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펌]

영화감상평

영화 <집으로...> [펌]

1 jgatsby 2 2353 0
배우 짱 잘 뽑았구, 연기 짱 좋구, 촬영배경 짱 예뻐!!
아찌, 이 영화는 딱 이 세 마디로 줄일 수 있걸랑.
내 친구들은 포켓몬 가지고 놀 때 난 영화보면서 놀았거든. 그래서 한 마디 하자면...

이보다 더 뛰어난 배우들 구경하기란, 이보다 더 좋은 연기 찾아보기란, 이보다 더 좋은 영화 속 촬영배경 만나보기란 구구단 9단 외우는 것 만큼 힘들껄?

이 영화 줄거리가 그거야. 상우(유승호 분)네 엄마가 먹고 살기가 힘들거든. 요즘 어른들 다 먹고 살기는 힘든 것 같드라. 그래서 시골 깡촌 사는 상우 외할머니한테 7살 상우를 맡겨. 그래서 7살 상우하고 울할머니보다도 더 할머니같은 77살 상우 외할머니(김을분 분)가 옥신각신 친해진다는 얘기야.

그런데 이 할머니가 글쎄..... 연기자가 아니래! 진짜로 시골 깡촌에 사는 할머니이고, 이 영화의 촬영배경도 진짜로 이 할머니가 사는 그 마을인 거야.

세상에나, 그 할머니 태어나서 한 번도 영화를 본 적이 없다네. 그래서 뭘 찍는지도 모를텐데 이 영화의 여자쥔공 역할을 너끈히 뚝딱 해치워 버린 거야.

게다가 영화 속에 나오는 이 마을 할아버지, 동네 꼬마, 읍내 할머니들도 몽땅 다 그 동네 사람들이래. 아유, 깜짝이야.

그런데 아찌, 생각을 해봐라. 제 아무리 헐리우드 영화들이 특수분장을 잘 하고, 특수효과를 잘 한다고 해도 이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꼬마 형아들의 얼굴을 만들어 낼 수 있겠어?
내 생각에 저 얼굴들은 말이야. 우리들을 위해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송알땀 흘리며 일한 농부 아저씨들이 아니면, 학교 파하고 학원 쫓아 댕기지 않고 들로 산으로 뛰다니며 즐겁게 지낸 아이들이 아니면 지구상 그 누구도 절대루 가질 수 없는 얼굴이거든. 저건 헐리우드가 아니라 헐리우드 할애비도 못 만드는 얼굴이야.

그러니 이 영화와 이 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들을 어디 가서 만날 수 있겠어? 진짜 배우들은 잘 먹고 잘 싸서 저런 얼굴 안 나오잖아.

그 뿐이야? 아찌 지금 아찌보다 높은 사람 눈치봐가면서 회사에 짱박혀 이 글 슬금슬금 보고 있잖아. 그지? 아님 학교 수업 땡땡이치고 PC방에 눌러붙어 스타끄래프트 한 판 땡기다가 욜라 깨지고는 뿔딱지나서 이거 보고 있잖아. 맞지?

그런데 직장에서 높은 사람 눈치 봐가면서 몰래 인터넷 뒤지는 일은 세상에서 아찌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껄. 똑같이, 수업 땡땡이치고 PC방에 눌러앉아 스따끄 때리는 일은 아마 아찌가 동북아 최고일 거야. 그런데 아찌가 젤 잘하는 바로 그 일들을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가 연기한다고 해도 아찌 만큼 잘 할까?

마찬가지로, 이 산골 깡촌 할머니 할아버지가 수십년 동안 해 온 바로 이 일을 이 할머니 할아버지보다 더 잘할 연기자는 이 세상에 또한 없다는 거쥐.

마을 흙길을 짐빠리 자전거 몰고 왔다갔다 댕기는 일. 지게지고 미친 소 피해 뛰다니는 일. 허름한 시골읍 구멍가게에 앉아 손님들한테 쪼꼬파이 파는 일. 이건 이 동네 사는 바로 이 할머니 할아버지 언니 형아들의 주특기걸랑. 그러니 연기 역시 짱 좋을 수밖에.

그 뿐이야? 영화 속 이 동네는 충북 영동군 지통마 마을이라는 곳인데 기껏 해야 여덟 가구 정도가 달랑 살고 있는 깡촌 중에 깡촌이래. 하지만 깡촌이면 어때? 영화 속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가 아무리 조숙해도 다 설명하지 못할 정돈데.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의 지평선 위를 상우를 뒤에 태운 자전거 할아버지의 자전거가 돌돌돌 굴러가고 다시 그 뒤로는 얕으막한 산들이 대롱대롱 하늘에 걸려서는 지는 해와 붉게 키재기하는 모습이란. 이런 건 욜라 넓고 웅장하고 광활한 외국 영화들의 자연배경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울나라 시골만의 풍경이잖아.

아찌, 난 시골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지금껏 본 적이 없는 풍경이었거덩. 그치만 결코 낯설지가 않은 풍경이더라구. 이게 바로 우리의 산과 시골과 숲과 마을의 풍경이란 얘기겠지.

근데 이 상우란 미운 7살 꼬마 넘이 오죽 얄궂어야지. 내가 7살 때는 안 그랬는데 내참 요즘 애덜 버르장머리는 짤짤이 하나 보드라구.
요강을 깨질 않나, 할머니 비녀를 훔쳐가질 않나, 할머니보고 '더럽다'구 하질 않나. 상우도 엄마하고 떨어져 낯선 곳에 왔으니 그럴 수도 있을테지만 바른 생활 책에 보면 그러면 안된다고 나왔는데 상우는 공부도 안 하는 것 같어.

그럼 이 정도 개구쟁이를 대하는 할머니의 반응은 어떨까? 근데 할머니는 그래도 퍼주기만 하걸랑. 왜 가끔 시골에서 할머니 올라오시면 고쟁이 주머니에서 곱게 싼 사탕이나 쪼꼴렛 우리 손에 쥐어주시잖아. 가끔 오백원짜리도 쥐어주시고. 하지만 상우네 할머니는 겨우 그 정도가 아니걸랑. 이 가난하고 줄 것 없는 할머니의 품에서 그토록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나올 줄은 미처 상상도 못했거든.
자세한 건 말 못해. 조카들 델꾸 가서 영화들 봐.
아찌, 하나 더 가슴 깡총거리는 일은 이 깡촌 마을 사는 동네 사람들 모습이야. 역시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줄 것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 속깊은 인정과 인심은 돈많기로 소문난 이거늬 할아부지도 못 따라갈 정도니까.

세상에, 대통령 하신다는 분이 집이 없어서 105평에 살았다는데 그게 말이 돼? 거기 전세값이 얼마나 비싸겠어? 그 전세값 메꿀려면 등골이 휠 거 아냐. 얼마나 불쌍해. 이렇게 불쌍한 사람도 안 돕는 냉정한 아찌, 아줌마들은 이 깡촌 마을 사람들 보고 배워야 할거야.

근데 이 영화의 감독인 이정향 아줌마는 영화 속에 나오는 상우네 외할머니가 곧 '자연'이래. 자연 시간에는 상우네 할머니 안 나오던데? 어려운 말이라서 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연도 그렇게 끝도 없이 사람들에게 주기만 하는 건가봐. 요강을 깨고, 비녀를 훔치고, 아무리 해꼬지를 하고 또 해도 끝도 없이 주는 거. 그게 자연이고 우리들 할머니인가봐?

아찌, 그럼 우리는 상우가 되는거야?
아찌. 내가 욜라 조숙해서 영화 많이 본다구 그랬지?

근데 요즘 울나라 영화들이 부웅기래. 부웅하고 날아올라서 부웅기인가봐. 잘 된다는 소릴꺼야. 그지? 그치만 그것들도 가만 보면 편이 갈리는 것 같어.

먼저 초딩인 내가 봐도 유치하지만 블락빠스따라고 떼쓰는 영화들 있잖아. 떼만 쓰면 모하냐? 엄마한테 한 대 더 쥐터지기밖에 더 하겠어. 이런 영화들은 어리광 좀 그만 피우고 블락빠스따라면 블락빠스따답게 놀았으면 좋겠어.

다음에는 조폭 깍두기 아찌들 나오는 영화들 있어. 대개 코메디거든. 근데 또 대개 난 입장도 못해. 그니깐 이건 아예 제껴 두자구.

그 다음에는 대사도 없고, 뭔 소린지도 당최 알 수가 없는 영화들이 있지. 보면 다 어딘가를 찾아가는 줄거린데 전문가 아찌들은 막 좋은 영화라고 하더라구. 에게게.. 지덜끼리만 좋으면 모하냐? 나도 좋아야쥐.

그리고 더구나 이런 영화들 보면 끝까지 볼라구 몇 번씩 시도하다가 끝내는 졸아버린 유럽 영화들하고 비슷비슷하더라구. 에게게... 그러면서 좋으면 또 모하냐? 미술학원 형들 그림 똑같이 베껴서 온 봉팔이 수채화도 선생님은 좋다고 했지만 난 하나도 안 좋더라, 뭐.

마지막으로 도시에서 가난하게 사는 누나, 아찌, 아줌마들 나오는 영화들이 있거든. 이것도 막 좋다고 하드라구. 나는 이거 역시 어려웠지만 그나마 방금 전에 말한 영화들보다는 양반이었지. 잘은 몰라도 이쁜 누나들도 떼로 나오고, 택시 기사 아저씨들 레이싱도 하고 하니까 좋긴 좋더라구.

근데 이것들도 보면 엄마, 아빠 손잡고 모두 가서 볼 영화들은 아닌 것 같던데. 이 영화들을 볼 만한 나름대로 나이대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내용 또한 잘은 몰라도 결코 만만치 않은 내용이 숨겨져 있는 것 같구. 돈 못 버는 가난한 사람을 열심히 보여주는 거, 이거 따로 이유가 있는 것 같더란 말이지.

근데 이 영화 <집으로...>는 안 그러더라구. 내용도 한 개도 어렵지 않아. 그렇지만 가슴 꽁딱이고,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볼 수도 있고. 어디 울나라에서 온 가족 나들이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몇 편이나 나왔어? 모? <학원괴담>? <용개리>? 울 엄마 돈주면서 나 혼자 보고 오라던데?

또 이 영화에는 가난한 사람들은 나오지만 그렇다고 부자가 나오는 것도 아니야. 다 가난하지만 그래서 다 똑같고 다 편안해. 아무런 그늘도 없는 것 같단 말이지. 가난한 사람과 부자를 보여줘야 하는 그늘도, 못 배운 사람과 배운 사람을 보여줘야 하는 그늘도 그 아무 것도 없어.

그렇다면 이런 영화도 있어줘야 하고 진작 나와줘야 하는 영화인 거 아냐? 엊그제 개봉한 <봉수는 나의 것>이라는 특이한 영화도 진작 나와줬어야 하는 것처럼 말야.

하지만 <봉수는 나의 것>도 어디선가 봤던 미국영화, 일본영화들이 중간 중간 스쳐갔던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그런 것도 없이 우리 시골에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동네 누나 형아들을 모아놓고 새롭게 만든 영화거든.

그래서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롭고 싱싱한 영화인 거 같아. 나 욜라 조숙해서 영화 많이 봤으니까 아마 믿어도 될꼬얌.
영화라는 게 참 별 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별 거이기도 하더라구.

아찌 회사에서 높은 사람한테 혼꾸녕난 다음에 액숑코믹 블락빠스따 영화 한 편 보고는 시원한 맥주 한 잔 때리러 가지? 스트레스 풀라구. 근데 또 가끔은 심각해져서는 무슨 아뜨 영화니 뭐니 하는 것도 보고는 고개를 끄덕끄덕이기도 하고.

맥주 한 잔 같기도 하고,  어려운 책 한 권 같기도 한 영화. 아, 복잡하여라. 맥주를 마셔야 되나? 책을 읽어야 되나? 물론, 둘 다 하면 좋지만 그게 어디 쉽나?

하지만 그 두가지가 이 영화에 다 있어. 맥주이면서도 책이기도 한 영화가 사실은 이처럼 별 게 아니더란 말이지. 그래서 그건 또 별 게 되는 것 같애.
나 욜라 조숙하지..?.. ^^

&quot; 도시와 시골의, 어른과 아이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해와 소통을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서 가장 클로즈업된 상태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해를 요구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거기에 눈물로 답한다.&quot;
                                                                                                                        [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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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박성광  
넘길어서 읽기가 싫어지네여..!
 필요없는 말이 많구 영화에대한감상만 플리즈.
1 강한구  
딴지에서 돈받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