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 더 비기닝. 역시 원작만은 못하지만..

영화감상평

엑소시스트 : 더 비기닝. 역시 원작만은 못하지만..

1 가륵왕검 0 2621 5
레니 할린이 [나이트메어] 시리즈 4편에 이어 오랜만에 [엑소시스트]의 속편을 만든다고 하니까 악마 잡는답시고 집을 다 때려 부수는 신부를 떠올린 사람은 아마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때는 초짜 감독 시절이고 자신의 재능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겠지만 [나이트메어] 4편의 연출패턴은 분명 액션영화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실패 이후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에서 아이디어와 서스펜스를 살리는 측면으로 변모했다는 점은 새로운 가능성.

즉 월리엄 프레드킨과는 확연히 다른 레니 할린 고유의 [엑소시스트]를 창조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엑소시스트]는 초상현상을 소재로 다룬 심령 호러물 중에서 걸작에 속하는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의 내용은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신의 구원을 바라는 의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랭커스터 메린 신부가 한 소녀의 몸에 깃든 악령을 퇴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만들어진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메린 신부가 장년 시절 어떤 일을 계기로 신부를 관두고 방황하던 때를 그리고 있다.

그 때는 바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던 때였고 그러한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메린 신부는 결국 신앙심까지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후 기억을 털어버리기 위해 고향을 떠난 메린 신부는 우연한 기회에 아프리카 케냐의 유적 발굴단에 합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은 2편의 줄거리 때문인데 주인공 리간 몸에 깃든 악령이 메린 신부가 과거 아프리카에서 퇴치한 것과 같은 종류라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인 듯하다.

그럼에 따라 레니 할린은 전작들과의 연관성과 차별성 모두를 다 충족시키기 위함인지 다양한 설정들을 선보인다.

즉 악귀에 사로잡힌 소년과 낯선 공간. 그리고 누가 진짜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을 통하여 공포와 서스펜스 양 쪽을 조율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신과 악마의 대립 사이에 있는 인간의 양면성.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메린 신부가 전쟁의 참혹한 상황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고 그러다 진짜 악마와 맞닥뜨리는 과정을 풀어가는 방법을 감독 특유의 스릴러적인 기법에 기댈 뿐이다.

악마가 깃든 자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전개는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한 설정에 지나지 않으며 그이상의 근본적 측면에서 접근은 피해간다.

또한 결국 악마를 물리치고 신부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정작 매린 신부가 어떠한 부분에서 다시금 신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고 품고 있던 갈등은 어떻게 해소했는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악마의 현신을 보고 그때서야 신을 찾아서 악마를 물리칠 힘을 얻게 되자 다시금 신의 권능을 느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너무나 전형적인 결말일 뿐이다.

악마의 정체가 드러난 이후 보여주는 것은 악마와 메린 신부의 유치하고 황당한 대결이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1973년 원작에서의 특수효과보다 첨단 CG로 만들어진 이번 악마의 모습이 훨씬 조잡해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유명한 스파이더 워크 장면을 패러디 한 듯한 천장에서 내려오는 악마의 현란한(?) 동작은 코웃음을 나오게 만든다.

하지만 [엑소시스트]라는 이름을 거두고 본다면 썩 나쁜 호러 스릴러 영화는 분명 아니다.

그런만큼 차라리 비슷한 소재로 아예 다른 영화를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 또한 원작의 명성을 따르지 못한 지난 속편들의 길을 갈 것이다.

하지만 레니 할린의 마지막까지 스크린을 집중하게 만드는 감각과 연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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