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왜, 흔들린거냐 ?

영화감상평

[달콤한 인생] ...... 왜, 흔들린거냐 ?

1 야미쿠로 7 4033 1
"나한테 왜 그랬어요 ? 당신 밑에서 7년 동안이나 개처럼 일한 저를 정말로 죽이려고 했어요 ?"

"...... 왜, 흔들린거냐 ?"









왜? 달콤한 꿈을 꾸고나서 울고 있는가 ?


이런 질문에 '그것은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대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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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 - 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80년대 후반 ~ 90년대 초반까지 홍콩영화의 인기몰이 장르.

'느와르' 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검다'라는 뜻입니다.
2차세계대전이후 유럽 문화계가 침몰한것에서 유래된 장르입니다.
(1차세계대전 이후에는 허무주의라 일컬어지는, '로스트 제네레이션')

그럼, 느와르 라는 장르의 기본 틀은 어떠한가 ?

일단 화면의 색감은 어둡습니다. ..
주인공은 남자이며, 성격은 잘드는 단도처럼 차갑고, 외모는 같은 남자가 봐도 매혹적입니다.
(3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랑은 좀 다릅니다.
하드보일드는 남자를 위한 장르 - 거칠고, 잔인하고, 단조롭다면
느와르는 역시 - 차갑지만 낭만적이고, 여성관객들도 수용가능함)

느와르 영화의 특징은 '단 한번의 눈길로 세상을 집어 삼키는 매력적인 여성'이 등장합니다.
그 여자의 등장 시간에 상관없이 그 여자는 영화의 키 포인트입니다.
그녀는 - 사소하지만, 남자들간의 우정을 파괴하는 강력한 '마력' 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 다른 느와르 영화의 특징은 '조직' 입니다.
그것이 순수한 깡패 조직이든, 어떤 비밀 경찰이든... 한 조직의 '덩어리'를 벗어나는 인물이 존재하고 그 인물에 대한 '처벌'이 내려지며, 그 처벌에서 살아남은 자가 복수의 칼을 빼어듭니다.



자.... 이제 '느와르' 의 형식들을 제대로 갖춘 영화 .. '달콤하지만 씁쓰름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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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영화는 배우의 캐스팅에서는 크게 잘못된 영화입니다.

이.병.헌
일본에서 한류를 주도하는 인물. '킬러미소', '눈빛왕자' 라는 칭호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몇마디의 말보다 근사한 미소로 모든것을 말할수 있고,
화려한 액션보다도 강렬한 눈빛 하나로 보는이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자 했던 100 % 느와르에서 그의 이런 모습을 큰 득을 보지 못합니다.
포스터에 나오듯 '끝까지 폼나게 가기' 위해서는 유리같은 배우.. 이병헌은 미스 캐스팅입니다.

이병헌은 강한 남자의 모습을 갖고 있지만,
그의 단점이라면, 내면이 너무 쉽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의 강렬한 눈빛속에는 이미 '수줍음 많은 순박함'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이병헌의 영화 캐릭터들은 겉은 남자지만 내면은 순박한 소년 스타일이죠)

뭐, 그건 그거고 - 영화는 내내 그의 내면을 암시하기 위해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중간 보스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la dolce vita' 라는 호텔 스카이 라운지 매니저를 겸하고 있지만
(la dolce vita = 이태리말로 '달콤한 인생')
그의 현실과 일상은 '달콤' 이라는 단어랑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얼핏 기존의 깡패 영화나 드라마처럼, 세상을 다 손에 넣은 듯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는 늘 혼자입니다.

그는 스텐드를 껐다 켰다를 반복함으로써, 늘 칼날에 선 듯한 삶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가 밤거리를 달릴때 카메라는 차 본넷에 비췬 휘황찬란한 야경을 보여주거나
거울에 비친 요지경 세상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울의 효과) 이를 통해 감독은 이병헌의 내면을 표출시킵니다.

외롭다......... 건조하다...................... 전혀, 달콤하지 않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솔직히 저는 딱 잘라서 느릿느릿 진행되는 앞의 1시간만 엄청 재밌더만요)
앞전에서 보여주던 인생을 달관한 듯한 '초연'한 모습의 이병헌이 사라지고,
약하고 겁많은 - 하지만, 당하고는 살수없다는 인간 특유의 오기만이 가득찬 모습으로 변하는데, 조금 쌩뚱맞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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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캐릭터 신민아... 역시 미스 캐스팅이라 여겨집니다.

단 한번의 만남으로 남자 주인공의 '인생을 뒤바꿔버린 여자'가 결코 아닙니다.
물론, 김지운 감독이 의도한 바를 알고는 있습니다.

러브씬도 없고, 이렇다할 정신적 교감도 배재한 이유는 - 영화 초반의 '바람과 버드나무 가지' 이야기 때문일테죠.

하지만, 그건 영화속에서의 캐릭터간의 이야기고 극장을 찾는 관객으로써는 '팜프파탈' 적인 캐릭터를 원합니다.
관객은 바보가 아닙니다.
신민아가 '천진난무한 팜프파탈' 로 등장한다고 해서 영화를 가벼히 여기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독 자신이 .. 영화 중반에 나오듯 .. 무덤을 너무 얕게 파서 되려 뒤통수를 맞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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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바람이 부는 겁니까? 아님,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겁니까?


아니다. 그건 ..






너. 의. 마. 음. 이. 움. 직. 이. 는. 것. 이. 다





1500 년전 중국 선종때의 이 일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영화.
결국, 영화는 이 '마음이 움직이는 것'에 모든것을 끼어 맞추기 위해 움직입니다..

처음 신민아를 보고, 이병헌은 아무렇지 않은데... 카메라가 그녀의 귓머리를 비춤으로써 관객들은 이미 알게 됩니다.

신민아의 첼로 연주를 듣는 이병헌의 뒷머리결의 모양에서 (버드나무 가지)
그녀를 만나러 갔다가 뒤돌아 오는 이병헌의 모습에서....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한 후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보며 용서해주는 그의 모습에서...

이미 관객들은 '끔찍한 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니 인생은 끝났구나...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에 별거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은 '걍, 이렇게 하면 모두들 행복해 질거라 여겨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거짓말입니다.
이병헌도 자신이 신민아에게 끌려들어가서 보스를 배신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의 시각에서 진행되어지고,
초반에 '너 왜그랬니? 니가 실수했어?' 라고 느끼던 관객들조차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정말로 아무일도 아니었는데 보스가 오바하는거 아냐 ?
보스가 자신의 여자랑 무슨일 있었다고 그냥 물증없이 심증만으로 - 일종의 질투심으로 그런거 아냐 ?

더군다나 - 영화 종반부로 달려가면서 보스 김영철의 이 대사는 관객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조직에서 보스가 잘못됐다고하면, 누구든 한 놈이 자기가 잘못했다고 나와야 하는거 아닙니까?"

100 번 잘해도 1번 잘못으로 모든것을 망치는 조직이기에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사입니다.
하지만, 대사가 나온 타이밍이 얼핏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한 오해나 별것 아니었던 것이 결국 커져 버렸구나
이병헌 억울하겠는걸 하고 느끼도록 함정을 파놓은 거라 여겨집니다.

헌데, 실제로는 영화를 끝까지 보시면 알겠지만도 이병헌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인생에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설마 - 그렇지 않지 ? 언제, 내가 왜 ? 왜 ? 죽어야 되는데 ?

이 영화에서 김영철은 그것이 죽음일지언정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이유는 더이상 올라갈 곳도 잃을것도 없는 존재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이병헌은 중간 보스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간에 2인자는 자신이 1등이 되던지... 아님, 다른 3,4 등에게 밀려서 죽던지.. 둘 중 하나입니다.

2등의 인생은 절대 그냥 죽을수 없습니다. 억울하니까요.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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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나를 죽이려고 했나요 ? 나한테 왜 그랬어요 ?

이병헌의 절규에 섞인 목소리 묻습니다.


....


왜, 흔들린거냐 ?



이 영화의 모든것이 담겨진 대화라고 여겨집니다.
피가 낭자한 복수극 한 복판에서 보스와 2인자의 동문서답의 대화에서 이 영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세상이 움직이는 것이다"
라는 평범하지만 득도하기 어려운 철학적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 이병헌은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로 모르겠다고"
(이건 왜? 자기 마음이 신민아한테 흔들렸는지 자기 스스로 인정할수 없다는 소리로 들리죠)

중얼거리다가 "이러지 말자" 고 하는 보스를 살해합니다.

마지막, 자신이 죽음의 선을 넘는 순간 보게 되는 장면.. 자신의 내면속 깊이 있던 모습.
첼로를 연주하다 눈을 감고 있던 이병헌을 향해 살포시 미소짓는 신민아의 얼굴.

그 순간 이병헌은 자신이 꿈속에서 허무하지만, 얼마나 달콤한 꿈을 꾸었는지를 알게됩니다.
그리고,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을 꾸었던 자신 - 결코 인정하기 싫었던 감정 - 모든것이 스스로의 잘못임을 알고 눈을 감습니다.

바람도 아닌 (김영철) .. 버드나무 가지도 아닌 (신민아) .. 결국 움직인것은 자신의 마음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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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에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장면이 나옵니다.

엔딩 크레딧을 오르면서 이병헌은 천진한 미소를 띄며, 유리차에 비친 자신과 섀도우 복싱을 합니다.
(새도우 복싱 : 자신이 뻗은 주먹을 자신이 피하고 공격하는 1인 2역 스타일의 복싱)


마치 - 영화 전체에서 보여지던 조직과의 사투, 백사장과의 혈투...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과의 싸움이었을뿐.






결국, 우리들 인생이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며


어차피 시작했다면 - 폼나게 끝까지 한 번 가보자는 감독의 의도 꽤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







*******




물론, 미스 캐스팅부터 시작해서,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 - 상황에 맞지 않는 장면들
(초인적인 이병헌이 어설픈 백사장의 칼놀림에 당하는 장면등등)

좋은 조연 배우들이 왕창 나옴에도 대부분 '죽어있는 캐릭터'라서 '백사장'을 빼고는 딱히 매력을 찾기가 힘든것도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저기서 괜찮은 장면을 전부 끼워맞추기식으로 만들어진 듯한 장면들.

자신만의 색감을 찾지 못하고 - 자꾸 거장들의 향기에 취해있는 감독의 어중간함.
(역시 최고의 한국식 느와르 영화는 '초록 물고기' 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 가만하고도 - 이 정도면 됐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절대 '충분' 해서가 아니라

김지운 감독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 때문일 듯 싶습니다.

이미 뛰어난 비주얼과 감각은 갖추고 있는 듯 싶고, 거기에 제법 괜찮은 작가의식도 있으니
잘만 가다듬어지면, 제 2의 이명세나 박찬욱 정도의 스타일리스트가 나올 듯 싶으니까요.






참, '금자씨', 보신 분들 이야기 들어보니 '달콤' 처럼 어설픈 연출이 아닌

박감독이 지나칠정도의 자신만만한 완벽 연출을 보여줬다는데 - 극장가서 봐야할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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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 Neo  
  1인 2역이 아닐까요 ;
그리고 이병헌 아니면 딱히 어울릴만한 배우도 없었을것 같은데..
1 에본쥬  
  저는 캐스팅에서는 신민아 빼고는 무지 잘됐다고 생각합니다..보면서 진짜 이병헌이 제일 잘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액션도 괜찮구요,,
좀 여러가지 말이안되는 부분이 있지만 극적인 전개를 하기위해서는 어쩔수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새도우 복싱 하는장면요..자기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죽는순간에 회상이지요..영화초반부에 나이트에서 3명을 처치하고 올라와서..자신이 잘나가던 시절..자시만의 공간 스카이 라운지에서 달콤한 인생을 느꼇던 순가을 회상하는거지요..초반에 자세히 보시면 ' 그때도 창문을 통해 이병헌의 모습이 비칩니다..마지막 새도복싱할때도 그렇구요..
1 야미쿠로  
  예.. 본쥬 님, 제 말을 잘못 이해하신듯..... 새도우 복싱 장면이 영화의 초반에 장면이든 어디든 상관없이.. 굳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에 등장한 이유는 - 역시나 감독이 '모든것은 자기 마음과의 대결' 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 저는 그뜻으로 말한거예요 .. 아, 그리고 네오님, 지적 감사요 고쳤습니다 ^^
1 최윤주  
  느와르가 차갑다구요 ? -ㅅ- ;; 그럼 영웅본색이 차갑다는건가요 ;; 그건 아닐듯한데 ;; 하드보일드란 장르자체가 경제공황도 침체된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사회와의 적절한 타협으로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게 대부분이었죠 ,, 팜므파탈도 하드보일드에서 파생된거구요 ;; 오히려 하드보일드를 좀 다운된 영화로 보는게 맞을듯합니다
1 권준혁  
  느와르영화에 아주 매혹적인 여성이 나온다는 특징같은건 없는데...
필름느와르에서 주로 여성은 수동적이고 보조적인 역할로 주로 나옵니다.
1 진대범  
  전 느와르가 80년대 후반 한참 유행할때 태어나서 잘모르겠습니다만 느와르... 남자를 불타게하는 장르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1 윤효상  
  제생각엔 이병헌은 자신을 속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결전을 벌이러 가기전에 신민아에게 스텐드를 선물하죠.
마지막에 보스에게 거짓을 말한것은 보스 역시 자기 진심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보스 역시 진심을 속였기에 이병헌역시 알면서도 오기로 거짓을 말한거라 생각합니다.
보스의 진심은 신민아를 살려주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였습니다.