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심장' 소련, 1988

영화감상평

'개의 심장' 소련, 1988

1 김영진 0 4065 2
개의 심장 / Собачье сердце / Sobachye serdt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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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미하일 불가코프 Mikhail A. Bulgakov
감독: 블라디미르 봇코 Vladimir Bortko


이 작품은 1988년 소련 말기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소설로는 국내에도 나와 있습니다.

불가코프는 소련사회를 풍자한 작품을 썼는데, 대표작으로 이 '개의 심장'과 '거장과 마르가리타'라는 장편소설입니다. 그중 이 개의 심장은 좀더 간결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보통 불가코프는 사회주의의 모순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예를 우습게 표현하는데, 불가코프가 글을 쓴 20-30년대는 작품이 공적으로 보여질 수 없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개의 눈으로 사회를 봅니다. 바로 개는 절대로 고매한 인간과 섞일수 없는 무산계급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한 '박애주의자' 교수는 이것을 바꾸려 합니다. 바로, 사람의 뇌를 떼어서 개에게...


- '반쯤' 스포일러 -

개일때는 무지하게 사랑을 받습니다. 물건을 부수거나 깨도 용서가 되죠. 일반적으로 사랑스럽고 재롱을 떠는 동물입니다. 바로 개 '샤릭'은 교수의 귀염둥이입니다. 하지만 샤릭이 '샤리코프'로 진화하게되자, 이것은 '과학적 혁명'으로 찬사받지만, 사람의 덕목을 갖추지 못한 괴물은 작은 집안의 사회를 완전히 무너트릴 끔찍한 존재가 됩니다.

여기서 불가코프는 체제의 모순점뿐 아니라 인간행위와 과학, 여러가지 차원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디까지가 관습이고 어디까지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며, 무엇이 인간성이며 교화는 무엇인가하는 고전적인 문제들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답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일견 어처구니 없는 대화를 통해 생각하게 합니다. 소련의 무산계급의 독재를 그야말로 사람에게 기어오른 '개판'으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무지하게 불편한 비유인 것이죠.

문제는 러시아어에서 번역한 것이 날아가기 아주 쉽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약 30%는 날아가버립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세례명을 구하기 위하여 주거위원회(가상의 소비에트단체)에 한 엄마가 와서 이름을 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즉, 종교의 역할을 혁명위원회가 대치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정교의 성인이름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베벨리나,(투사) 바리카다'(바리케이트)등 호전적이며 우스꽝스러운 이름입니다. 또 혁명가에서 '이제 눈물을 닦아라' 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이것은 성가로 들립니다. 하지만 아이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이렇게 러시아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위트가 상당히 없어지는 것이 감상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런식으로 위선을 풍자합니다. 그러나 부루주아층의 위선도 보여줍니다. 특히 열변을 토하는 교수는 위선적입니다. 이 영화에서 '개'란 무산계급을 말하고 이 '멍청하고' '대책없으며' 버르장머리 없고 폭력적인 무산계급을 '교화'시키는 것이야 말로 어떤 과학으로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는 개상태로 무지몽매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급수를 더해서 아예, 부루주아의 식충이같은 놈으로 표현하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동의하건 안하건 간에, 이 영화는 다른 단편을 보여줍니다. 바로 소설이 쓰여진 시점(20년대)에서 영화가 만들어진 80년대말까지이르는 소련의 70년간동안 흐르던 한 기류를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소련은 흔히 억압적이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소련문화에는 여러가지 비판이 많았습니다. 또한 이런 소설들과 작품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반공적인 부분도 항상 소련의 일부였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가장 반사회주의적인 시각은 오히려 소련내부자체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각은 국가사회주의가 국시인 환경이라 우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도 아주 훌륭하게 감상할 만한 작품입니다.

- 요즘 영화같이 볼거리로 서비스해야 한다는 자세가 조금이라도 영화를 흐려놓는 종류의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의 대사에 의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를 원하시면 보시면 좋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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