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국적이긴 한데 넘 막무가내네... 결말만 보면 제목은 참 알맞게 지은 거 같은데 인물 설정을 제외하면 이것저것 다 섞어서 잡탕을 만든 거 같아 영 아쉬웠다. 제작비와 훈련량은 어마무시한데 방향성때문에 아웃풋이 어중간한, 전형적인 욕심이 앞섰던 느와르가 아닌가 한다.
사실 테이큰과 아저씨 계열 영화라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에 주인공 우세적인 액션이 주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본 시리즈의 컷편집 격투, 300의 밀땅 슬로우모션, 존윅의 모잠비크 드릴 롱테이크샷 등 영향을 받은 스타일을 차용한 티가 좔좔 흐르는 도중 오마쥬인지 표절인지 모를 장면들도 더러 등장하니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특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레옹의 경우는 탄식이 나올 수준...) 문제는 그래놓고 파지법이나 사전 장전 미이행 등 밀리터리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일삼는다는 건데... 보여주기식 액션에 목을 메다보니 명장면들의 벤치마킹은 해야겠고 고증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한다. 마치 작품내에서 재일교포가 보여준 한국어처럼... ('어' 발음을 '오'로 한 건 좋았지만 '在日(자이니치)'를 '쟈이니치'라고 한 거에서 그 디테일이 뽀록났다. '박열'의 최희서 배우를 일본어 감수로 썼으면 좀 더 신경쓰거나 본인이 한본어가 뭔지 보여줬으면 좋았으련만 일본어 한마디 없이 가버리니 원...)
이렇듯 영화의 기획 의도는 어렴풋이 짐작이 가나 섬세함보단 스케일이 앞섰던 아쉬운 작품. 개인적으로 박정민 배우의 캐릭터가 사회적 통념에 맞서 싸우는 과거의 모군을 떠올리게 해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그 이상의 임팩트는 없었던 거 같다. '모방과 창조'라는 말이 있듯이 모티브도 결국 자기 방식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카피, 짝퉁, 표절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너무 아깝다. 좀만 더 힘빼고 서사와 유대에 집중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