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는 되고 안되고 선을 그을 수는 없다.

영화감상평

어떤 영화는 되고 안되고 선을 그을 수는 없다.

1 가륵왕검 6 1769 1

과거로부터 답습되어온 관행이나 또는 보수적 엄숙주의가 어떤 것에는 치나친 과대평가가 또 어떤 것은 지나친 홀대를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은 어떠한 특정 문화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익히 아는 스텐리 큐브릭의 영화를 예로 들자면 평론가들은 그의 영화가 제대로 개봉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망설임없이 시계장치오렌지나 풀메탈자켓같은 영화를 걸작으로 칭송했습니다.

이는 하나의 문화를 보는 시각에 대해 반론을 제시하거나 검증을 시도하는 것을 거부할만큼 굳어져버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그의 영화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규정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었고 그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지식층 사회의 자아도취를 위해 필요이상으로 과대평가된 작품이라는 것이 깔려 있습니다.

영화를 소위 좀 안다는 사람들 중 일부는 시민케인, 전함포탬킨, 무방비도시같이 널리 알려진 영화들을 감독과 배우, 혹은 미장셴,몽타주기법등등 어려운 전문용어들을 무슨 주문인양 외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시민케인이라는 영화를 커피 한잔 마시며 즐거운 마음으로 제대로 보았는지 궁금해집니다.

자신의 재량껏 즐기고 난뒤에도 영화세기의 혁명을 일으킨 영화라는 그 작품에 대해서 지극히 일반화된 평가만을 자랑인양 되풀이할 수 있을지 궁금하거든요.

이러한 측면에서 여러 고전들 역시 지금 세대들의 정당한 재평가를 거쳐 고전으로 인정받았다기 보다는 당연하게 여기는 측면이 더 클겁니다.

어떠한 문화던 그 생명력이라는 것은 그것을 수용하는 주체들에게서 나오는 거라고 믿습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고전들이 명작으로 평가받게 된 배경에는 당시의 지식인들이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거죠.

가장 적절한 수용을 할 민초들은 정작 제외된채 먹물층들이 만들어놓은 엘리트주의의 한 방편으로 이용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더구나 이솝우화나 아라비안 나이트,. 또는 걸리버여행기처럼 그 본연의 정치성과 공격성 혹은 독설은 거세당한채 우리에게 고전이라고 인정받는 경우를 보면 그런 혐의는 더욱 짙어집니다.

고전문학과 지금 통용되는 대중문화를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이유 역시 그런 고급문화(?)를 수용하는 층과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층은 서로 다르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고전이던 무게만 잡으며 가치를 존중해주기를 바라는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작금의 키치적 문화가 고전과의 비교론을 떠나 여러모로 재평가 수순을 밟기에는 많은 시일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경계해야 할것은 지적허영일지도 모르는 엄숙주의입니다.

그러한 일종의 우월의식. 상대적으로 수준이 더 높다 생각하는 문화의 틀로 다른 문화를 폄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또한 설사 그러한 의도는 아니더라도 관객을 마냥 편하게 만들지 않는 영화들에 대한 몰이해와 편한 , 그리고 볼거리가 많은 영화에 편중되는,

그래서 껄끄러운 영화를 쉬이 깎아내리는 행동 또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영화가 가지는경향. 대중적 호흡과 산업 자본의 일괄적 투자를 아우르는 영화들에 가해지는 필요이상의 과찬에 우려가 생깁니다.

이와 동시에 상대적으로 모든 이를 만족 시킬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넓은 견해와 사고로 보면 그만큼 얻을게 많은 작은 영화들의 평가 또한 부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영화들은 일부 평론가들이 즐기는 말의 성찬을 위해 쓰이거나 아니면 위에서 말한 지적허영으로써 소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함의 추구라는 측면에서 어느 것은 받아들일 수 있고 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놓지 않는 일입니다.

김기덕이나 임상수 혹은 홍상수의 영화가 일견 즐기기에 불편하고 감독의 아집과 착각으로 가득 차 있고 궤변투성이에다 가치전복의 의지를 가진 위험함 영화라 할지라도 그 나름대로 존재가치와 내포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술은 결코 고급만을 지향해서도 안되고 싸구려만 양산해서도 안되는 것일겁니다.

한국영화를 걱정하시는 분들.

문제는 아예 싸구려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럴싸한 고급도 아닌,적당히 만들어져 관객을 홀리는 그런 영화들 아닐까요.

그보다는 관객을 믿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 다하는 영화가 더 소중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가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에서 영화를 판단하는 안목을 가지는 것 또한 중요할 겁니다.

그러려면 대안없는 비난과 자신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감독의 사고까지 싸잡아 욕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하겠죠.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좀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메이저와 마이너의 영화들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가리지 않고 보는 것.

지금보다 더욱 파격적인 시도와 진보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 아닐까 합니다.

문화가 어때야 한다는 규정이나 틀 따위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아니 무너뜨려야 합니다.

과거의 유산을 읽음으로써 그것을 자신의 지적허영의 수단으로 삼거나 어떠한 문화에서 선입견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분명 대중적으로 쉬이 읽혀지지 않는 것에도 그나름의 코드를 분석한 노고. 과거과 현대의 의사소통에 대한 접근, 그리고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땀냄새가 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지극히 사적인 사고조차도 타인이 규정해놓은 룰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모릅니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문화의 방향이어야 할까요,

저도 사실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엇은 되고 안되고가 아니라 다 되어야 하는 세상.

거기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마인드를 형성하려는 한발 더 굳게 디디는 의식들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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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박인택  
  잘 읽었네요!! 좋으신 말!!!
1 허승호  
  영화판이 진정한 도박판이죠.
한때의 조폭 신드롬도 그랬고
지금은 그나마 약간 나아졌는데........
걱정되는건 사실이네요~~~~
 
4 김동천  
  글 잘쓰시네요.
그러나 말씀처럼 다 되어야 하는 영화세상이 되려면 그저 다 수용하는 것은 방관과 다를바 없습니다. 폭넓게 영화가 수용되어야 하는 것처럼 그에 대한 평가도 욕이든 칭찬이든 실랄하게 까발리고 그 모든 것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 수용되어질 때 비로소 근본적인 발전이 이루어 지는게 아닌가 합니다.
1 가륵왕검  
  예.. 맞습니다. 다만 제 말은 관객들로 하여금 평가가 내려지기도 전에
말랑말랑하고 돈 들어가는 영화만 수용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무분별한 비난이라고 생각하기에 쓴 글이랍니다. ^^
1 비트문  
  딱 좋은 말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보고 들은 걸로 머리속이 꽉차 있는 것보다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들어오는 정보들을 자기 주관대로 판단하고 남의 것도 수용할 줄 아는 유연성이 슬슬 필요해지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체질에 따라 약이 다르듯이, 판단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겠죠.. 감독의 스타일로 당연히 달라질거고..
1 프로그래머  
  소위 매니아라는 층들이 어느한쪽에 편협해 있는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예산 영화와, 블록버스터..
대중적소재와 비 대중적 소재..
등등..

극명한 명함이 엇갈리는 영화들에 대해서 그들은
어느한쪽에 분명 치우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자의든 아니든, 본심 밑바닥으로부터의 그 어떤 의도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머 쉬운말로,
남들이 즐겨하지 않는 '기니피그' 시리즈를 보았으니, 나는 매니아다.
이런식의 자기만족에의 표출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분명한건, 소수의 에널리스트나, 평들에 의해 영화가 선택받아졌던
그런 시기는 지금은 분명 아니라고 봅니다.
영화라는 거대한 문화적 장르를 즐기는 방법적인 선택은
그야말로 개인의 몫이죠.

드라마 '네멋' 에서 이나영의 대사가 생각나네요.
락도 음악이고 뽕짝도 음악이고, 클래식도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