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2. 지나친 반복은 지루함을 만든다.

영화감상평

주온 2. 지나친 반복은 지루함을 만든다.

1 가륵왕검 4 1930 0

일본산 호러의 특징은 묵은 인과적 원한에 촛점을 맞추지만 그것의 개선 여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방적 공포로 존재하기보다는 인간사의 되새김을 위해 귀신을 등장시키는 우리네 정서와 달리 그들은 은원의 해갈 정도에 만족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와 동시에 절대적 강자를 형상화시키고 그것을 숭배하는 양상을 통해 내적연민을 충족시키는 면도 있는 듯 하다.

타협이나 재해석의 여지가 없는 강력한 대상에게 무참히 당하는 과정. 이를테면 고지라나 가메라같은 거대괴수물에서 파괴되는 도시와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상대적으로 자신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즉 패전과 핵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파헤쳐진 스스로의 자존심을 그와 유사한 강자에 대한 강박적 묘사를 통해 메꾸려는 의도가 공포를 그려내는 방법론에서 일정한 기준점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상력의 제한을 두지않는 문화적 토양 또한 국가를 관통하는 쇼비니즘적인 사고의 몰입화를 분산시키려는 의도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게 호러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 따라 피범벅과 사지절단이 난무하는 작품부터 심리공포물까지 그 완성도를 떠나 많은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국내에 수입되는 것은 피가 개미 발자국만큼 나오는 심령공포물뿐이라 무척 아쉽다.

한때 영화 주온이 국내개봉된 이유 역시 무섭다는 실질적인 이유 이전에 이땅의 보수적 정서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일것이다.

다 아시겠지만 주온은 아버지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사라진 귀신 붙은 집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토시오라는 이름의 아들과 가야코라는 엄마의 혼령은 지박령이 되어 이후 그 집에 살게되는 사람들의 목숨을 가져간다는게 1편의 내용이었다.

전작은 혼령에 희생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각각 컷을 나누고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끌어가는 인물. 즉 주인공이 없는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반해 2편은 그 집을 배경으로 TV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서 진행을 맡은 쿄코라는 배우의 임신을 통해 그녀와 원령들 사이에 연결선을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모성애에 대한 폭넓은 증언인지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전작이 혼령의 복수라는 전제 아래 희생자들이 죽어야하는 개연성 즉 드라마적 구조나 장르적 관습을 거부했던 것처럼 2편 역시 이를 동일하게 반복된다.

그밖에 혼령이 어디서 등장할지 짐작케 만드는 오류에서 벗어나 희생자의 시점에 맞춘 앵글이나 기괴한 사운드효과의 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두번 먹으면 질리듯 각 에피소드에만 집중한 공포의 효과는 전체를 놓고보면 그 강도의 진폭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역효과를 만들어 낸다.

각 인물들로 분산된 이미지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즉 원한이 그들에게 전이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관객들이 무서워할만한 단기적 타이밍(그것이 시미즈 다카시감독의 장점이겠지만)을 영악하게 뽑아낸 것뿐이다.

1편이 얼만큼 흥행에 성공해서 2편까지 수입을 했는지 모르지만 완성도와 시각적 충격에서 주온시리즈보다 휠씬 뛰어난 작품은 너무나 많다.

주온은 현대에 아직까지 존재하는 아날로그의 세계에 귀를 기울인 영화이며 그들 고유의 잠재적 공포에 대해 심정적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깜짝쑈 이상은 감흥을 주지 못하는 작품 아닐까..

아무튼 앞으로는 기니아피그시리즈처럼 막가는 비디오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피범벅일지언정 막힌 사고를 한방에 뚫어주는 시원한 호러영화들이 가위질없이 들어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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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엽기당근  
  영화의 반이상을 불다꺼놓고 밤에 집에서 혼자 봤는데 그다지 무섭진 않더라구요.
1편에서 나왔던 영상들이 그대로 재현되서 그런가?
1편은 나름대로 좀 소름끼치게 봤는데...2편은 그냥 그렇네여
1 000  
  저는 1편도 보다 말은 영화 주온.
개인적으로 일본영화를 싫어하는 면도 있고요..
1 비트문  
  비디오판의 충격때문에 극장판1까지 봤지만, 기대가 커서인지 별로였습니다. 귀신이라는 소제자체가 현실의 부조리를 되갚아주고 싶다는 환타지성을 부정할수 없기는 합니다. 예전 관객들은 권선징악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런거는 식상하죠. 비디오판에서 내세운 "왜 죽는지 모른채 그저 죽는다"는 설정이 저는 더 좋았습니다. 호러란 무서울라고 보는거지 그 이유까지 따져가는 건 현실에서나 하고 싶거든요. 어차피 지어낸 이야기니깐 왜 그런지 이해할정도만 해주면 되지, 많은 부연설명을 붙이는것은 세련되지 못한 듯 해 보였습니다.
4 김동천  
  주온 시리즈중 가장 임팩트가 컸던 것이 비디오판 1편이었죠.
정체를 안보여주고 긴장하게 몰고가는게 백미였었는데 그 뒤에 나온 것들은 직접보여주니 콧방귀도 안뀌게 지루하게 봤습니다.
비디오1편 외에는 지루해요.  비디오1편 새벽에 불끄고 헤드폰끼고 보면 정말 끔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