감임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